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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연구장비 벤처의 반격···"세계 최고 성장세 공략"

[연구장비 국산화⑪]페르미 인스트루먼트, 푸단대 졸업생 중심으로 창업
지역대·중국과학원 등과 활발한 교류
"과학은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에게는 국경이 있습니다. 새로운 과학에 대해 알아야 국가를 더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연구장비는 각 국가별로 통제를 엄격히 하고 있기 때문에 선도 연구(Frontier research)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연구장비 개발이 필수적입니다."(제프 자오 FI 대표)

중국 상하이의 푸단대 소프트웨어파크에 입주해 있는 '페르미 인스트루먼트(Fermi Instruments, 대표 제프 자오, 이하 FI)는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연구장비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 2012년 설립된 FI는 Thermo Fischer Scientific, KLA tencor, Oxford Instruments 등 산업계에서 다년간 경력을 쌓은 푸단대 졸업생들을 중심으로 창업했다.  

FI는 표면 분석, 초고진공, 저온물리공학, 박막 증착 등의 전문지식을 기반으로 한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이면서 중국 뿐만 아니라 미국, 브라질, 독일, 한국 등으로 연구장비를 수출하고 있다.

제품 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된 서비스나 통합시스템을 학계와 R&D 기관에 제공하면서 주요 고객인 브룩헤븐국립연구소(BNL), 아르곤연구소, 보스턴대 등으로부터 우수한 성능도 인정 받고 있다.

FI를 이끄는 젊은 연구진들의 모습. 아이디어회의, 디자인 설계, 3D 프린팅 제작 등 단계별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FI를 이끄는 젊은 연구진들의 모습. 아이디어회의, 디자인 설계, 3D 프린팅 제작 등 단계별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표면처리 분야 등 강점

"전세계에는 많은 우수한 연구장비 기업이 있어 FI가 최고 기업이라고 보기에는 어렵지만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레이저분광학 관련 분야에 우수한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제프 자오(Jeff Zhao) 대표는 기업의 특징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전통적으로 저성장하는 연구장비 업계에서 FI 연구진들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움직이면서 연구개발 생산활동을 자체적으로 수행하면서 기업의 급성장에 일조하고 있다.

약 40명의 연구진은 중국과학원 물리연구소, 북경대, 칭화대 등 출신의 젊은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약 13명이 석사, 10명이 박사다. 영국의 Thermo fischer사와 같은 글로벌 기업의 R&D센터가 영국에 있어 높은 인건비가 걸림돌로 작용하는 반면, FI는 중국 현지 에서 저렴한 임금을 기반으로 고급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

젊은 연구진들은 처음 단계부터 새로운 장치를 개발한다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3D 프린터를 이용해 다양한 버전의 장치를 직접 제작하고 개선하고 있다. 실패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소모되기 때문에 디자인이나 제조 시험이 성공할 때까지 계속 도전한다.

초고진공물질(UV source)은 1명의 박사와 2명의 석사가 2년에 걸쳐 연구개발했다. 또한 분출셀(Effusion cell)은 1명의 석사와 1명의 박사가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제프 대표는 "전세계 젊은 연구자들은 대부분 급여가 높은 IT분야나 금융분야로 진출하고 있으며, 연구장비 개발은 근무를 기피하고 있는 분야"라면서 "연구장비 업계가 성장이 더딘 분야이지만 젊은 연구진을 중심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졸업생 입장에서는 중국과학원 등의 연구기관에서 연구를 지속하거나 산업체에서 첨단기술을 접목한 응용 연구를 수행하는 방법이 있는데 우리 회사는 응용 연구에서 좋은 선택"이라면서 "플라즈마 공학 전공자들이 광전자방출기를 제작하는 등 색다른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FI의 연구개발은 ▲시스템 설계·디자인 ▲설계 초안 제작 ▲프로토타입 제작 ▲제품 시험·최적화 과정으로 구성된다.   

새로운 장비 개발을 위해 다수의 파트너들과 먼저 미팅을 갖고, 어떠한 것을 개발하는 것이 적합하고 가치있는지 논의한다. 이에 대한 시장조사 이후, 가치가 입증되면 로드맵을 만든다. 기간이 얼마나 필요하며 단계는 어떻게 진행할지 구상하는 과정을 거친다.

