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국회의원들 24일 표준연에서 연구자와 만남 시간 가져
"기타공공기관 제외·PBS·과도한 감사·포스닥 비정규직 구분 등 애로 호소"

안철수 대표를 비롯해 김경진 의원, 신용현 의원, 오세정 의원 등 국민의당 국회의원들이 연구현장을 찾고 연구자들의 의견을 들었다.<사진=길애경 기자>
안철수 대표를 비롯해 김경진 의원, 신용현 의원, 오세정 의원 등 국민의당 국회의원들이 연구현장을 찾고 연구자들의 의견을 들었다.<사진=길애경 기자>
"국정감사 시즌만 되면 개개의 정부출연기관 감사를 하는데 이것이 꼭 필요한지 묻고 싶다. 국가발전을 위해 만들어진 과학기술 정책과 국민세금이 제대로 운영되고 쓰이지는 알고 싶다면 출연연보다 상위기관인 미래부와 연구회에서 요청한 자료 목록만 봐도 실적챙기기에 얼마나 급급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효율적인 감사가 무엇인지 고민해 달라. 연구현장은 행정업무로 너무 힘들다."(출연연 책임 연구원)

"출연연에 처음 오니 보고서, 회의 자료 만드는 일이 너무 많아 연구에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었다. 또 평가를 받기 위해 논문은 써야 하는데 제대로 된 연구가 이뤄지지 못하니 논문 질도 떨어지는게 당연하더라."(출연연 신진연구자)

"지난해와 올해 미래부의 지침을 보고 연구현장에서 유행하는 말이 있다. '미래부 미친거 아냐'라고. 포스닥은 비정규직으로 구분하고 100만원 이상 장비는 1년전에 구매계획서를 올려야 하고 3년내에 실현가능한 과제만 하라고 한다. 연구자들이 어떻게 연구를 할 수 있겠는가."(출연연 중견연구자)

연구현장을 찾은 국회의원들을 향한 정부출연기관 연구자들의 목소리다.

안철수 대표를 비롯해 김경진 국회의원, 신용현 국회의원, 오세정 국회의원 등 국민의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24일 오후 4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대회의실에서 정부출연기관 연구자들과 만남을 갖고 과학기술분야 현장의견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만남에서 연구자들은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출연연 정체성 명시) ▲지속가능한 국가 과학기술정책의 수립과 유지(단임제 정부제도의 폐해 대응방안 마련, 행정기구의 과학기술 전담기능 회복) ▲연구현장의 유연성과 자율성 확보 저해요인 제거(기타공공기관 지정 문제 해소, PBS제도 적용 폐해 제거) ▲연구 몰입환경 조성 촉진(정년 환원, 과학기술공제회 연금제 보완, 정년환원 없는 임금피크제 강요에 따른 연구현장 사기저하 해소) ▲우수인력의 유지와 유치 등을 제안했다.

연구자들은 매 정부마다 성과중심의 정책으로 연구현장을 옥죄고 있다고 한목소리로 호소했다.

출연연의 A 박사는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은 늘지만 정책은 정권이 바뀌는 5년마다 달라진다. 그리고 연구성과는 3년 속도전으로 현장에서는 어려움이 많다"면서 "이런 상황이 정권마다 계속되는 게 현실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과기정책은 10년, 20년은 보고 갈 수 있도록 미래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출연연의 B 박사는 "기술이 쌓이기 위한 축적의 시간이 필요한데 정권이 바뀌고 원장이 바뀌면 기관의 정책도 달라진다"면서 "이는 결국 출연연의 거버넌스와 자율성과 직결된다. 출연연의 기관장도 전문성을 가진 인력이 올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역설했다.

인력 확보의 어려움도 다수 나왔다.

