STEPI, 21일 세종서 한국의 과학기술혁신 전환 전략 세미나 개최
최영락 박사 "국가 R&D 대대적 개혁 없이는 한국미래도 없다"

최영락 박사는 "현재 한국 과학기술 역량은 선진국 대비 60~80% 수준으로 2030년까지 선진국과 대등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120% 목표를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박은희 기자>
최영락 박사는 "현재 한국 과학기술 역량은 선진국 대비 60~80% 수준으로 2030년까지 선진국과 대등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120% 목표를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박은희 기자>
"현재 한국의 과학기술 역량은 선진국 대비 60~80점 기술수준으로 100점짜리 선진국과 경쟁할 수 없다. 20~40점을 채우기 위해서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미국, 유럽, 일본 등과 대등한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100%가 아닌 120%로 목표를 삼아야 한다."

STEPI 명예위원이자 에티오피아 과학기술 자문관을 지낸 최영락 박사는 과학기술에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보통의 개혁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상태로 대대적인 개혁만이 한국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STEPI(과학기술정책연구원)는 21일 오전 STEPI 중회의실에서 한국의 과학기술혁신 전략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최 박사는 "한국 과학기술은 1980년대 이후 기존 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누더기식 규모의 증가에 불과하다. 보통의 개혁으로는 선진국 대열에 들어설 수 없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의 대대적인 혁신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부의 가장 강력한 수단인 국가연구개발사업의 대대적인 혁신을 통해 2030년까지 반드시 선진화를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박사가 과학기술의 대수술 방법으로 제시한 정책은 모두 9가지. 가장 우선된 정책은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개혁을 꼽았다.

그는 "관료집단의 무관심, 연구자집단의 소극성 등 어느 그룹도 개혁을 주창하지 않는다"며 "목표지향적 대형연구개발사업(Top-down)과 소규모 기초연구개발사업(Bottom-up) 2개로 단순화해야 한다. 국가전략과 사회·재난·안보  대형과제는 탑다운 방식으로, 개인 연구자에게는 10년 지원하는 바텀업 방식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사업 재조정, 구조 재조정으로 절약되는 모든 비용을 모아 세계적인 프런티어 개척을 위한 신진연구자들의 장기 기초연구에 투입하고, 기업에 대한 국가연구개발사업 지원은 오직 중소기업에게만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구 수행과 관리시스템은 선진국형으로 전환을 주장했다. 금전적 동기보다 지적 호기심, 긍지, 자율성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확립해야 한다는 것. 그는 "대학은 지적 호기심과 창의성, 출연연은 긍지와 보람, 기업은 평생직장이 최고 가치가 되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는 대형 연구과제의 관리에만 전념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학·정부출연연구원·기업의 혁신도 주문했다. 최 박사는 "대학은 기초연구를 담당, 세계적으로 독창적인 지식을 창출하는 연구문화 조성이 시급하다. 쪼개기 논문을 수치스러워 해야 하고 철저한 Global Top Publication 경쟁체제로 전환이 시급하다"며 "출연연은 한국의 독특한 환경에 맞는 세계 최고의 공공복지 원천기술을 창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기업은 4차 산업혁명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핵심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산학연 인력 유동성 확립과 컨소시엄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력과 인프라에 대한 정책도 제시했다. 국내에 자리가 없어 귀국을 못하는 해외 우수 한국인 신진 인력의 유입을 위한 국내 '저수지'를 확충해야 하며, 국가적 대형 연구설비의 확충과 공동이용 체제도 수립해야 한다.

그는 "이제 R&D 예산은 선진국처럼 연구원의 인건비 중심으로 편성돼야 한다. 과학기술 인프라, 기본 연구장비와 시설은 별도예산으로 책정해야 한다"며 "더불어 과학기술의 거버넌스 재정비도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S₃(과학선진국)로 가는 방법은?···"새로운 단계로 도약 못하면 정체"

STEPI(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21일 오전 10시 STEPI 중회의실에서 한국의 과학기술혁신 전략 세미나를 개최했다.<사진=박은희 기자>
STEPI(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21일 오전 10시 STEPI 중회의실에서 한국의 과학기술혁신 전략 세미나를 개최했다.<사진=박은희 기자>
"이제는 냉정해 져야 한다. 내실화가 필요하다. 우리 실정에 맞는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 정부 R&D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겉치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S₃로 가기위해서는 사람이 중요하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AI가 인기니 2020년까지 2만명을 키우고, 3D 프린팅 디자이너도 만명 키운단다. 이미 인구 절벽에 왔는데. 정부는 계획 없이 반짝하는 이슈에 따라 인력 양성을 발표한다."

최 박사 발제 후 이어진 토론에서는 과학기술의 현재 위치를 진단하고 과학선진국(S₃)으로 가는 해법을 찾는 시간으로 이어졌다. 솔직 발언을 위해 이름, 소속 등이 비공개로 진행된 만큼 신랄한 비판부터 구체적인 대안까지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과학기술 국가는 발전 단계에 따라 S₁→S₂→S₃로 구분한다. S₁은 개도국을, 최종 단계의 S₃는 미국·일본·독일 등 선진국을 지칭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위치는 어디쯤 일까? S₃로 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과학계 A: 한국은 S₂에 해당한다. 단계별로 성공적 전환은 매우 어렵다. 이를 극복해야만 도약할 수 있다. 브라질은 미국과 인구 차이가 크지 않지만 과학기술의 차이는 엄청나다. 브라질은 R&D 투자를 엄청나게 했지만 100점짜리 기술을 만들지 못해 팔지 못한다. 많이 투자해도 과학기술이 미완성(Incomplete)이라면 소용이 없다.

