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협력재단, 2013년부터 '원자력 글로벌 인턴십' 운영
대학원생, IAEA·OECD 원자력위원회 등 파견 프로젝트 참여활동

"해외 인턴십을 하면 무조건 성공이라고요? 제가 해외 무대에서 인턴을 하며 느낀 것은 세계는 넓다는 것입니다. 청년들이 글로벌 인턴십이라는 이름에만 심취하거나 경험에만 만족하지 않고 세계무대에서 더 큰 기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적극적으로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2013년 원자력 글로벌 인턴십 1기 윤석령 씨는 오스트리아에 있는 IAEA(국제원자력기구)에서 5개월간 인턴으로 근무했다. 그가 근무한 부서는 'Safeguard'로 IAEA 회원국들이 공유한 핵시설 정보의 신뢰성을 평가하고 사찰관이 정확한 측정을 할 수 있도록 여러 기술 지원을 하는 곳이다.

윤석령 씨는 사찰관들이 현장에서 사용할 소프트웨어와 장비를 테스트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그는 개발된 검출기를 이용해 모듈을 만들고 개발자들을 초청해 측정 시연회를 하면서 국제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꼈다.
 
그는 인턴 생활을 통해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업무 환경에서 필요한 자질을 배웠다는 것이 가장 큰 이득이라고 말했다. 인턴 생활이 끝난 후 2013년 12월부터 그는 IAEA의 정식 직원으로 채용돼 시스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해외 경험을 쌓으며 전문성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에 원자력 공학 분야의 석사 프로그램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윤석령 씨는 IAEA(국제원자력기구) 인턴십 활동을 하며 여러 회의에 참석했다. <사진=윤석령 씨 제공>
윤석령 씨는 IAEA(국제원자력기구) 인턴십 활동을 하며 여러 회의에 참석했다. <사진=윤석령 씨 제공>
우리나라 청년들이 다양한 인턴십에 참여하고 있는 가운데 원자력 관련 실무를 경험하는 '원자력 글로벌 인턴십'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정부 차원에서 해외 인턴십 지원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원자력 분야의 공식 인턴십 프로그램은 그동안 전무했기 때문이다.

원자력 글로벌 인턴십 사업은 원자력계 진출을 희망하는 대학(원)생과 신진 종사자를 대상으로 국제기구 및 해외연구기관에 파견해 현장실무 경험과 국제역량개발을 동시에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한국원자력협력재단과 미래창조과학부의 주관·후원으로 2013년부터 시작돼 현재 4기 인턴십이 진행중이다.

인턴십 참여자들의 전공은 원자력공학·원자핵공학·재료공학·물리학·화학공학·에너지공학 등 다양하다. 2015년부터는 학생 이외에 신진종사자로 확대돼 한국수력원자력 등에서도 참여했다.

총 4단계를 거쳐 선발된 1기 9명, 2기 11명, 3기 9명의 학생들은 IAEA(국제원자력기구), ANSTO(호주 원자력과학기술연구소), OECD/NEA(경제협력개발기구 원자력위원회), 미국 대사관 등으로 파견돼 5~6개월간 근무했다.

IAEA, OECD/NEA, ANSTO 파견된 학생들은 각각 원자력발전·안전기술 관련 연구개발 프로젝트, 국가별 원자력 현황조사·국제 원자력 연구개발 세미나 진행, 연구조교로 연구프로그램 등에 참여한다.

2014년도 파견자 중 일부는 IAEA 총회에서 한국기술전시관 홍보요원 업무를 수행하는 등 국제협력 관련사업에 참여했다. 또한 1·2기 IAEA 인턴들은 기관으로부터 파견기간 연장 요청을 받기도 했으며 1기 ANSTO 인턴 중 한 명은 국제 SCI공동저자로 참여하는 성과를 거뒀다.

파견자들의 원활한 현지적응을 위해서는 멘토-멘티가 지정된다. 윤석령 씨도 IAEA에서 현지 멘토로 활동한 바 있다.

윤석령 씨는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과 교육 시스템은 원자력 강대국들에 뒤지지 않는 반면 세계에서 활동하는 국내 고급 인력들의 위상은 아직 부족한 것을 느낀다"며 "해외 파견과 교육이 뒷받침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영어가 모국어이지 않은 이상 국제 기구에 근무하는 모든 이들에게 영어는 평생 숙제"라며 "실력이 부족해도 영어에 겁을 먹지 않고 준비했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덧붙였다.

비엔나 쇤부른 궁전. 윤석령 씨는 인턴 생활을 하며 비엔나의 여러 공연장에서 열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뮤지컬과 오페라 등을 즐기기도 했다. <사진=윤석령 씨 제공>
비엔나 쇤부른 궁전. 윤석령 씨는 인턴 생활을 하며 비엔나의 여러 공연장에서 열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뮤지컬과 오페라 등을 즐기기도 했다. <사진=윤석령 씨 제공>
◆ 원자력 인턴 프로그램 그간 성과와 과제는?

2015년 기준으로 인턴십 수료자 총 21명 중 8명이 국내·외 대학으로 대학원 과정에 진학했다. 6명은 IAEA 정규직, 한국수력원자력, 한국환경기술원, 아랍에미레이트원자력공사(ENEC) 등 원자력 유관 기관으로 취업했다.

