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미래 개척 전략 제시···해결형 조직
미래 내다보는 혁신 과학 지원 C-프로젝트도 구상

우리 사회 미래 전략을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하는 본격적인 싱크탱크를 표방하는 '여시재'가 18일 공식 출범했다.<사진=김지영 기자>
우리 사회 미래 전략을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하는 본격적인 싱크탱크를 표방하는 '여시재'가 18일 공식 출범했다.<사진=김지영 기자>
한국형 싱크탱크 '여시재'가 18일 본격 출범했다. 이헌재 이사장의 기자회견문은 한국 지식 사회의 현실 인식을 알 수 있는 내용으로 전문을 기사 서두에 싣는다.

안녕하십니까? 재단법인 여시재의 이사장 이헌재입니다
저는 오늘 싱크탱크 여시재의 출범을 알리고 우리가 같이 꾸는 꿈을 설명드리려고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오늘의 대한민국
오늘의 대한민국은 많은 분들의 땀과 눈물로 이룬 결실입니다.
그런데 지금 뜻있는 많은 분들이 미래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이 나라는 지금 안팎으로 엄혹한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나라 내부를 보면 참 안타깝습니다.
경제는 점점 더 어렵다고들 합니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입니다.
사회는 더 복잡해졌고 미래를 전망하는 일은 어느 때보다도 어려워졌습니다.
시민들의 요구는 더 다양해졌습니다. 갈등은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후기 산업사회(Post Industrialism) 증후군을 선진국들과 함께 앓고 있습니다.
선진국들에서는 1960년대 미국 존슨(Lyndon B. Johnson) 대통령이 '그레이트 소사이어티'(Great Society)라고 표현했던 풍요로운 산업사회가 지나가면서 이 시대를 지배했던 중산층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안정적 직장에 다니며 월급 받아 집 사고 자녀 교육 시키고, 은퇴한 뒤에는 연금 받아서 노후를 꾸리던 중산층이 사라진다는 것은 사회의 중심축이 흔들린다는 것입니다.
그 세금으로 인프라를 구축하고 복지를 운영했던 정부도 위축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선진국의 문제를 우리 나라도 같이 맞닥뜨리고 있습니다.
소득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세습과 자격증만 쫓아다니는 지대 추구 현상이 점점 더 심각해집니다. 경직된 봉건사회처럼 되돌아가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입니다.
 
눈을 돌려 세계를 보면 19세기말, 구한말이 연상될 정도로 어렵습니다.
한국은 해양과 대륙국가 사이에 끼어 흔들리고 있습니다.
산천초목도 숨을 죽이고 긴장된 정세를 걱정하는 형세입니다.
동북아에서 미국과 중국, 서양과 동양의 힘과 문명이 모두 부딪치는 상황입니다.
보호무역주의가 되살아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강대국 사이의 군사적 긴장도 커지고 있습니다.
개방을 통해 성장한 나라, 아직도 휴전 상태에 있는 나라에서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입니다.

한반도가 화해 협력 속에 통일을 이루어도 힘이 모자랄 판에, 북핵 문제가 악화되면서 긴장은 더 고조되고 있습니다. 강대국 사이에서 미래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한일강제병합이나 남북 분단, 6•25전쟁 같은 비극을 겪었던 기억이 다시 떠오를 정도입니다.
 
우리가 자리
그런데 한국사회는 지금 너무나 무기력합니다.
현재 상황을 깨뜨리려는 담대함을 찾기 어렵습니다.
기득권에 매달려 현재를 보수적으로 지키려 하는 모습만 눈에 띕니다.
스스로 미래를 주도할 힘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어려움을 어디서부터 돌파할 수 있을까요?
우선, 스스로의 생각으로 세상을 주도해야 합니다.
운전대를 잡은 사람은 멀미를 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야 흔들리지 않고 굳게 서 있을 수 있습니다.
한국이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고, 우리의 생각으로 세계를 설득해 변화의 주인이 되겠다는 꿈을 가져야 합니다.
어떤 생각으로 세계를 설득할지, 그 지혜를 만들어낼 시간입니다.
 
