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과학고 '2016 과학리더 기업가정신캠프' 성료
과학자, 대학 교수, 기업인, 변리사 등 총출동…"과학영재들 꿈에 한 발짝 가까이"

미래 과학리더들이 생각하는 기업가 정신이란 무엇일까? 그들이 꿈꾸는 미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해양생물학자, 물리학자, 교사, 기업인, 건축가 등 44명 미래 과학리더들의 꿈은 모두 달랐다.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 고민이라는 학생도,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아직 찾지 못해 고민이라는 학생도 있었다.

캠프가 진행되면서 그들의 지향점은 점점 닮아갔다. 자신이 노력해 쌓은 지식을 남에게 진심으로 베풀 수 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 또 그런 사람이 되는 것. 그들이 꿈꾸는 기업가 정신이자, 미래 과학리더의 모습이었다.
 
27일부터 이틀간 미래 과학꿈나무들의 기업가정신을 심어주기 위한 2016 과학리더 기업가정신 캠프. 개학을 하루 앞둔 학생들은 주말도 반납한 채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무더위가 꺾이고, 비가 보슬보슬 오던 그날의 현장으로 함께 가보자.
 
◆ "뻘짓(?)도 해보고, 맨땅에 헤딩도 많이 해보고"
 

"뻘짓(?) 많이 하세요! 지속가능한 뻘짓이 세상을 바꿉니다."<사진=조은정 기자>
"뻘짓(?) 많이 하세요! 지속가능한 뻘짓이 세상을 바꿉니다."<사진=조은정 기자>
황성재 퓨쳐플레이 이사(COO)와 한국현 삼영기계 전무는 학생들에게 기업가로서의 도전정신과 창조성을 심어줬다.
 
황성재 이사는 '발명하는 경영인'으로 유명하다. 수업보다 '공상'과 여타 취미활동으로 더 바쁜 나날을 보냈다던 황 이사에게, 고교시절 참여했던 전국 발명대회에서의 입상은 그의 인생에 큰 터닝포인트가 됐다.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인정받았거든요. 그때부터 컴퓨터를 발명의 도구로 활용해보자 생각했어요. 고등학교때 워낙 공부를 못했어요. 그래도 상대적으로(?) 수학과 물리는 잘했어요. 보세요. 다 '가'인데, 얘네들만 '양'이잖아요?(웃음) 컴퓨터공학으로 진로를 정한 후부터 매일 17시간씩 공부했죠.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나만의 철학과 비전을 가지고 미래를 내다봤어요. 남들보다 '더 주도적'으로요."
 
현재의 모습과 조금은 다른 '반전'의 학창시절을 보낸 황성재 이사는 대학 졸업후, KAIST 석박사 과정을 밟으며 '행복한' 연구원의 삶을 보내기도 했다.
 
행복한 연구원이던 그가 갑자기 창업의 길로 뛰어들게 된 데에는 그가 지향하는 '기업가 정신'의 답이 담겨있다. 그는 "내가 가진 기술을 기반으로 세상을 점차 바꿔나가고 싶었다. 그게 나의 목표다"라고 말했다.
 
질문도 이어졌다. '좋은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을 수 있느냐'는 학생의 질문에, 황 이사는 "어느 곳에 있든 발명의 관점을 가져라. 난 지하철에서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관찰한다. 또 현재의 문제보다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생각하고, 상상하고, 문제를 풀어나가라"고 답했다. 예를 들면, 무인자동차 시대가 도래한다면 '운전은 무인자동차가 하고, 나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무인자동차의 중력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까?' 하는 식의 고민이다.
 
황 이사는 "미래를 고민하는 경험은, 남들보다 한 단계 나아간 아이디어와 기술을 선점하는 기회를 마련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은 과학기술의 집약체라 할 수 있는 산업현장을 탐방하는 시간도 가졌다. 대전을 조금 벗어난 공주에 위치한 삼영기계에 대전과학고 8기 졸업생 한국현 삼영기계 전무가 기다리고 있었다. 20여년 차이 나는 선후배간의 만남이었다.

"한국현 선배님, 감사합니다!" 삼영기계 기업탐방을 마치고.<사진=조은정 기자>
"한국현 선배님, 감사합니다!" 삼영기계 기업탐방을 마치고.<사진=조은정 기자>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기업가 정신을 함양을 위해, 한 전무가 과학고 후배들에게 강조한 것은 '맨땅에 헤딩하기'와 '융합'이었다.