국내에서는 원자력 인력의 은퇴와 원자력계 유입 기피현상이 생기면서 신규인력의 유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원전 수출이 시작되면서 해외로 파견할 인력양성이 큰 과제로 부상했다.

주요 원자력 선진국들은 국제기구 인턴십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차세대 원자력인력이 현장 실무역량과 국제역량을 강화하는 것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원자력계 대학(원)생 대상 국제기구 인턴십 파견을 정기적으로 운영한다.

우리나라도 정부차원의 인력양성 지원 정책을 꾸준하게 확대하고 있지만, 대부분 일회성 성격의 프로그램이어서 학생들의 지속적인 역량 개발에는 한계가 있다.

원자력 글로벌 인턴십 사업은 인력양성이라는 중·장기적 목표로 최소 10년 이상 추진해야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이다.

박진선 원자력협력재단 사무총장은 "앞으로 신규 프로그램과 참여 기관을 발굴하고 지원대상의 범위를 넓혀 프로그램의 양적인 확대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인턴십 복귀 후 파견자들간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원자력 인턴십 클럽' 등을 통해 질적 확대도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윤석령 씨와 나눈 인턴십 생활 이야기다.

Q. 기억에 남는 근무 경험은?
A. 개발된 소프트웨어 및 장비를 테스트하면서 IAEA 외부 기업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제가 담당했던 프로젝트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로그램을 직접 사용하면서 불편하게 느꼈던 점들이나 시스템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부분을 개발자에게 보고하면 그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새로운 버전으로 프로그램이 업데이트가 될 때마다 사찰관들의 손쉬운 사용을 위해 소프트웨어를 다듬어 가고 있다는 보람을 느꼈습니다. 또한 새로 개발된 검출기를 이용해 모듈을 만들고 개발자들을 초청해 새로운 모듈로 측정 시연회를 할 때에는 국제 전문가로서 활동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느껴졌습니다.

Q. 업무 외 활동은 무엇을 했는지?
A. IAEA가 위치해 있는 Vienna International Centre(VIC)내 파티 룸에서는 팀·부서 또는 기구 전체에서 주관하는 크고 작은 파티가 열립니다. 여기서 참여해 다른 팀들과 어울리기도 하고 VIC 내 있는 여러 클럽에 참여하면서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과 취미를 공유했습니다. 여름에는 운동과 관련된 클럽들이 활성화 되는데 저는 세일링 클럽에서 활동하며 도나우 강에서 정기적으로 세일링을 했었고 수영하는 것을 좋아해 오픈 워터 스위밍 클럽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Q. 인턴십을 통해 가장 도움이 된 것은?
A.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국제 업무 환경에서 필요한 자질을 갖출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국제기구에서는 다양한 국적을 가진 사람들과 일을 하는 만큼 서로의 문화나 업무 방식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매우 중요합니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 업무 방식이 맞지 않거나 문화적으로 상충되는 부분이 있을 때 자신의 의견을 부드럽게 전달하고 효율적으로 문제를 처리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Q. 인턴십에서 만난 여러 나라 인턴 또는 학생들에게서 배울 점은?
A. 서로 다른 국적과 다른 문화를 배경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인생에서 어떤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었고 여가, 가족 그리고 자신의 경력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 있는 삶을 살아가는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Q. 인턴을 하면서 새롭게 느낀 점은?
A. 국제기구에서는 특히 더 적극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리나라와의 업무 환경과 달리 새로 입사한 사원들에 대해서 동료들이 보통 큰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같은 팀원들과 어울리려고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저에게 주어진 일 이외에도 동료들을 도와주려고 노력하는 업무 태도를 통해 동료들과 상사들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Q. 현재 참여하는 학생들과 앞으로 참여할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주자면?
A. 단순하게 국제기구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다는 경험에 만족하는 것보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시야를 넓히면 이를 바탕으로 훨씬 더 많은 발전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제 원자력 기구에서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중요한 목적은 젊은 인재들이 배양한 역량을 국제 원자력계에 공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진로 개발에 기여하기 위한 것입니다. 현재 위치에 안주 하는 것보다 평소 작은 노력들을 통해 더 큰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추가적으로 하고 싶은 말
A. 해외, 국제기구, 그리고 인턴십이라는 단어에 너무 심취해 있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물론 지원자 중에서 우수한 인력이 선발되어 파견되지만 인턴십 선발을 인생의 큰 전환점으로 여기거나, 성공과 동일시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생각인 것 같습니다. 제가 일을 시작하면서 가장 처음 느낀 것은 '수천 명이 근무하는 이 큰 조직에서 나는 정말 작은 사람이구나'라는 것 입니다. 항상 적극적으로 일하고 배우려는 자세로 인턴십 활동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IAEA(국제원자력기구) 중앙 분수대를 배경으로 윤석령 씨의 모습 <사진=윤석령 씨 제공>
IAEA(국제원자력기구) 중앙 분수대를 배경으로 윤석령 씨의 모습 <사진=윤석령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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