사내 기술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도 필수적이다. 매주 회의를 통해 달성 가능한 목표를 제시하고 서로 소통하면서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기술자와 연구자는 디자인 기한을 상의한 후 제작에 들어가며, 미팅은 매주마다 있어 서로 진행상황을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FI 제품은 가격 뿐만 아니라 종합적 측면에서 전세계 최고를 지향한다. 대부분 장비 성능은 아직 미국이나 영국에도 없는 것이다. 제프 대표에 따르면 UV source는 적어도 다른 경쟁사 대비 5년 이상 앞서 있다. 

주요 제품 중 하나인 극저온 계측기(Manipulator)는 영하 268도에서 영상 150도까지 저온공정에서 성능을 낼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확보하기 쉽지 않고, 재사용시 대기중으로 손실이 발생해 가격이 높은 헬륨가스를 타 회사 제품과 달리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산화물분자선 증착 장치(Oxide MBE)의 경우에는 이 장치가 일반적으로 진공펌프, 제어기 등이 구축되어야 하기 때문에 200,000달러라는 고가의 장비인데 FI 연구진들은 압축되고, 성능은 더 높이면서 가격을 절반 수준으로 절감하는데 성공했다. 

제프 자오 대표가 초고진공 표면 분석 장치를 설명하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제프 자오 대표가 초고진공 표면 분석 장치를 설명하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 지역대 등과 직접 교류···지속적인 학습으로 신제품 개발
 

FI는 연구진의 교육을 위해 외부 전문가를 적극 확용하고 있다. 푸단대, 상하이대 등 지역 대학 교수 들이 상시적으로 사내 강연·토론에 참석하며, 대학이나 대형연구장비시설 등 장치가 설치된 현장의 교수, 학생 등 사용자의 피드백을 받아서 장치 개선이나 신제품 개발에 반영하고 있다. 

제프 대표는 "주요 고객들인 교수 또는 연구원을 초청해 매주 1회씩 회사에서 강연회를 열고 있다"면서 "젊은 연구진들이 강연을 들으면서 어떻게 장비를 최적화하고 제작할지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가령 상하이 싱크로트론가속기 사용자들로부터 장치가 뜨겁거나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의견 등을 받아 장치 개선에 반영하고 있다"면서 "푸단대에서는 몰리브덴이산화황 활성화 연구 과정에서의 필요사항 등을 반영해 산화물 분자선 증착장치를 개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FI는 정부로부터의 장비개발이나 기술 지원은 전혀 받지 않고 자체적인 연구비를 투자하고 있다. 매년 매출액의 20% 이상이다. 정부의 지분이 들어가게 되면 독창적인 연구가 어렵고, 연구개발 과정을 공유해야 한다는 생각에 약 8만 위안(한화 약 1350만원)의 특허지원비만 받아서 변리사 선임비와 절차비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연구자들의 메모.<사진=강민구 기자>연구자들의 메모.<사진=강민구 기자>

주요 연구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해마다 열리는 장비 컨퍼런스에 참가하거나 기관과의 공동과제도 다수 수행된다. 매년 7월 상하이에서 열리는 가속기 컨퍼런스에 연구진들이 참여해서 과학자들의 수요와 원하는 장비를 파악하고 있다. 칭화대, 북경대, 중국과학원 등과는 저온 공정과 같은 과학적 이론에 대한 설계와 성능검증 등을 실시하고 있다.

전세계적인 연구장비 기업들의 동향은 M&A를 통해 규모를 확장하고 있는 추세다. 독일의 스펙스(Specs)와 씨엔타 오미크론(Scienta Omicron)이 대표적인 사례다. FI는 중국 내수시장에서 각 개별 연구장비에 대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면서 향후 국제화에 나설 계획이다. 

제프 대표는 "대부분의 지역기업들은 새롭거나 미래형 기술을 개발하기 보다 배관 등 기술장벽이 낮은 부품 개발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와 달리 FI는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적어도 중국에서 표준화되어 있지 않고 신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장비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은 역사도 길고 규모도 크기 때문에 당장에 경쟁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혁신적인 장비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중국 내수시장을 선점하고, 국제시장 공략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향후 포부를 밝혔다.   

FI가 개발하고 있는 계측장치.<사진=강민구 기자>FI가 개발하고 있는 계측장치.<사진=강민구 기자>

FI가 플라즈마 기술을 통해 개발한 요소기술. LED를 대체할 만큼 빛이 강렬하고 효율은 더 높다.<사진=강민구 기자>FI가 플라즈마 기술을 통해 개발한 요소기술. LED를 대체할 만큼 빛이 강렬하고 효율은 더 높다.<사진=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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