"KAIST 재학 시절, 지도교수님 추천으로 로봇축구대회에 참가하게 됐어요. 당시 로봇축구대회 자체가 처음 개최되었기에, 사전지식은 물론 조언을 구할 수 있는 그 누구도 없었죠. 동아리방 한쪽 구석에 쭈구려 앉아 고민만 했어요.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하기'였죠. 백지에서 시작해 완성 된 로봇까지. 지금 생각해보면 실력, 자신감, 추진력 삼박자 모두 엄청난 성장을 이뤘던 시기였어요.(웃음). 이것들은 지금까지도 저의 역량 기반을 뒷받침하고 있어요."
 
또 한 전무는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 남들이 보지 못하는 새로운 콘셉트를 꾸준히 창안하라고 주문했다. 새로운 콘셉트를 만들기 위해, 그는 '융합'을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꼽았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이 전부라는 착각을 버리고, 주변의 이야기를 귀담아듣는 오픈마인드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기술발전이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는 현 시대입니다. 웬만한 기술은 이미 다 나와 있어요. 기술개발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요. 복합적인 기술을 가지고, 다양한 분야 사람들이 모인 융합적 조직이 성공하는 시대예요. 물론 그런 조직이 잘 굴러가기 위해선, 기술 개발과 디자인 등 여러 분야의 가치를 골고루 볼 수 있는 리더 역량이 필수죠. 여러분은 꼭 그런 리더가 될 수 있어요."
 
탐방을 마친 이건학 학생은 "평소에 기계공학과 창업에 관심이 많았던 차에, 삼영기계를 방문해 흥미진진한 시간을 보냈다. 책에서가 아닌, 현장에서 직접 기계가 돌아가는 것을 보니 신기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한국현 삼영기계 전무의 안내와 함께 삼영기계 기업탐방이 이뤄졌다.<사진=김다솔 기자>
한국현 삼영기계 전무의 안내와 함께 삼영기계 기업탐방이 이뤄졌다.<사진=김다솔 기자>
◆ 낭랑18세 과학영재들 "선배님들,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은 어떻게 찾죠?"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 특허청 사무관을 거쳐 지금은 변리사로 살고 있어요. 여러번 직업을 바꿨죠. 제 경험이 현재를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느냐, 안되느냐 관점에서 본다면요? 틀림없이 도움이 많이 되죠. 자신이 어떤 미래를 살아가야할지 의심이 든다면, 나를 가장 객관적으로 봐줄 수 있는 사람에게 조언을 듣는 것이 필요해요." (안재열 새늘특허법인 대표변리사)
 
"늘 좋아하는 일을 찾으려 먼저 노력했어요. 물리학을 전공했지만, 음악을 좋아해 대학교 3학년 때 음향학을 공부하기도 했죠. 음향학을 공부하다보니 주파수 분석을 알아야겠다 싶었고요. 주파수에 관심을 갖다보니 대학원은 통신 분야로 전공했죠.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여러 번 전공을 바꿨지만 후회는 없어요. 그래서 '도전'이라는 말이 중요하잖아요. 젊었을 때 안하면 언제 하나요?"(김은도 ETRI 연구원)
 
"기숙사 생활을 하다 보니, 하루 일과가 학교 중심으로 이뤄져요. 진로에 대해 고민도 많고 궁금한 것이 너무 많았어요. 우리의 길을 먼저 걸어오신 선배들의 말을 듣고, 많은 고민을 하게 됐어요. 앞으로 나의 미래에 대해 더 넓게 바라봐야겠어요."(최진영 학생)
 
융합토크 '과학으로 톡(Talk)하다' 시간에는 안재열 새늘특허법인 대표변리사와 김은도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원이 참석해, 과학 영재들과 소통했다.

안재열 변리사(좌)와 김은도 연구원(우)는 과학영재들의 훌륭한 멘토 역할이 되어주었다.<사진=김다솔 기자>
안재열 변리사(좌)와 김은도 연구원(우)는 과학영재들의 훌륭한 멘토 역할이 되어주었다.<사진=김다솔 기자>
낭랑 18세 사춘기 학생들답게, 진로에 대한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한 학생은 "좋아하는 일을 해야한다고 말했는데, 사실 내가 지금 공부하면서도 진로에 대한 확신이 안 생긴다. 하고 싶은 일에 대한 '확신'을 어떻게 갖게 됐느냐"고 물었다.
 