그리고, 뜻있는 이들이 힘을 합치고 생각을 모으도록 해야 합니다.
여시재는 뜻있는 지식인들이 모이는 광장이 되고자 합니다.
이들의 지혜를 담는 그릇이 되고자 합니다.

전문가와 지식인들이 힘을 합쳐 변화의 솔루션을 함께 찾는 곳, 그것이 바로 여시재가 지향하는 '솔루션 탱크'입니다.
낡은 이데올로기와 편견을 갖지 않은 이들이 모은 지혜가 미래 컨센서스(Future Consensus)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그 컨센서스가 한국이 스스로의 운명을 찾아 나설 수 있는 힘이 될 것입니다.
 
여시재의 거점은 동북아입니다.
이 곳에서 동서양 문명이 부딪히기도 하지만 융합되기도 합니다.
여시재는 서구식 물질문명과 동양의 정신문명이 조화롭게 합류하는 '신문명'의 가치를 구현한 사회를 지향합니다. 신문명의 가치를 중심으로 통일한국의 변화와 동북아의 변화를 주도 할 정책개발과 인재 육성을 하는 것이 여시재의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지식인들이 모이는 플랫폼 역할을 하겠다는 게 우리의 생각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활동하려고 합니다.
국내외 최고 싱크탱크와 정책전문가들이 지식을 나누며 교류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하려 합니다. 고급인재들이 국가 비전을 세우고, 국가에 봉사할 수 있는 연구소를 만들어야 대한민국에 미래가 있습니다.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에서도 이런 플랫폼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여기서 나온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정책솔루션을 연구해 제안하겠습니다.
우리 나라에 반드시 필요한 사회 혁신 과제를 찾고, 이를 구체적 제안으로 만들어 실현하겠습니다. 또 동북아의 리더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고, 동북아 리더들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그들을 직접 설득하겠습니다. 궁극적으로 미래를 이끌 인재를 양성하려 합니다. 한국의 운명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끌어가고자 하는 다음 세대를 키워내려 합니다.
 
세계인을 위한 새로운 세계질서의 시작을 동북아에서 찾고자 합니다.
지금 세계 변화의 핵심은 중국과 동북아입니다. 
다시 말해 중국과 동북아의 변화는 이제 세계의 변화입니다.
여시재는 이 곳에서의 변화를 이끌 리더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려 합니다.
다음 세대 리더들이 만나 교류하며 지혜를 나눌 플랫폼이 되고자 합니다.

동북아가 중심이 된 시대가 왔을 때, 지금보다 더 나은 세계질서가 정착되도록 정책솔루션을 연구하고 인재를 준비하겠다는 게 여시재의 생각입니다. 

또한 여시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제 중 하나는 한반도의 남북문제입니다. 분단이 고착화하고 있는데도 이를 반전시킬 수 있는 힘을 우리는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강대국과 주변 정세에 대한 의존도만 점점 더 높아집니다.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과정을 한국이 주도해 준비하고, 통일 이후 사회에 대비할 수 있도록 정책연구와 인재양성에 매진하겠습니다.
 
한국사회의 미래 정책솔루션을 찾아내겠습니다.
국내로 눈을 돌려 보면, 후기산업사회의 문제를 타개할 근본적 대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경제도 사회도 이대로는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여시재는 이런 상황을 타개할 미래산업과 혁신생태계를 연구하겠습니다.
다음 세대의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는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그 거버넌스를 연구하겠습니다.
역동적인 나라가 되려면 건강한 지식생태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외부 지식인 및 싱크탱크들과 협업해 최고의 지식생태계가 한국에 만들어지도록 돕겠습니다.
 
