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연·지질자원연·표준연 등 출연연 지진연구
본격 연구 필요...지진 과학 선진국 일본과의 연계 긴요

건설연이 개발한 내진보강 기술을 오래된 시장건물에 적용했다.<사진=한국건설기술연구원 제공>
건설연이 개발한 내진보강 기술을 오래된 시장건물에 적용했다.<사진=한국건설기술연구원 제공>
'규모 5.1, 5.8, 4.5 ….'

경주에서 일주일만에 본진 후 여진이 400여차례 발생하며 피해는 물론 국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지진 전문가들은 이번 경주 지진의 원인을 활성단층으로 알려진 양산단층이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으로 이동하며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진에 대한 구체적인 경험이 없고 연구도 활발하지 않은 상황. 지진 연구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더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분석하며 지진경보시스템 연구와 지진 발생 시 안전 수칙을 생활화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진을 사전에 예측할 수는 없을까. 어디서 어느 정도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지 사전에 분석할 방법은 없는걸까. 내진 설계가 안된 건축물은 어떻게 해야 할까.

국내 지진 연구는 미미한 상태다.  정확한 지진 진단과 지진 피해를 줄이기 위해 포괄적이고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지만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에서 일부 연구가 이뤄질 뿐이다.

전문가들은 좀더 강도높은 지진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지진관련 연구 현황을 살펴봤다.

◆ 건설연, 기존 건물 내진 성능 보강기술 개발해 이전

지진 발생시 내진 설계가 안된 건물은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우리나라는 3층 이상 연면적 1000제곱미터 이상 건축물에 내진 설계를 적용토록 하고 있다. 3층 미만은 내진 설계가 전혀 안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경주 지진으로 정부는 2층이상 건축물도  내진설계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그럼 기존에 지어진 건출물은 어떻게 할까. 다행히 추가 내진 설계를 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있다.

현재 건축물 중 내진 설계가 전혀 안돼 있거나 부족한 건축물의 내진 성능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원장 이태식) 건축도시연구소에서 이미 개발해 실험까지 마쳤다. 또 보강 공법을 적용하기 위한 기법과 적합한 공법의 분류 체계도 매뉴얼화 했다.

최기선 연구위원에 따르면 건설연은 2008년부터 2014년까지 도시재생사업단 사업으로 노후 건축물의 구조안전과 구조성능 확보 기술을 개발하고 시험을 거쳐 기업에 이전한 상태다.

최 연구위원은 "우리가 개발한 기술을 이전받은 기업에서 내진 설계가 안된 학교를 대상으로 내진 보강에 적용한 것으로 안다"면서 "현행 건축물 법규 조건인 6.0~6.5 이상까지 견딜 수 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내진 설계에 대한 인식이 낮아 기술 활용도가 낮았는데 이번 경주 지진으로 국민들의 내진설계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면서 "일본의 경우 민간 목조주택에도 내진 설계 적용 사례가 많지만 아직 국내에는 거의 없다. 좀더 활발한 적용과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건설연 건축도시연구소에서는 공동주택의 구조 성능을 높이기 위한 연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가 공동주택의 수직증·개축을 허가하면서 내진설계 적용의 필요성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최 연구위원은 "증개축은 층수를 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 건물은 오래돼 내진 설계가 안돼 있는데 그냥 층수만 올리는 것은 지진에 더욱 취약할 뿐이다. 내진 성능을 추가한 선진화된 설계기술을 연구하고 있다"면서 "국민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수요도 늘고 공법도 도입되면 가격도 안정화 될 것이다. 소규모 건물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연은 이외에도 설계후 짓고 있는 건축물의 구조안전성 모니터링을 하며 지진 피해를 줄이기 위한 연구를 지속 하고 있다.

◆ 지질자원연의 '통합지진탐지연구실' '지진재해연구실'

지진 발생시 가장 먼저 찾게 되는 연구소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원장 신중호).

지질자원연의 대표 지진 연구실은 국토지질연구본부 지진연구센터 소속 '통합지진탐지연구실'과 '지진재해연구실'이다.

통합지진탐지연구실(팀장 김인호)은 국내외 지진·공중음파 관측망을 운영하고 있다. 지진·공중음파 관측망 운영기술과 지진탐지·인공지진 식별기술 능력을 확보해 핵실험 탐지와 지진재해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지진·공중음파 자료를 주기적으로 획득해 지진 관련 기관에 제공한다. 국가 외교·안보 분야에 기여함을 목표로 한다.