안재열 변리사는 "나는 연구원-공무원-변리사 세 개의 직장을 바꿨다. 그런데 '진짜 내가 좋아하는 일일까?' 라는 고민 크게 하지 않았던 거 같다. 사회구성원으로서 욕은 먹지 않게, 사회를 좀더 편하게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정도를 고민했다"고 답하며, "아마도 지금 여러분 나이에는 고민이 많을 것이다. 그래도 우선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공부'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은도 연구원은 어릴적 컴퓨터와 휴대폰 게임에 푹 빠져있었던 시절을 회상했다. 그는 "서버에서 1위를 하던 시절이었다. 정말 미쳐있던 시절이었다"며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꼭 후회없이 도전해보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다른 학생은 반대로 너무 많은 것이 하고 싶어서 고민이었다. 학생은 "당장 내년 고3이 되면, 전공을 선택해야 한다. 뭘 해도 재밌을 거 같아 고민이 많다"고말했다.
 
안재열 변리사는 "단순한 흥미인지, 아니면 내가 직업으로 갖고 싶을 정도로 좋아하는 건지에 대한 구분이 필요하다. 내가 하고있는 일이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라면 그것만큼 행복한 일이 어디있겠는가"라고 답했다.
 
김은도 연구원은 학생의 말에 적극 동감했다. 그는 "나도 음악, 물리학, 통신 등 좋아하던 게 너무 많았다. 그럼에도 그 사이에서 '연관성'이라는 것이 있더라. 차근차근 따지다보면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테마가 보일 것이다. 그것을 파고들면 된다"고 말했다.

◆ "우리가 못 다 한, 노벨상의 꿈. 여러분이 꼭 이뤄주세요."

명사특강 강연자로 나선 서민 단국대 교수는 특유의 재치있는 입담으로 미래 과학 리더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사진=조은정 기자>
명사특강 강연자로 나선 서민 단국대 교수는 특유의 재치있는 입담으로 미래 과학 리더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사진=조은정 기자>
명사특강으로 '기생충 박사'로 유명한 서민 단국대학교 교수가 강단에 섰다. 그는 "과학자, 연구자는 '맷집'이 세야한다"고 말했다. 과학자와 맷집? 무슨 연관인지 고개를 갸우뚱 하게 만든다.
 
"과학자로 살다보면, 나의 이론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제가 2009년 한겨레 칼럼에 '선풍기를 틀고 자도 죽지 않는다'는 글을 기고했는데. 그때 '악플폭격'을 당했죠. '선풍기 틀고 자다 죽으면 네 책임'이라는 댓글도 있었고요. 600개 중에 500개가 악플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면서, 도시괴담 정도로 남아있죠. 과학자로 살기 위해선 잘못된 편견과 믿음을 깨뜨릴 수 있는 오랜 노력이 필요해요."
 
또 과거 황우석 사태를 예로 들며, 과학자의 필수덕목으로 '정직'을 꼽았다. 서민 교수는 연구자의 역할을 '징검다리 놓는 일'로 정의했다. 연구는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 징검다리를 잘못된 방향으로 놓으면 그 뒤를 따르는 사람들이 잘못된 길로 향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서민 교수는 "노벨과학상은 그 나라의 과학기술 수준을 보여주는 상이라며, 우리가 못 다한 꿈을 여러분이 이뤄주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정태진 학생은 "기업가정신, 창업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어떤 과정으로 창업을 준비해야하는지에 대해선 '검색'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 기업가정신캠프를 통해 사교성, 진실성 등 기업가가 사회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할지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과 가장 좋아하는 일, 어떻게 찾을 수 있죠?" <사진=김다솔 기자>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과 가장 좋아하는 일, 어떻게 찾을 수 있죠?" <사진=김다솔 기자>

"청소년, 사회문제를 기회로 바꾸다!" 베네핏 툴킷과 함께하는 문제해결 캠프 현장. 학생들은 나의 지식이 어떻게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머리를 맞댔다.<사진=조은정 기자>
"청소년, 사회문제를 기회로 바꾸다!" 베네핏 툴킷과 함께하는 문제해결 캠프 현장. 학생들은 나의 지식이 어떻게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머리를 맞댔다.<사진=조은정 기자>

"나를 광고합니다!" 프로그램 중간중간 과학영재들은 자신을 1분동안 광고했다.<사진=조은정 기자>
"나를 광고합니다!" 프로그램 중간중간 과학영재들은 자신을 1분동안 광고했다.<사진=조은정 기자>

"이곳은 대전과학고 흥폭발, 끼폭발 현장!" 팀빌딩 학습 시간, 열정가득하고 흥폭발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사진=조은정 기자>
"이곳은 대전과학고 흥폭발, 끼폭발 현장!" 팀빌딩 학습 시간, 열정가득하고 흥폭발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사진=조은정 기자>

<영상편집=김다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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