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장비 국산화⑩]NIH 장비마다 가격대비 10% 유지비 고장 염려 없어한인과학자들 ""고가 장비는 운영 인력 예산도 포함 돼""

 

미국국립보건원(NIH) 입구에 들어서면 만나게 되는 NIH의 연구성과들.<사진=길애경 기자>
미국국립보건원(NIH) 입구에 들어서면 만나게 되는 NIH의 연구성과들.<사진=길애경 기자>
미국 워싱턴 DC 유니온 역에서 지하철로 30분쯤 북쪽으로 이동하면 도착하게 되는 도시 베데스다(Bethesda).

행정구역상 메릴랜드 주에 속하는 베데스다는 인구 6만3000여명(2013년 기준)의 작은 도시지만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산하 연구기관, 월터리드 국립 군 의료센터 등이 위치해 있어 미국내 최고 의료도시로 손꼽힌다.

또 미국 상위 고등학교 100개 학교중 10개 고등학교가 베데스다에 있어 부자도시, 교육도시로 주목받는 곳이다.

27개 산하연구기관을 포함한 NIH 근무 인력만 1만8000여명. 도시 인구의 상당수를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NIH는 연간 예산만 해도 32조1070억원(2015년 기준) 이를 정도로 최고의 연구기관이다. 이곳의 연구장비 운영현황은 어떨까.

NIH 인근에 숙소를 잡고 서둘러 나선 걸음 덕분에 오전 9시께 연구소 입구에 도착했다. 지하철 역과 곧장 연결되는 NIH 정문은 출근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정문 옆 안내소에서 여권과 소지품 등 공항 못지 않은 깐깐한 검사 뒤에 NIH 내부로 들어섰다.

정면으로 보이는 본관으로 곧장 걸어가 1층에 들어서니 도서관, 대회의실을 비롯해 편의시설이 있고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다.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강연도 자유롭게 참석해 들을 수 있다.

2층 실험동의 NIH 산하기관인 NHLBI 공용 장비 센터(많은 센터중 하나)에 다다르니 조용한 가운데 이곳의 책임을 맡고 있는 이덕연 센터장의 모습이 분주하다.

이 센터장은 "우리 센터는 장비센터지만 몇몇 랩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작은 규모다. NIH에는 이같은 장비센터가 곳곳에 있다"고 말했다.

◆ 장비 이용, 교육만으로 인턴 학생도 사용
 

 

이덕연 센터장이 운영하는 장비센터. NIH에는 몇몇 실험실이 공동사용하는 장비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장비운영과 분석을 지원한다.<사진=길애경 기자>
이덕연 센터장이 운영하는 장비센터. NIH에는 몇몇 실험실이 공동사용하는 장비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장비운영과 분석을 지원한다.<사진=길애경 기자>
NIH와 산하 연구기관은 각 실험실별로 연구장비를 보유하고 연구자, 인턴, 실습학생까지 자유롭게 사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고가의 장비나 공동활용이 가능한 장비는 한 곳에 모아 운영된다.

이덕연 센터장이 책임을 맡고 있는 장비 공용활용센터는 'Biochemistry Facility(이하 BF)'로 연구자들에게 단백질 분리 정제, 생화학적 기기분석 컨설팅과 기기운영에 대한 교육, 샘플 분석을 지원한다.

그는 "샘플 분석 후 사용자와 결과에 대한 토의를 진행해 의문점과 문제점을 해결하고 연구자들이 다음 실험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서 "사용자가 분석하고자하는 물질이 질량분석계 등으로 측정가능하다면 기기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BF에서 보유하고 있는 장비는 생화학분석 실험에 사용되는 장비로 질량분석계(Mass spectrometer), 원자흡수 분광계(atomic absorption spectrometer), 고속액체 크로마토그래피(HPLC), 저압계(low pressure column system) 등 네가지로 규모가 작은 편이다.

전문 운영인력은 이 센터장이 장비 운영과 수리, 관리를 전담한다. 연구기관 차원의 별도 예산은 배정돼 있지 않다. BF서비스를 이용한 연구자에게 사용료를 부과해 매달 회수되는비용을 기기 운영에 투입하는 방식이다.

장비 이용은 기기사용과 데이터 분석 교육을 받았다면 누구나 가능하다.

이덕연 센터장은 "장비 사용과 데이터 교육을 받으면 각 실험실의 포닥은 물론 인턴 학생들도 장비를 이용할 수 있다"면서 "인턴 학생들의 경우 대형장비를 직접 이용해 보는 것만으로도 큰 경험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장비를 사용하다 고장이 나면 센터에서 수리를 하거나 장비 기업에 책정된 유지비가 있어 언제든 고칠 수있다"면서 "연구자들이 고장을 염려로 장비 사용을 두려워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장비를 따로 개발하지는 않는다. 이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센터장은 "우리 센터는 장비를 별도로 개발하지 않지만 장비 가동율은 95%이상이다"라면서 "연구자의 필요에따라 장비기업에 장비 사양 업그레이드를 요청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 "장비는 연구성과 내기 위한 인프라, 제대로 활용해 성과내는 것 중요"

 

최의묵 박사<사진=길애경 기자>
최의묵 박사<사진=길애경 기자>
NIH 실험실에서 보유한 장비도 가동률이 95~99%를 넘는다. 실험실 내부 곳곳에 설치된 장비 역시 자리만 차지하는 경우는 없다.
 