특히 24시간 지진종합상황실을 운영하며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지진 뿐만 아니라 주변국 핵실험과 같은 대규모 폭발 현상에 대한 탐지와 정밀 분석 정보를 안보 기관에 제공하고 있다.

지진·공중음파 탐지기술은 자연·인공 공중 음파 음원을 탐지하는 기술이다.<사진=지질자원연 제공>
지진·공중음파 탐지기술은 자연·인공 공중 음파 음원을 탐지하는 기술이다.<사진=지질자원연 제공>
지진재해연구실(실장 선창국)은 한반도를 비롯해 주변 지역의 지진활동, 지진파 전파, 지진응답 특성 등 지진현상과 지진재해를 전주기적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반도 지역고유 지진 전파감쇠를 비롯해 부지 지진응답 특성의 정량화와 공간정보를 구현하며 지진원 특성 규명과 정밀분석을 담당한다.

또 국내 주요 지역에 대한 강지진동(strong earthquake shock) 예측과 정보를 제시하고 있으며, 지진 발생에 따른 조기경보와 신속 지반진동 표출대응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 표준연, 지진센서 자체 잡음까지 잡으며 정밀 측정 연구

지진 발생시 우선 정확한 계측은 필수다. 이를 위해 지진센서는 진동의 신호 값을 얼마나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하지만 지진센서는 전기회로 등으로 만들어져 자체 잡음을 갖고 있다. 때문에 자체 잡음을 제거해야만 정확한 진동 신호 값을 알 수 있게 된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권동일) 기반표준본부 유동음향센터에서는 지진 계측기의 정확성을 위한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다.

이용봉 박사에 따르면 지진센서의 경우 자체 잡음보다 주변 환경에서 나오는 잡음이 큰 경우가 많아 순수하게 자체 잡음만을 측정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는 "지진센서를 외부잡음이 전혀 없는 우주 공간과 같은 완벽한 환경에서 측정을 하면 센서 자체의 신호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며 "보통은 바닥에 진동센서를 놓고 측정하게 된다. 지면에서 감지되는 신호와 센서 자체가 갖는 잡음도 함께 측정되는 만큼 자체 잡음 값을 알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2006년 미국 연구자들에 의해 발표된 '3 채널 상관 해석 기법'을 이용해 센서 자체값을 알아냈다. 지진계의 성능을 인정받게 된 것이다.

그는 "이론은 이미 알려져 있었으나 국내에서 응용된 사례는 없었다. 우리가 적용하면서 지진계가 충족해야 하는 동적범위, 민감도가 정확히 측정됐다"면서 "개발 기업은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납품 판로를 개척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질자원연에서는 지진의 규모, 진앙지 파악 등 지진현상을 측정하고 분석한다. 기준 지진계의 특성을 정확히 평가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라며 "제대로 된 잣대로 지진계를 평가해야 국민의 안전도 지키고 시장도 제대로 확보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기상청·지질자원연·한전·KINS 뭉쳤다···'국가 지진 통합네트워크'

관측소 자료 공유를 위한 '국가 지진 통합네트워크' 개념도.<그림=지질자원연 제공>
관측소 자료 공유를 위한 '국가 지진 통합네트워크' 개념도.<그림=지질자원연 제공>
한반도 지진 유관 기관의 지진 관측소 개수는 초광대역 관측소, 광대역 관측소, 단주기 관측소, 강진계 관측소 등 통틀어 약 100여 개가 넘는다.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 있는 관측소는 각 기관 고유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기상청,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전전력연구원, KINS(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등은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는 관측소들의 정보를 양방향으로 공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국가 지진 통합네트워크'(KISS·Korea Integrated Seismic Service)를 구축했다.

통합네트워크는 지진 유관 기관에서 운영 중인 지진 관측망 실시간 지진 데이터를 다른 연구기관 발 빠르게 공유할 수 있다.

통합네트워크에서 범국가적인 지진 네트워크 구축해 조기 지진경보, 지진재해경감 시스템 개발 등을 위한 기반구축 등을 목표하고 있다. 각 기관의 시스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한편, 건설연·지질자원연·표준연 뿐만 아니라 각 대학을 비롯해 국가 기관에서 다양한 연구진들이 지진 대비·대책을 위한 연구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미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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