도시의 시대를 연구하겠습니다.
국가의 시대가 가고 도시의 시대가 옵니다.
21세기는 도시경쟁의 시대입니다.
지금처럼 무작정 대도시를 키우는 방식은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여시재는 신문명의 가치가 담긴 지속가능한 도시 모델을 연구하겠습니다.
한국은 짧은 시간에 현대적 도시를 만들어 낸 경험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런 과거는 양적 성장에는 큰 기여를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질적 성장을 해야 할 때입니다.
혁신적 도시경영을 통해 비용을 낮추고 지속가능성은 높여야 합니다.
도시경쟁력과 함께 주민의 삶의 질도 높여야 합니다.
이런 균형잡힌 모델을 만들어내면, 중국 등에서 뒤따라오는 도시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후발주자들에게 천편일률적인 대도시 모델 대신 지속가능한 새로운 모델을 알려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분야를 여시재가 적극적으로 연구하려고 합니다.
 
우리는 새로운 가치를 추구합니다.
세계는 이제 풍요로움을 추구하던 사회에서 건강함을 추구하는 사회로 대전환 하여야 할 시점입니다.
르네상스 이후 서구 중심 산업화는 욕망의 확대를 지렛대로 성장동력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런 산업사회는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여시재는 지금까지의 가치체제를 변혁시켜 욕망을 절제할 수 있는 건강한 성장,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려 합니다.
동서양을 뛰어넘는 새로운 문명을 연구함으로써 그런 사회로 전환할 수 있는 경로가 보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가치는 지속가능성의 가치와 디지털 기술까지를 수용한 신문명 도시에서 효과적으로 구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출연자의 꿈
출연자인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은 여시재를 설립하면서 이런 꿈을 이야기했습니다.
'통일한국과 동북아의 미래 변화를 위한 정책개발, 그리고 세계를 이끌어 나갈 인재 육성이 필요하다. 그런 일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연구소를 만들었으면 한다.'
'이런 연구를 통해 궁극적으로 산업사회 문명을 넘어서는 미래 신문명을 창조하면 좋겠다.

이를 위해 첫째 삶의 가치와 창조력 모두에서 앞서 신문명 사회, 신문명 도시를 구상하면 좋겠다.
둘째 소수 강대국이 아니라 세계인 전체를 위한 세계질서를 구축해 나가는 인류의 여정을 모색하면 좋겠다.
셋째 한반도 통일로 세계의 평화문명에 기여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면 좋겠다.
넷째, 한반도 통일과 세계의 미래를 선도할 인재를 육성하면 좋겠다.'
아주 큰 꿈입니다. 하지만 인류의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달성되어야 할 꿈입니다.
여시재는 이 꿈을 이루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지식인들,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으는 플랫폼이 되겠습니다.
 
마무리 - 여시재의 뜻
[與時齋여시재]란 '시대와 함께하는 집'이라는 뜻입니다.
‘수주대토(守株待兎)’에 얽힌 고사가 있습니다.
『한비자(韓非子)』 오두(五蠹)편에 나오는 고사입니다.
기둥에 부딪혀 죽은 토끼를 기다리는 어리석은 농부 이야기지요.
이 고사 바로 뒤에 나오는 『한비자』의 뒤 글귀는 이렇습니다.
“많은 사람이 옛날로 회귀하자고 주장하고, 과거의 정치제도를 사용하자고 한다. 오늘에 맞지 않는 정치 제도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나무 기둥을 지키는 농부와 같은 부류다(皆守株之類也).”
결국 ‘과거에 매달리지 말고 혁신하라’는 뜻입니다.
 
현대 중국의 교육학자이자 사상가인 차이위안페이 (蔡元培· 채원배·1868~1940)는 ‘수주대토’의 원뜻을 설명한 뒤 ‘여시구진(與時俱進)’이라는 말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가 1910년대 쓴 『중국이론학사(中國理論學史)』에 등장한 말입니다.
‘시대 조류에 맞춰나가자’는 뜻이지요.
그는 “현재 중국 사조는 낡아 허물어져가는 것을 부둥켜 안고(抱殘守缺), 스스로 고립돼 전진이 없다(固步自封)”며 “서양 학문을 적극 배워 시대 조류에 맞춰 전진하자(與時俱進)”고 했습니다.
 