"우리 연구실은 실습오는 학생들도 1, 2억 달러 장비를 맘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합니다. 고장나면요? 장비 가격의 10%를 유지비로 책정하기 때문에 고장날까 염려하는 일은 없습니다. 최대한 많이 사용할 뿐이지요. 멈춰있는 장비는 거의 없고요."

NIH산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에서 20여년 넘게 연구자로 일하고 있는 최의묵 박사에 의하면 한국에서 온 과학자들이 가장 많이 놀라는 부분도 장비가동률이다.

고가의 장비를 인턴 학생, 인근 고등학교 학생들까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에 대부분의 한국연구자들이 놀라며 부러움을 표시한단다. 국내에서는 고가 장비의 경우 고장과 유지비에 대한 우려로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라는 것.

장비 관리를 위한 사용일지도 없다. 연구자들간에 장비의 활용도를 알기위해 내부적으로 기록하는 수준이다.

최 박사는 "기계를 쓰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장비는 연구성과를 내기 위한 인프라로 제대로 활용해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NIH는 1만 달러 이상 장비는 가격의 10%를 유지비로 책정, 고장 염려없이 장비를 사용하며 연구에 집중한다"고 강조했다.

장비 구입도 비교적 수월하다. 3000달러에서 1만 달러 이하의 장비는 별도 구입 계획서 없이도 가능하다. 각 실험실 미팅 시 리더에게 구입 필요성을 설명하면 전화 한 통화로도 장비를 구입할 수 있다.

최 박사는 "NIH는 매년 9월이 회계년도의 시작이다. 때문에 새로운 회계년도가 시작되기 전 남은 예산 상황에 따라 평소 교체하고 싶었던 장비나 눈여겨 봐 뒀던 장비를 구입할 수도 있다"면서 "장비는 잘 사용해 연구성과를 내라고 구입하는 것이다. 관리하기 위한 서류만 잘 정리하는게 뭐가 중요한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새로운 장비를 구입하면 기존 장비는 내부 망에 올려 다른 사람이 쓸수 있도록 한다"면서 연구소마다 예산이 다르기 때문에 장비 구입 여력도 다를 수 있어 활용이 가능한 장비는 27개 연구소에서 같이 쓸수 있도록 한다"고 덧붙였다.

◆ 고가 장비일수록 가동위한 디렉터 중요…운영인력 인건비 예산에 포함

 

김희영 박사.<사진 길애경 기자>
김희영 박사.<사진 길애경 기자>
"고가 장비의 경우 장비와 함께 가동을 맡을 디렉터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장비가동과 데이터 분석 등이 필요하고 논문 작성시에도 공동연구자로 들어가기 때문이죠. 고가장비는 보통 몇몇 랩에서 공동으로 장비센터를 운영하는데 이를 맡을 디렉터 선발시 연구에 대해 아는 분을 우선 선발합니다."

NIH 산하 연구기관 미국국립알코올연구소(NIAAA)에서 연구책임을 맡고 있는 김희영 박사는 장비도 중요하지만 운영자(리렉터)의 역할도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한다.

 신경발달에 미치는 오메가-3 지방산이 미치는 매커니즘을 밝히는 김 박사의 연구는 장기간 진행된다. 김 박사는 "보통 5년이상 걸리는 과제가 많아 장비 구입도 기획단계부터 꼼꼼하게 계획을 세우게 된다. 기획서를 보통 4,5년전에 작성하므로 장비도 그때부터 구입 계획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과제 시작에 앞서 다른 사양의 장비가 필요하거나 더 업그레이드 된 장비가 나왔을 경우 바꿀 수 있다"면서 "고가의 장비는 한 랩에서 구입해 운영하기 어려워 몇몇 랩에서 공동 장비센터를 마련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박사는 장비 운영 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장비를 단지 운영하는 테크니션과 달리 연구에 대해 아는 디렉터, 슈퍼바이저와 같은 장비 운영자의 역할에 따라 연구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면서 "고가 장비의 경우 예산에 운영인력 인건비까지 포함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박사는 "장비보다 운영할 사람이 더 중요하다. 디렉터는 사이언티스트적 안목과 매니지먼트 능력도 있어야 한다"면서 "디렉터의 안목에 따라 필요한 장비를 제때에 업그레이드 하고 제대로 활용하며 서비스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김 박사는 국내 장비업계에 대해서도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그는 "기존 장비보다 유니크한 게 없으면 연구자 특성상 절대 바꾸지 않는다. 또 한국이 글로벌 장비 시장 확보를 위해서는 연구자, 정부정책, 기업이 같이 가야 한다"면서 "장비를 개발해 국내외 유명한 랩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적극 마케팅에 나설 필요도 있다. 해외 유명 랩에서 이용했다는 것만으로도 한국장비의 위상이 높아질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기존 장비와 다른 확실한 무기가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NIH 본관 건물.<사진=길애경 기자>
NIH 본관 건물.<사진=길애경 기자>

 

NIH 연구자로서 노벨상 수상자들.<사진=길애경 기자>
NIH 연구자로서 노벨상 수상자들.<사진=길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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