과학계 B: 정책은 늘 좋다. 그런데 그걸 수행하고 관리하다 보면 방향이 분산되고 (생각대로) 잘 안 된다. 현재 우리의 위치가  S₂가 맞나 의문이 든다. S₂에서 S₃가려면 사람이 중요하다. 이슈에 따라 AI 전문가 2만명, 3D 프린팅 디자이너 1만명을 키운다고 발표한다. 이미 인구 절벽이 왔다.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합리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과학계 C: 과학기술이 잘 못 가고 있다는 것에 오래전부터 공감하고 있다. 거버넌스와 리더십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과학계 D: 패러다임 전환 중요한데 좀 더 중장기적으로 끌고 갈 수 있도록 고민해 야 한다. 대대적 혁신, 선도형 패러다임으로 가야 한다고 하는데 아쉬운 건 너무나 거창하고 이상적인 얘기뿐이다. 가장 필요한 걸 따져보고 합리성, 지속적으로 일관적인 정책을 끌고가야 할 것이다.

과학계 E: 우리의 지엽적인 생각이 중대한 국가과학기술 전체를 블로킹할 수 있다. 출연연을 없애자는 급진적인 이야기도 있지만, 글로벌 경쟁환경에서 우리 출연연이 갖는 전략적 효용성이라는 큰 틀의 이해가운데 현재의 비효율성 문제를 개선해 가는 것이 전체적인 시각일 수 있다.

같은 맥락으로, 미국식으로 소형연구를 많이 하고 대형연구는 탑다운하자 하는데 이것은 미국에만 통할 수 있다. 미국 R&D 는 시장경제 시스템으로 통한다. 대학의 기초연구 역할이 강하고 새로운 지식은 시장을 통해 유통되어 또다른 혁신의 자원으로 소비된다. 독일은 정반대다. 대학은 실용위주 연구를 하고, 산업과 이야기하며 글로벌 지식경쟁의 지원을 위해 출연연이 원천기술연구와, 대학과 산업의 연결연구를 한다. 우리는 독일 모델과 맞다.

그러나 우리는 과제 따는 것에만 몰두하고 세계첨단에만 관심을 둔다. 그 결과 학계나 출연연이 정부와 이야기하지 산업계와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S₃로 가려면 정부보다는 산업계와 더 가까워져야 한다. 이것은 연구자가 학계와 산업계를 찾아가 머리를 맞대자고 나서도 해결되지 않는다. 출연연이 산업/학계와 국가 연구사업을 두고 경쟁하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과학계 F: S₁에서 S₂로 왔다고 본다. 박정희 대통령이 이룬거다. 과학계 리더 최형섭 장관도 있었다. 그렇게 90년대까지 발전해 왔다. 이후 변화의 기회를 가졌어야 하는데 못했다. S₃로 가려면 과거와 같은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과학기술은 미래가 중요하다. 공적인 마인드를 가진 창조적인 인재가 필요하다.

과학계 G: CDMA 대형 성공사례는 되풀이 될 수 없다. 그때에는 목표와 수요가 분명했다. 지금은 목표를 분명히 하면 이미 타깃은 변하기 때문에 실패할 수 있다. 수요의 불확실성, 유동성을 수용하면서 해야 한다. 기술과 시장의 변화를 주시하며 개발전략과 목표수정이 용이하도록 연구책임자의 권한이 강화되야 한다.

대형 제품화개발을 서두르기보다, 이제는 '혁신역량의 축적'에 더 공을 들여서 기회가 오면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술개발/제품개발의 속도전은 S2 패러다임 이다. S₃관점에서 본다면 과제의 발굴보다는, 국제협력, 지속가능성, 혁신역량, 국내 연구주체들간의 네트웍과 협력을 강화할 제도와 환경이 중요하다. 이전과 같은 대형과제 발굴 체제로는 S3로 갈수 없다.

과학계 H: 기술분야에서 80% 한 사람이 100% 못 따라간다. 냉정할 필요 있다. 정부 R&D로 뭘 할 것인지 기본적인 질문부터 해야 한다. 과거엔 산업화라는 목표가 분명했지만 지금은 뭘 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알파고, 미세먼지 등에 수천억씩 투자한다. 국가 예산이 더 있어야 한다. 냉정할 필요한 있는 이유다. 내실화를 통해 집중할 부분을 찾아야 S₃로 갈 수 있다.

최 박사는 세미나를 마무리하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과 해도 안되는 부분에 대한 구분을 잘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며 "세계적으로 새로운 것을 만드는 사람들을 보면 프로티어를 지향한다. 다른 시대에 접어드는 데 절벽을 넘어갈 한국식 프론티어는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박사가 '한국의 과학기술:개혁과제'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사진=박은희 기자>
최 박사가 '한국의 과학기술:개혁과제'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사진=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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