출연연 C 책임 연구원은 "과제를 수주하면 예산은 있는데  PBS 제도, 비정규직 제도 등으로 연구할 인력은 뽑을 수가 없다. 그러니 예산의 상당수가 장비 등 하드웨어 구입에 사용된다"면서 "4차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인력을 양성하고 연구를 진행해야하는데 인력부족으로 연구개발의 다양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특히 포스닥을 비정규직으로 분류하면서 연구지속성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포스닥은 연구를 같이하며 이후 과학기술 주역으로 일할 인력인데 현재 제도에서는 포스닥이 일할 곳이 없다. 매년 2000여명의 이공계 박사를 양성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이 일할 곳은 마련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출연연의 D 박사는 "미래부에서 지침이 내려오는데 정말 어이없다. 포스닥 인력을 보고하라고 하더니 지난 1월부터 포스닥을 뽑지 말라고 지시가 내려왔다. 비정규직 숫자를 줄이기 위함"이라면서 "이들이 나가면 채울 인력도 없다. 포스닥은 정작 갈 곳이 없어 해외로 나가는 상황인데 외국에서는 이들에게 연구비를 받아가지고 오라고 한다. 누군가 해결해야하는데 여전히 해결이 안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출연연의 E  박사는 출연연의 인력 구조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출연연이 늙어간다는 언론 보도가 있는데 박사, 포스닥까지 마치고 오면 빨라야 30대 초반 아니면 30대 후반이 될수도 있다"면서 "이런 현실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출연연이 늙어가고 있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 포스닥을 비정규직을 분류하면서 이런 현상이 더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후안정의 불안함도 제기됐다. 연구자들에 의하면 과학기술공제회에서 연금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연구자들이 낸 금액을 나눠서 받는 형태에 불과하다.

출연연의 F 선임연구원은 "과기연금은 2008년에 발족됐다. 당초 보장된 연금 이율은 6%였으나 지금은 3.8%로 떨어졌다"면서 "연구자들이 20~30년 근무했을 때 안정된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는 구조로 가야 연구몰입도도 높아지는데 지금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문제를 꼬집었다.

그는 이어 "과학자들의 연금도 평생연금으로 업그레이드 되어야 한다. 이런 안정적인 제도들이 마련되고 정책이 이뤄질때 과학기술도 지속되며 축적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연구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지 답은 있지만 정부는 출연연 현장의 변화만을 요구하고 있다. 법령, 정책, 제도 등 정부가 풀어야 할것은 정부에서 적극 해결하며 연구현장의 변화를 요구하는 선순환적 구조로 가야한다"고 제안했다.

현장의 의견에 대해  오세정 의원은 "현장의 의견 중 다수는 맞다고 본다. 그런데 문제들이 하나, 둘 떨어져 있지않고 실타래처럼 엉켜있다. 지금 상태로 계속가면 과학기술분야는 물론 우리나라도 5년안에 망가질 것"이라면서 "연구 현장에서도 자신의 이익보다 국가의 이익을 위해 변화의 방향을 잡고 가야한다. 바라기만 한다는 인식보다 내부적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정부의 변화를 촉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꼼꼼하게 메모 한 신용현 의원은 "출연연의 기타공공기관제외 안은 오 의원께서 두달전 발의한 상태다. 정치차원에서도 적극 노력할 것"이라면서 "금방 답이 나오지 않겠지만 정치권에서 필요한 부분은 적극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경진 의원은 2005년 대전지검에 근무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현장 애로해결에 적극 나설것을 밝혔다. 그는 "검사출신이 미방위에 오니 시비를 걸려고 하는게 아닌가 생각하는데 과기계의 원군이라 생각하고 활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안철수 대표는 국내 과기정책의 문제를 일관성 부재, 관료중심, 부처간 벽 등 3가지로 꼽으며 "알파고가 뜨니 인공지능에 투자하고 포켓몬 고가 뜨니 갑자기 그쪽에 예산을 배정한다. 한국의 연구는 유행 따라 왔다갔다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현장과 동떨어진 관료주의로 새로운 연구는 못하고 남들이 한것만 따라하게 한다. 또 연구 성공률 96%라는 부끄러운 일이 벌어지게 됐다. 부처간 벽으로 연구의 선택과 집중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으며 "이들의 근간은 축적이라는 키워드에서 찾을 수 있다. 개념설계 역량이 필요한데 이는 시행착오를 거쳐 쌓일때 다져질 수 있다.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우리사회 전반적으로 축적의 키워드가 물들수 있도록 하겠다"고 역설했다.

끝으로 안 대표는 "지난해 독일 뮌헨의 막스플랑크를 다녀왔는데 이곳은 독일의 혁신을 연구하는 곳이다. 이들은 매년 보고서를 작성해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직접 보고하고 전달한다"면서 "물리학을 전공한 메르켈 총리가 인적자원의 소중함에 공감하며 연구자들이 자발적으로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우리도 그런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고민하고 전세계적 흐름을 놓치지 않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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