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간 '영어글쓰기' 강의 서용재 UST 교수···"공부할 때 행복해"
공부법이 곧 교수법···능동적 학습 이끄는 강의 진행

어떻게 기억을 불러올까? 복습은 어떻게 할까? 뇌는 어떻게 작동할까? 
 
"저는 이런 원리들을 모르고 그동안 공부했어요. 그리고 20년 동안 스스로 공부법을 찾아왔죠. 자기 자신이 공부법을 모르면 상대방을 가르치는 것도 어렵습니다. 공부법이 곧 교수법이에요."
 
서용재 교수(한국지질자원연구원 소속)는 UST에서 논리적인 영어 글쓰기, 철학으로 배우는 생각테크 등의 강좌를 진행하는 교수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영어논문작성법과 논리적인 영어 글쓰기를 주로 가르쳐왔다. 그는 전공과목보다 영어 글쓰기 강의에 더 큰 애착을 가지고 있다.
 
서 교수가 영어 관련 강의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미국에서 3년간 박사후과정을 지내면서 겪은 영어로 인한 고통과 실패 때문이다. 그는 "영어가 부족하니 6개월이 지나도 연구에 진척이 없었고 데이터를 가져오라는 교수님의 독촉이 두려웠다"고 회고했다.
 
영어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실감한 그는 영어를 통달하기 위해 부단히 공부했고, 다양한 노력 끝에 영어공부에 대한 깨달음을 조금씩 얻어갔다.
 
"저는 공부하고 책을 읽을 때 정말 즐겁고 행복합니다. 제가 이상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게 정상이더군요. 공부를 하면 세로토닌이 나오니까요."
 
그는 공부를 즐긴다.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처럼 교수가 되어서도 즐겁게 공부하다 보니 그만의 교수법을 찾게 됐고 그의 수업은 학생들에게도 인기가 좋다.

서용재 UST 교수. 그는 논리적인 영어 글쓰기, 영어논문작성법 등 영어강좌를 진행한다. <사진=한효정 기자>
서용재 UST 교수. 그는 논리적인 영어 글쓰기, 영어논문작성법 등 영어강좌를 진행한다. <사진=한효정 기자>
 
◆ 모든 답은 '책'에 있다···그가 찾은 교수법의 3원칙
 
서 교수는 영어를 비롯해 교수법 공부에도 손을 놓지 않는 교수 중 한 명이다. "학생들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왜 배우려고 하는지,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를 고민한다"고 말하는 그는 "내가 알아야 가르칠 수 있다는 생각에 늘 공부하며 교수법의 답은 결국 책에서 오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논문 이외에도 논어 등의 고전과 교육 관련 신간 책·잡지·동영상·교수법 강의 등을 통해 우수한 교수법을 공부한다. 이렇게 배운 새로운 교수법을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적용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만들어 낸다.
 
서 교수의 교수법에는 3가지 원칙이 있다. 능동적인 학습(active learning), 의식적인 연습(deliberate practice), 열정과 내적 동기(passion and self-motivation)다.
 
능동적인 학습은 학생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과 가르치는 방법을 배우게 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에 따라 서 교수의 수업은 토론이 중심이 되며 교수 혼자 필기를 하는 것은 지양한다.

그는 "책이 곧 선생님이고 교수는 학생에게 모르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존재한다"며 "내 수업에서 학생들은 과제에 대한 답을 책에서 직접 찾고 친구들 앞에서 설명한다"고 말했다.
 
학생이 설명을 하면 서 교수는 이에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에너지 보존법칙은 뭐지? 그럼 에너지는 뭘까?" 질문을 하다보면 학생이 모르는 곳까지 다다른다.

서 교수는 "마치 레고를 다 풀어 헤치고 제대로 다시 쌓아가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학생 역시 공부할 것에 대해 질문, 즉 '자기 생각'을 수업 때 준비해 와야 한다.
 
의식적인 연습은 '학이시습(學而時習)'에 해당한다. 공부에 습관이 들지 않은 학생들은 학습법의 원리를 알 때까지 계획적으로 반복해야 한다. 서 교수는 "읽기를 할 때 의심되는 것들에 질문을 하거나 주요 포인트를 세 개 이상 생각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가 추천하는 의식적인 연습을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발표'다. 그는 영어수업과 전공수업 모두 학생들에게 발표를 시킨다. 배운 것을 발표하면서 좋은 논문이 만들어진다는 생각이다.

2008년 6월 마지막 수업시간에 학생들의 발표 모습 <사진=서용재 교수 제공>
2008년 6월 마지막 수업시간에 학생들의 발표 모습 <사진=서용재 교수 제공>
◆ "됨됨이 훌륭하고 행위 바른 젊은이 되도록 교육하자"
 
그는 "학생들에게 전해주는 내용은 많지만, 반드시 가져가야 할 세 가지를 꼽자면 과학적 방법(Scientific method), 글쓰기 법, 독서이며 그 중 독서는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독서를 해야 글을 쓰고 의사소통을 하고 아이디어를 형상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학습법을 가르쳐주는 것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마음에 불을 지펴주는 것도 교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학생들에게 "노벨상에 연연하지 않고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갔으면 좋겠다. 그 연구의 주제는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이면서도 세상에 도움을 주는 방향성 있는 연구여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서 교수는 '학문이란 사람 됨됨이가 훌륭하고 행위가 바른 것'이라는 공자의 말을 빌려 "교수들도 바른 젊은이를 양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하나를 가르치더라도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가르치는 사람이 공부해야 한다"라고 재차 학습을 강조했다.[헬로디디·대덕넷]

2010년 6월 종강하는 날 학생들과 함께 찍은 사진 <사진=서용재 교수 제공>
2010년 6월 종강하는 날 학생들과 함께 찍은 사진 <사진=서용재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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