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연구원, 27일 화학연서 '제24회 원정포럼' 개최
과학자·교수 초청, '국가 R&D 관리제도 개선 방안' 논의

원정연구원은 27일 화학연에서 '국가 R&D 관리제도 개선 시급하다'의 주제로 '제24회 원정포럼'을 개최했다. <사진=강민구 기자>
원정연구원은 27일 화학연에서 '국가 R&D 관리제도 개선 시급하다'의 주제로 '제24회 원정포럼'을 개최했다. <사진=강민구 기자>
"정부 부처별 R&D연구비 관리시스템의 일원화가 시급하다. 미래부는 Ezbaro 시스템, 산업부는 RCMS 시스템, 환경부는 ECO-CMS 시스템 등으로 상이하다. 부처마다 규정과 지침이 다른 경우도 대다수다. 연구자들의 행정 부담만 늘어나고 있다."(고영주 한국화학연구원 대외협력본부장)

"노벨상은 수도권 대규모 대학이 아닌 지방 소규모 대학에서 나올 것이다. 대규모 대학은 대형 사업단을 이끄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수들도 심의회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작 대학교육은 누가 하겠는가? 차라리 20~30년 정도 적은 연구비를 지원받으면서 장기적으로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소규모 대학이 노벨상 수상자 배출 가능성이 높다."(정선양 건국대학교 기술경영학과 교수)

과학계 일선 연구자와 대학교수가 제시한 연구비 관리제도 개선방안이다.

원정연구원(이사장 채영복)은 27일 한국화학연구원 대강당에서 고영주 화학연 본부장과 정선양 건국대 교수를 초청, '국가 R&D 관리제도 개선 시급하다'의 주제로 '제24회 원정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연구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R&D 관리제도 문제 대안 마련을 위한 목적으로 과학기술인 약 3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주제발표와 지정 토론, 플로어 토론 등 각계의 의견을 나누는 자리로 진행됐다.

◆ "정부는 현장을 보고, 교수·연구자는 책무성·윤리성 갖춰야"

정선양 교수가 '연구비 제도개선 중심 대학연구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정선양 교수가 '연구비 제도개선 중심 대학연구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주제발표에서 정선양 교수가 '연구비 제도개선 중심 대학연구 활성화 방안'의 주제로 나섰다. 정 교수는 지방대학 소규모 연구그룹의 자율적·장기적 연구비 지원체계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노벨상은 수도권 대학이 아닌 지방 대학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대형 사업단을 이끄는 교수들은 대부분 심의회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묵묵하게 장기적으로 연구할 수 없는 환경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최근 중국·일본 등도 대규모 대학이 아닌, 지방 대학에서 노벨상을 배출하고 있다"며 "지방 대학에서 소규모 연구를 20~30년 동안 꾸준히 진행할 수 있도록 평가 없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방 대학 소규모 연구의 장기적·자율성 보장에 교수들의 윤리성도 강조했다. 그는 "대학교수들은 책무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지만, 이전에 윤리성이 먼저다"며 "자기 분야에 한눈 팔지 않고 장기적으로 책임 연구할 수 있는 윤리성이 갖춰진 교수에게 연구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영주 본부장은 '연구몰입과 성과창출을 위한 연구비 관리제도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고 본부장은 연구비관리 개선 방향으로 ▲연구 자율성 ▲연구 몰입성 ▲연구 안전성 ▲연구 개방성 ▲연구자 책임성 등을 꼽았다. 

먼저 연구 자율성 확대 방안을 언급했다. 그는 "R&D 성과는 장기간에 걸친 지식과 역량 축적의 결과다"며 "정부 R&D 과제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연구비 사용의 장기 계획성을 높일 수 있도록 유연한 연구비 집행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불확실한 연구에도 도전할 수 있는 자율성도 부각시켰다. 고 본부장은 "자율적 창의성을 제약하는 지나친 통제 위주의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며 "연구책임자가 연구 세부 수행방법, 계획변경, 연구비 집행 변경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 본부장은 연구비 관리시스템 일원화와 관련 "정부 산하 부처별 규정과 관리체계가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며 "일선 연구자들이 개선방안 목소리를 내도 연구비 환수·지적 등이 나오면 이슈는 사그라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구자들이 연구에 몰입할 시간에 행정적 소모 에너지가 많다. 부처별 행정 뿐만 아니라 기관 내부 규정 등으로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며 "일선 연구자들은 연구 외적 행정에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고 본부장은 "연구자들은 정부와 제도 탓만 할 수 없다. 연구비가 세금이라는 인식과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며 "철저하게 자신을 규제해야 하고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 일선 연구자들의 목소리 "현장 자율성 보장 시급"

지정토론의 모습. 왼쪽부터 ▲조만형 한남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장 ▲송철화 출연연발전협의회총연합회 회장 ▲부하령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회장 ▲김복철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정책지원본부장 등이다. <사진=박성민 기자>
지정토론의 모습. 왼쪽부터 ▲조만형 한남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장 ▲송철화 출연연발전협의회총연합회 회장 ▲부하령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회장 ▲김복철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정책지원본부장 등이다. <사진=박성민 기자>

주제발표 이후 '국가 R&D 관리제도 개선'의 주제로 지정토론이 이어졌다. 최영명 前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장이 토론 좌장을 맡았고 패널로는 김복철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정책지원본부장, 부하령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회장, 송철화 출연연발전협의회총연합회 회장, 조만형 한남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장(가나다순) 등이 나섰다.

부하령 회장은 PBS 제도 개선방안 마련을 강조했다. 그는 "과도한 과제로 인해 연구 과정·결과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며 "연구 잘하는 연구자보다 과제 수주를 잘하는 연구자들이 높게 평가받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고 일갈했다.

송철화 회장은 정부의 변하지 않는 인식 변화를 꼬집어 말했다. 그는 "정부는 과학계 현장을 견제 역할이 아닌 후원의 역할이 돼야 한다. 새로운 R&D 원칙을 제시해야 한다"며 "변화의 주체는 연구 현장도 있지만, 정부도 중요한 변화의 주체"라고 피력했다.
 
김복철 본부장은 성실실패 연구제도 필요성을 설명했다. 김 본부장에 따르면 2014년도 미국의 정부 과제 17만 5000개 과제 중 성공 과제는 16.2%, 성실실패 과제는 52.7%, 나머지는 실패로 인정받았다.

그는 "미국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도 수행 과정에서 괄목할만한 성과가 인정된다면 재도전의 기회와 불이익을 덜 주는 시스템이 활성화됐다. 창의적이고 선도적 연구가 가능할 것"이라며 "최근 국내에서도 성실실패 시스템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큰 타이틀만 있고 과정에 대한 매뉴얼은 없다"고 말했다.

조만형 학장은 "대학과 출연연의 연구자들 윤리의식을 강화시키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이라며 "산학연의 허심탄회한 논의들로 과학계 시스템을 바꿔가며 혁신적 국가로 이끌어가자"고 제안했다.

원정포럼에 참석한 출연연 연구자, 대학교수 등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원정포럼에 참석한 출연연 연구자, 대학교수 등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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