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공간채움' 원리 적용해 신소재 개발
신 교수 "스텔스 표면 등 국방 응용과 5G 휴대전화용 안테나 등에 적용 가능"

이번 연구에서 개발된 메타물질의 모식도와 실제 사진.<사진=KAIST 제공>
이번 연구에서 개발된 메타물질의 모식도와 실제 사진.<사진=KAIST 제공>
국내 연구진이 수학에 쓰이는 '공간채움' 원리를 적용해 신소재를 개발했다. 

KAIST(총장 강성모)는 신종화·김도경 신소재공학과 교수와 이용희 물리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이 수학의 공간채움 원리를 이용해 기존 기술보다 2000배 이상 높은 유전상수를 갖는 전자기파 신소재를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유전상수는 소재의 전기적 성질 중 가장 기본이 되는 성질로 물질 내부의 전하 사이에 전기장이 작용할 때 전하 사이의 매질이 전기장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내는 단위이다. 

진공 상태의 유전상수는 1이고, 자연에 존재하는 물질과 개발된 메타물질을 포함해 가장 큰 광대역 유전상수는 최대 1600 수준이다.

그동안 유전상수가 수천 이하에 머물렀던 것은 유전상수 향상에 사용됐던 근본 원리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유전상수를 키우기 위해서는 같은 전기장이 가해졌을 때 더 큰 유전분극이 나타나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에는 피뢰침 끝에 강한 전기장이 모이는 개념의 '전기장 국소화 원리'가 사용됐다. 피뢰침이 뾰족할수록 끝에 더 강한 전기장이 모여 유전분극이 강해지지만 그대신 유전분극이 강해지는 공간적 범위가 좁아지게 된다. 강한 유전분극일수록 미치는 영향의 범위는 좁아지는 근원적 한계를 갖는다. 

이에 연구팀은 수학적 공간채움 구조를 전자기 소재에 대입했다. 공간채움 구조는 한 차원 높은 면을 채우는 구조를 말한다. 유한한 크기를 갖는 면의 모든 점을 통과하는 연결된 선을 그릴 수 있으며 이 때 선의 길이는 무한대이다.

이를 응용해 기존의 피뢰침처럼 좁은 영역에서만 발생하는 강한 유전분극이 메타물질 공간 내부 전체에 밀집돼 나타나게 만들었다. 또 공간채움 선의 방향을 조절해 밀집된 유전분극이 서로 상쇄되지 않고 합쳐지도록 조절했다.

연구팀은 이는 마치 여러 개의 시냇물이 만나 큰 강물이 되는 효과와 같다고 설명했다. 좁은 공간에 증대된 유전분극들이 공간채움 구조를 통해 거대하게 발현되는 효과를 고안했고 실제로 구현함으로써 300백만 이상의 큰 유전상수를 얻을 수 있었다.

수학분야의 공간채움구조 (peano curve).<자료=KAIST 제공>
수학분야의 공간채움구조 (peano curve).<자료=KAIST 제공>
유전상수가 320만이면 이 물질을 활용한 축전기의 전기용량은 진공에 대비해 320만배 커지고, 전자기파를 흡수하는 비율이나 방출하는 속도 또한 320만배 커진다.

또 굴절률이 약 1800배(유전상수의 제곱근)가 되기 때문에 이 소재 안에서 빛의 속도는 1800배 느리게, 파장은 1800배 짧아진다. 이를 통해 렌즈 등의 소자는 1800배 가량 작게 만들 수 있고 기존의 이미징 장치보다 1800배 세밀하게 물체를 관찰할 수 있다.

더욱이 원하는 방향으로 전자기파를 반사시키거나 대부분 흡수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전투기나 함정에서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도록 하는 '스텔스 표면' 등 국방 응용이 기대되며, 5G 휴대전화용 안테나 등 무선통신 분야 적용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종화 교수는 "간단한 수학적, 물리적 원리가 혁신적 성능을 갖는 신소재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음을 밝혔다"며 "기초 원리의 중요성을 확인한 값진 경험으로 앞으로도 이런 원리를 기반으로 한 신소재 개발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 자매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8월 30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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