[與時齋여시재]란 공자의 익괘 해석에서 나온 말이기도 합니다.
與時俱往, 吉無不利라는 말이 있습니다.
”시대와 함께 간다. 시대와 함께 하여 길하지 않은 것이 없다.”라는 의미입니다.
주역(周易)에 “익”이라는 괘가 있습니다.

공자는 익괘를 풀이하기를 “바람처럼 움직여서 앞으로 나아감이 끝이 없고, 하늘은 베풀고, 땅은 생산하니 사방에서 유익함이 일어난다. 무릇 유익한 길은 시대와 더불어 함께 가는 것이다”라고 해석했습니다.
 
우리는 시대를 어깨에 짊어지고 지혜를 짜내려 합니다.
옛 것에서 찾고, 미래의 나아갈 길을 열고자 한다면 마땅히 그 시대의 모든 사람과 함께 더욱 큰 성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입니다.
 
여시재는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시대정신을 찾고, 미래 우리 앞에 등장할 시대정신을 내다보겠습니다.

어려운 현재 상황을 극복하고 바람직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는 시대정신을 찾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겠습니다.

이것이 시대와 함께하는 집, 여시재의 꿈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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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재 운영진. (좌로부터) 조정훈 부원장, 이광재 부원장, 이헌재 위원장, 김도연 이사, 이원재 기획이사 <사진=김지영 기자>
여시재 운영진. (좌로부터) 조정훈 부원장, 이광재 부원장, 이헌재 위원장, 김도연 이사, 이원재 기획이사 <사진=김지영 기자>

우리 사회의 미래 전략을 세우는 것을 목표로 본격적인 싱크 탱크를 표방하는 '여시재'(與時齋)가 18일 서울 프레스 센터에서 기자 회견을 갖고 공식 출범을 선언했다.

'시대와 함께 하는 집'이란 뜻을 갖고 있는 여시재는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의 출연으로 지난해 12월 설립됐다. 운영진으로는 이헌재 전 부총리가 이사장으로, 이광재 전 강원지사가 부원장으로,포항대 김도연 총장 등이 이사로 포진했다.

이헌재 이사장은 이날 기자회견 모두 발언을 통해 "한국 사회가 국제정세 변화와 내부 분열로 구한말에 버금가는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식인들이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보며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절실하다"며 "여시재가 공론의 장을 펼쳐 한국 사회 미래 개척에 일조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 사회가 수동적 자세를 벗어나 동북아의 질서 형성에 주도적으로 움직이고, 더 나아가 세계 문명에도 기여해야 한다"며 "여시재가 긴 안목을 갖고 연구하며 해결책을 제시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도연 포항대 총장은 여시재가 계획하고 있는 'C-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했다. 이 프로젝트는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앞으로 100년 동안 펼쳐질 미래를 상상하며 인류에 영향을 미칠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실현시키는 것이다.

김 총장은 "젊은 과학도들로부터 경진대회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모집하고 선정된 아이디어에 대해 단계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며 실험실 수준에서 실용화까지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실시 시기는 내년 봄으로 예상하면서 인류에 기여하는 아이디어를 대한민국에서 주관해 보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C의 의미는 consensus challenges care 등등의 여러 의미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원재 기획이사는 "한국이 독자 사상이 없고 세계에 기여한바도 적다"며 "여시재는 신문명을 만들어 동서양의 지혜가 융합된 건강한 삶을 만드는데 일조하겠다"고 밝혔다.

여시재는 앞으로의 사업방향으로 '동북아와 새로운 세계질서', '통일 한국', '도시의 미래' 등 세 가지를 내걸었다.

이를 위해 미래 인재 양성과 기존의 연구소 등과의 네트워크를 통한 연구 및 해결책 제시를 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10월에는 한중일 3국을 비롯해 미국과 러시아의 유력 인사들이 참석하는 포럼을 출범시켜 동북아의 바람직한 미래에 대한 컨센서스를 형성하는 작업을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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