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출간기념회 열려···원자력계 과학자들, 한 뜻으로 책 출간
"고인의 열정 과학자들에게 교훈"

지난해 1월 25일 작고한 한필순 박사의 이야기를 담은 '맨손의 과학자 한필순' 출간기념회사 19일 열렸다. 이날 저녁은 고인이 즐겨 먹은 냉면이 준비됐다.<사진=김지영 기자>
지난해 1월 25일 작고한 한필순 박사의 이야기를 담은 '맨손의 과학자 한필순' 출간기념회사 19일 열렸다. 이날 저녁은 고인이 즐겨 먹은 냉면이 준비됐다.<사진=김지영 기자>
"오늘 저녁은 냉면이로구려. 한필순 박사가 냉면을 참 좋아했었는데.."
 
흰 육수와 고명이 가지런하게 올려진 냉면 한 그릇이 나오자 노신사의 표정이 숙연해졌다. 정성스럽게 삶아진 냉면 한 젓가락에 故한필순 박사(전 한국원자력연구소장)와의 추억이 떠오르는 듯 연구소 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바로 옆 테이블에서도 그 옆옆 테이블에서도 마찬가지. 어린 소년시절, 공군 사관학교 시절, ADD 연구소 시절, 한국원자력연구소 시절 등 각자 다른 시대를 회상하고 있지만 이야기 속에 한필순 소장이 있었다. 그는 동료들 사이에서 누구보다 호기심 많고 애국심 강한 한국의 과학자로 살아있었다.
 
지난 2015년 1월 25일 작고한 한 박사의 이야기를 엮은 책 '맨손의 과학자 한필순' 출간기념회가 19일 저녁 서울 한식문화원에서 열렸다.

이 책은 한 소장이 세상을 떠난 후 출간된 두 번째 책이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언론사에 게재했던 글을 중심으로 고인을 그리워하는 동료들의 글을 담아 그의 인생에 소중했던 일곱가지 이야기를 수록했다.(첫번째 책 '하루살이 번영'은 지난 2월 출판된 바 있다.)
 
이날 출간기념회는 한 개인이 아니라 유가족과 고인을 기리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의 바람이 모아져 열린 행사다. 어린 시절 친구, 직장동료, 지인 등 약 200여명의 사람들이 모였으며, 유가족들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늦은 저녁 귀한 발걸음을 해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이날 출간기념회에는 약 200여명의 관계자가 자리했다.<사진=김지영 기자>
이날 출간기념회에는 약 200여명의 관계자가 자리했다.<사진=김지영 기자>
출간기념회는 이기복 원자력연 정책연구부장의 사회로 지인들의 고인 회고와 인사말 등으로 진행됐다.
 
이종민 한동대 교수는 한 소장과 ADD, 원자력연 등에서 같이 연구한 후배다. 한 박사가 수류탄과 철모, 식량 등 연구개발을 고민했던 일화와 함께 진행했던 프로젝트 에피소드를 풀어놨다. 그는 회고 마지막에 "한 박사님이 제 곁에 가까이 계실 것 같은데 그 분을 회고한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휴대폰 속에 남겨진 한 소장님과의 마지막 통화버튼을 누르면 이내 '이 박사'라며 부르실 것 같은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 소장의 리더십으로 한국에 돌아와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는 김종경 원자력연 원장도 이날 자리를 함께 했다. 그는 "한 소장님의 강력한 리더십에 30년 전 원자력연에 첫 발을 들였다"며 "한 소장님이 원자력연 고문으로 계실 때 1~2 주일에 한 번은 꼭 뵈었다. 당시 연구원의 역사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진두지휘하셨는데 대단한 열정과 리더십, 변함없는 애국심은 여전히 우리들 가슴에 영원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출간기념회를 앞두고 고인을 찾아뵌 참석자도 있었다. 이기복 부장은 "오늘 사회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고 엊그제 한 소장님이 계신 묘 참배를 다녀왔다. 양지바른 매봉산 중턱에서 편히 계셨다"며 "원자력연 고문으로 계실 때 자주 찾아뵈었었는데, 김종경 원장님과 우리나라가 기술발전 이룩과 세계 리더가 되기 위해 열정적으로 대화를 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고인을 추억했다.

고인의 어린시절 친구이자 연구동료였던 김원영 원광대 차세대 방사선 산업기술 지역혁신센터 고문과 이병직 전 석유공사 회장 등이 한 소장과의 추억을 회고하며 그를 추억했다.
 
행사 마지막에는 고인이 생전 즐겨먹었다는 냉면과 빈대떡 등이 식사로 준비됐다. 식사를 하는 동안 계속 비춰진 스크린에는 고인이 생전 촬영한 인터뷰 영상이 흘렀고, 참석한 200여명의 사람들은 고인을 추억하고 기리며 냉면 한 그릇을 비워냈다.

출간기념회 스크린 영상 속 고인의 인터뷰 모습.<사진=김지영 기자>
출간기념회 스크린 영상 속 고인의 인터뷰 모습.<사진=김지영 기자>
 

출간기념회 모습.<사진=김지영 기자>
출간기념회 모습.<사진=김지영 기자>
한필순 박사는 한국형 원자로 설계기술과 중수·경수 핵연료 기술을 완전 자립화시킨 과학자다. '원자력 발전기술의 자립화'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던 시절 가장 먼저 핵연료 기술 자립을 외치며 첫 원자력 발전기술 자립의 모태가 됐다. 원자로 설계기술 독립을 여러 가지 악조건에서 성공적으로 추진한 맨손으로 우리 것을 이뤄낸 원자력계 대부다.
 
한 박사가 원자력 기술 자립화를 위해 해외로 떠나는 과학자들에게 '必 설계기술 자립'이라는 액자를 들고 만세삼창을 외치며 "실패하면 돌아오지 말고 태평양에 빠져 죽으라"고 말했던 어록은 너무 잘 알려진 일화다.
 
은퇴 후에도 대한민국 원자력 미래를 고민하고 설계하는 원로로 원자력 연구기록사업과 원자력 기술자립화 회고 작업에 열정을 쏟았다. 떠나기 바로 전 날까지 연구원 집무실에서 저녁까지 회고록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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