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성과 장비 탓 '그만'···공용화로 효율도 성과도 'UP'

[연구장비 국산화-해외편 ②]교토대, 나노 기술 허브 거점 운영···80여대 장비 구축
오사무 타바타 교수 "장비 구입 안해도 최첨단 장비 공동 사용···장비효율성 높여"
교토대는 80여대의 미세가공 연구장비를 클린룸에 구축해 놓고 있다. 장비를 소유하는 것이 아닌 공유의 개념으로 누구나 간단한 절차만 거치면 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위). 교토대 교수가 나노 기술 허브 거점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아래 왼쪽), 클린룸 외부에는 내부를 지켜볼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사진=박은희 기자>교토대는 80여대의 미세가공 연구장비를 클린룸에 구축해 놓고 있다. 장비를 소유하는 것이 아닌 공유의 개념으로 누구나 간단한 절차만 거치면 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위). 교토대 교수가 나노 기술 허브 거점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아래 왼쪽), 클린룸 외부에는 내부를 지켜볼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사진=박은희 기자>

교토대학교 요시다캠퍼스 안쪽에 자리한 종합연구 6호관. 연구자들이 클린룸에 마련된 연구장비를 사용해 연구에 한창이다.
 
이곳에는 미세 가공을 위한 연구장비 80여대가 구축돼 있다. 연구자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연구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 대학 본부 직할의 독립 조직으로 운영되는 이곳은 일본 국내외 연구자들의 연구 지원을 위한 열린 공간이다.
 
교토대에 설치된 '나노 기술 허브 거점(http://www.mnhub.cpier.kyoto-u.ac.jp)'이 연구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연구장비를 사야한다는 부담 없이 맘 편히 연구장비를 사용해 연구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운영책임자를 맡고 있는 오사마 타바타(Osama Tabata) 교수는 "고가의 연구장비를 연구자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것은 비용 대비 효율이 떨어지는 일"이라며 "연구장비를 집약해 놓으면 연구자는 장비 걱정 없이 연구에 매진할 수 있고, 장비의 효율은 그만큼 올라간다"고 강조했다.
 
◆ 교토대 등 16곳 나노테크놀로지 플랫폼 사업 실시기관 지정
 
오사마 타바타 교수는 "장비를 구입하지 않고도 최첨단 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나노 기술 허브 거점을 소개했다.<사진=박은희 기자>오사마 타바타 교수는 "장비를 구입하지 않고도 최첨단 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나노 기술 허브 거점을 소개했다.<사진=박은희 기자>

교토대는 문부과학성이 펼치고 있는 '나노테크놀로지 플랫폼 사업'의 실시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사업은 나노테크놀로지에 관한 최첨단 연구설비를 공유하고 기관 간의 협력을 통해 전국적인 설비 공용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참여 기관만도 대학, 연구기관 등 수십 곳에 달한다.
 
기술영역에 따라 참여기관이 구분되는데 '미세구조해석' 분야에 10개 기관, '미세가공' 분야에 16개 기관, 분자·물질합성에 11개 기관이 함께 한다. 교토대는 이중 미세구조해석과 미세가공 분야 참여기관이다.
 
교토대는 요시다캠퍼스에 미세가공 분야 장비를, 우지캠퍼스에 미세구조해석을 위한 장비를 구축했다. 
 
기자가 찾은 요시다캠퍼스에는 미세가공 장비 80여대가 '나노 기술 허브 거점'으로의 역할을 하고 있다. 교토대는 장비 허브를 형성하기 위해 6년 전 문부과학성이 지원 한 40억엔(약 400억원)으로 장비를 마련했다.
 
오사마 타바타 교수는 "미세가공 분야는 교토대를 비롯해 물질·재료연구기구, 도호쿠대 등 나노 가공을 제공하는 16개 기관이 함께 하고 있다"며 "장비를 구입하지 않고도 최첨단 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젊은 연구자들은 고가 장비를 구매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장비를 쓰기 위해 이동하는 연구자도 있다. 연구환경을 유지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며 "장비에 의존하지 않고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곳에 있는 장비는 범용장비부터 고가장비까지 다양하다. 기판·박막 재료를 웨이퍼 레벨에서 가공·평가 할 수 있는 나노 마이크로 프로토 타입 장비, 나노 리소그래피 장비, SEM(주사전자현미경) 및 AFM(원자현미경) 등까지 갖추고 있다.
 
사용 방법도 어렵지 않다. 간단한 예약 절차를 밟으면 학·내 외 연구자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이용 시간에 따라 요금이 설정되며, 이용자 스스로 장치를 조작 실험할 수 있다. 장비 조작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상주하고 있는 전문기술자를 통해 기술 대행도 가능하며, 기술 상담도 받을 수 있다. 연구장비는 8명의 전문기술자가 관리 운영한다.
 
오사마 타바타 교수는 "운영비의 40%는 정부로부터 지원받으며 나머지 60%는 장비 대여비로 충당하고 있다"며 "전문 기술을 지닌 테크니션이 함께 하니 장비에 대한 기술이 부족한 이들도 어렵지 않게 실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장비 좋아야 좋은 성과 나온다? 단연코 NO"
 
수수무 기타가와 교토대 iCeMS 소장은 "연구장비는 연구를 위한 보조수단으로 연구자의 주체적인 연구 활동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사진=박은희 기자>수수무 기타가와 교토대 iCeMS 소장은 "연구장비는 연구를 위한 보조수단으로 연구자의 주체적인 연구 활동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사진=박은희 기자>

"연구장비가 좋아야 좋은 연구성과가 나온다는 말엔 절대 동의할 수 없다. 사람이 주체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연구장비가 필요하니 구입하는 것이지, 연구장비가 좋다고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교토대 iCeMS(세포생물학 분야) 연구소 수장인 수수무 기타가와(Susumu Kitagawa) 교수는 연구장비는 연구자의 연구를 위한 보조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자가 연구장비에 구속되면 좋은 연구성과를 낼 수 없다는 것이 그의 논리다.
 
iCeMS 연구소는 일본 정부가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연구 추진을 목적으로 진행 중인 WPI(World Premier International) 선정 연구소 중 한 곳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달성을 목표로 하는 만큼 다양한 연구장비가 구축돼 연구에 쓰이고 있지만 수수무 기타가와 교수는 연구장비는 연구의 보조수단이라고 정의한다. 
 
수수무 기타가와 교수는 "WPI 10년 프로젝트가 올해 끝난다. 10년간 매년 1억1800만엔(약 13억원) 정도 지원을 받았다. 보조금으로 산 연구장비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 중이다. 장비는 오퍼레이터 없으면 자리만 차지하는 꼴이라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연구자에겐 장비도 함께 보내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1981년 화학 반응과정과 관련 이론개발로 노벨상을 수상한 스승 후쿠이 겐이치(Fukui Kenichi ·1918~1998)를 예로 들며 연구장비보다는 연구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스승은 대단한 장비를 쓰지 않았다. 작은 계산기로 노벨상을 받았다"며 "기계에 쓰임을 당하는 것이 아니다. 연구자는 주체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장비가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1970년대 생긴 분자 과학연구소는 연구장비를 많이 구입했다. 장비가 좋으니 우수한 인력이 대거 몰렸으나 노벨상이 나오지는 않았다. 연구장비와 노벨상은 상관이 없다"며 "비싼 장비를 사면 써 먹어야 해 장비에 구속된다. 내가 필요한 장비를 사서 쓴다는 개념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연구자의 주체성을 계속 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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