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조직·평가·성과·국제협력의 글로벌화 제시

조무제 前 UNIST 총장이 23일 제5대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임기는 향후 3년 간이다. 

23일 취임한 조무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사진=한국연구재단 제공>
23일 취임한 조무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사진=한국연구재단 제공>
조무제 이사장은 취임식에서 연구재단을 글로벌 최고의 연구지원 기관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제도의 글로벌화 ▲조직의 글로벌화 ▲평가의 글로벌화 ▲성과의 글로벌화 ▲국제협력의 글로벌화 등 5G 정책을 강력히 펼쳐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경남 사천 출신의 조무제 이사장은 경상대 농화학 학사, 서울대 농화학 석사, 미주리주립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 이사장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UNIST 총장, 경상대학교 총장 등을 역임했다.    

한국연구재단은 한국연구재단법에 따라 한국과학재단, 한국학술진흥재단, 국제과학기술협력재단이 통합돼 지난 2009년 6월 26일 출범했다. 정부 R&D 예산의 1/4인 4조 5천억 원을 지원·관리·집행하고 있는 국내 최대 연구지원 전문기관이다.

아래는 취임사 전문.

안녕하십니까?  조무제입니다.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제가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되어 어깨가 무겁습니다. 무한한 책임감도 느끼고 있습니다.

바쁘신 일정에도 불구하시고 저의 취임을 축하해 주시기 위해 자리를 함께 해 주신 이사님들과
직원 여러분들께 먼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오늘 아침 연구재단 정문을 들어오는데 오랜만에 친정에 오는 기분이었습니다.

저는 연구재단의 지원을 가장 많이 받은 사람 중 한 사람입니다. 제 1기 해외 포스트닥을 시작으로 SRC, NCRC, BK, G7, 목적기초, 선도과학자 사업 등 연구재단에서 지원하는 거의 모든 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연구재단의 홍보맨을 자처해 왔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나라는 반세기 만에 1인당 국민소득 70달러의 세계 최빈국에서 2만 8천불의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라는 기적을 창출했습니다. 이는 과학기술 우대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한 리더십과 과학기술계 종사자들의 열정과 헌신이 기여한 바 큽니다. 우리 연구재단의 역할 또한 적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그 동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R&D예산을 매년 10% 이상씩 증가시켜 2007년  10조 8천억 원이던 것을 2016년에는 19조 9천억 원으로 두 배로 늘렸습니다. GDP 대비로는 세계 1위이고 규모로도 미국, 일본, 중국, 독일, 프랑스에 이어 세계 6위입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경쟁력도 양적으로는 세계 10위권으로 발전했습니다.

하지만 질적으로는 아직 선진국의 70-80%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정부 지원 R&D의 성공률이 미국이 20% 이하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80% 이상이고 취득한 특허의 70% 이상이 장롱 특허라는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 정부 R&D 예산의 1/4인 4조 5천억 원을 지원, 관리, 집행하는 우리 연구재단도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한국연구재단이 창의적 연구와 글로벌 인재양성 지원을 목적으로 새롭게 출범한 지가 7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국민행복과 미래창조를 선도하는 연구지원 글로벌 리더를 비전으로 연구자 중심의 창조적 연구환경 조성, 연구지원·관리체계의 고도화, 연구성과와 지식의 사회적 확산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습니다만 아직 정부뿐만 아니라 수혜자들도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지금 세계는 디지털 기반의 초 연결사회에 의한 4차 산업혁명이라는 대 변혁을 맞고 있습니다. 기초연구 기반이 튼튼해야 새로운 변혁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습니다.

한국연구재단이 4차 산업혁명에 효율적으로 대비하고 미래의 노벨상을 배출할 수 있는 창의적 기초연구 환경 조성에 앞장서야 합니다. 

최근 중국의 발전 속도가 무섭습니다. 우리의 최대 강점 분야인 ICT 분야도 중국이 이미 우리나라를 추월했다는 일부의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 심천이 미국 실리콘밸리를 능가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도 합니다.

40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연구재단도 그 간의 정책을 다시 한 번 되돌아 보고 First-Mover형 연구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과감히 선도해야 합니다.

매년 연말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면 과학기술 정책과 연구비 지원 패러다임의 변화가 없이는 우리나라가 노벨상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비판이 뒤따릅니다.
                  
지방 고등학교와 지방대학을 졸업하고도 청색 LED 개발로 2014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일본의 나카무라 슈지 박사는 0.1%의 가능성에 도전한 결과라고 말했습니다. 30년 이상 말라리아 치료제 개발에 매달려 개똥쑥에서 아르테미시닌(Arteminisinin)을 개발해 201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중국의 투 유유의 사례에서 보듯이 우리나라도 기초분야 연구비 지원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노벨상을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연구재단이 젊고 창의적인 인재들을 발굴해 평생 동안 한 우물파기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저는 UNIST 초대와 2대 총장으로 8년간 일했습니다. 총장 한 명으로 출발한 대학이 개교 6년 만에 글로벌 대학이 되었습니다. 2차전지 분야 연구 경쟁력은 MIT, Stanford와 함께 세계 Top3로 평가 받고 있고, 엘스비어 제공 최근 5년간 상위 10% 논문 비율도 Caltech, Havard에 이어 세계 3위에 올랐습니다.

저는 개교하면서 “인류의 삶에 공헌하는 세계적 과학기술 선도대학”이라는 비전과 “2030년 세계 10위권 대학 진입”을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전 강좌 영어강의, 토론식 수업, 2개 이상 전공이수 의무화를 통한 창의, 융합, 글로벌화 교육과 연구 분야의 선택과 집중이라는 구체적인 실천전략도 제시했습니다.

어떤 조직이든 확고한 비전과 목표 하에 구체적인 실천 전략과 방법을 수립하여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성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UNIST에서의 경험을 연구재단에서도 다시 한 번 살려보고 싶습니다.

저는 오늘 한국연구재단을 글로벌 연구 지원 전문기관으로 발전시키겠다는 NRF 5G 정책 추진을 선언합니다.

제도의 글로벌화, 조직의 글로벌화, 평가의 글로벌화, 성과의 글로벌화, 국제협력의 글로벌화가 5G입니다.

한국연구재단이 미국의 NSF나 독일의 DFG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연구지원 기관으로 성장 발전하도록 저의 모든 열정을 쏟겠습니다.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 학문분야 간 균형 발전과  다양한 융합연구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대학재정 지원사업도 현장에서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하고 정부와 협의해 제도의 보완과 개혁 방안을 찾도록 하겠습니다. 합리적인 인사, 노무, 교육체계 도입과 대화를 통한 열린 행정으로 직원들의 참여 의식과 자긍심을 고취시켜 NRF를 일하고 싶은 직장으로 만드는데 앞장서겠습니다.  

어떤 정책도 기관장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없습니다. 모든 구성원들이 다함께 정책을 공유하면서 뜻과 지혜를 모우고 힘을 합해야 가능합니다.

이번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직이 저에게는 공직자로서 마지막 봉사의 기회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과 학문 발전, 그리고 우리 한국연구재단의 글로벌화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을 다시 한 번 약속드립니다. 우리 다 함께 뜻과 지혜를 모아 새로운 한국연구재단, 글로벌 한국연구재단을 만들어 갑시다.

여러분들의 많은 도움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조 무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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