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포럼, 기업 메타바이오서 5차 모임가져
이대열 박사 "항공산업 투자크고 회수기간 길어 정부투자 필요"

제5차 금강포럼이 28일 오전 오송에 위치한 메타바이오에서 열렸다. 이대열 ADD 박사가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발전과 전망'을 주제로 발제했다. 사진은 행사 후 기념촬영 모습.<사진=길애경 기자>
제5차 금강포럼이 28일 오전 오송에 위치한 메타바이오에서 열렸다. 이대열 ADD 박사가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발전과 전망'을 주제로 발제했다. 사진은 행사 후 기념촬영 모습.<사진=길애경 기자>
"공군 조종사로 8년간 전투기를 탔어요. 미국산 비행기였는데 스핀 훈련을 하다 유명을 달리한 동료와 선배가 여럿이에요. 그리고 국산 비행기가 아니면 전투기에 무장을 할 수 없어요. 기술을 가진 미국의 허락을 받아야 하거든요. 자주 국방이 필요한 우리나라가 국산 전투기를 개발해야하는 이유지요."

2000시간 직접 전투기를 조종하며 경험했던 단점을 보완해 국산 전투기 개발에 뛰어든 이대열 ADD(국방과학연구소) 박사의 말이다.

대전과 세종, 오송의 산학연관 관계자들이 자발적인 모임 금강포럼(회장 오석송·메타바이오 대표)은 28일 오전 메타바이오 학습관에서 이대열 ADD 박사를 초청,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발전과 전망'을 주제로 제5차 모임을 가졌다.

발제에 나선 이대열 박사는 국산 전투기 KT-1 개발 과정에 참여하게 된 뒷이야기를 소개했다.

이 박사는 공군사관학교 26기로 1974년부터 8년간 전투기 조종사로 활약했다. 국산 전투기가 없던 시기로 미국산 전투기를 조종했다. 하지만 미국산 전투기를 이용해 스핀 훈련을 받다가 조종사들이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는 스핀 사고를 주제로 논문을 쓰며 연구에 몰입하기도 했다.

그는 "비행기 사고는 확률은 적지만 사고는 나게 된다. 그리고 사고가 나면 목숨을 잃으며 자신에게는 전부가 되는 셈이다. 친한 동료도 그렇게 떠나 갔다"면서 "개인적으로 미국산 전투기를 몰다가 엔진이 꺼진 일이 있다. 곤두박질치며 아래로 떨어지는데 콘크리트 댐이 보였다. 이젠 끝났구나 생각했는데 다행히 가을철이라 그런지 빈 논으로 쳐박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땅속에서 뚫고 나와보니 비행기 바퀴가 하늘로 향해있고 기름이 새고 있었다. 운이 좋아 목숨을 건졌다"면서 "미국 비행기가 기술은 앞섰지만 불편한게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국산 비행기를 개발하면서 그런 불편한 점을 모두 반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KT-1 개발시 국내 반응은 시큰둥 그 자체였다. 이 박사는 "1988년부터 개발을 시작했는데 대부분 우리나라에서 무슨 비행기를 개발하느냐며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다"면서 "우리가 개발하면서 스핀이나 문제 발생시 자동으로 기능이 회복되도록 기술을 업그레이드했다. 지금은 스위스, 영국 등 항공기와 경쟁하며 인도네시아, 터키 등에 81대를 수출했다"고 자신있는 어조로 말했다.

그는 또 "전투기에는 무장을 달게되는데 외국산 비행기에는 국산 무장을 장착할 수 없다. 제조사가 기술을 다 갖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승인이 필요하다"면서 "국산 무장을 개발해 우리나라의 장점인 ICT를 기술을 접목, 무선으로 지상 조종이 가능토록 하면서 미국산 전투기에 국산 무장을 장착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기본 훈련기 개발 후 진행된 고등 훈련기 개발과정도 소개했다. 이 박사에 따르면 당시 국내 기술력이 부족해 미국 항공기업 록히드마틴과 T-50을 공동개발했다.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태국 등에 50여대를 수출하는 쾌거도 거뒀다.

이 박사는 "고등 훈련기 개발에는 성공했지만 공동개발하면서 핵심 기술의 소유권은 록히드마틴이 갖고 있다"면서  "소유권이 우리에게 없어 성능 개량이 어렵다. 기술에 종속되지 않으려면 자체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개발한 전투기도 핵심기술인 엔진은 여전히 기술 선진국 제품이 들어간다. 일본과 한국의 항공기 기술개발 비용도 2배 정도 차이난다. 일본은 항공기의 모든 부분까지 디테일하게 직접 개발하면서 비용과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 이에 비해 한국은 엔진은 구입해 쓰는 형태로 비용과 시간은 줄일 수 있지만 핵심기술은 여전히 외국에 의존하는 형태다.

이 박사는 항공산업 발전을 위한 민군의 협력에 대해서도 짚었다. 우리나라는 지리적 특성상 비행기 개발도 군에서 시작해 민간으로 이동하게 된다. 하지만 시장이 거의 없어 산업으로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다. 세계 100대 항공 기업중 국내 기업은 4개가 포함돼 있다. 세계 1위 기업은 당연히 록히드 마틴이다.

그는 "군은 수요가 있는 상태에서 시작하지만 민은 어렵다. 국내 기업에서 나름 선전해 4개가 포함됐지만 항공 산업은 투자가 크고 회수 기간이 길어 민에서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대부분의 나라도 정부에서 지원한다. 우리나라도 민간에서 항공기 사업이 활성화 되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국형 전투기 보라매(KF-X) 사업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2020년 후 공군의 노후 전투기를 대체하기 위해 진행하는 국내 연구개발 사업으로 8조5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그는 "미래형 전투기로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미국의 스텔스 전투기와 비슷한 형상의 체계 설계를 완료했다. 반면 스텔스를 찾는 레이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면서 "기술 개발은 창과 방패처럼 맞물려간다. 그래도 우리는 지리적 위치상 안보가 여전히 중요하다. 때문에 자주국방을 목표로 하는 동시에 항공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술개발과 예산투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오석송 회장은 항공산업 분야 자회사 소개와 러시아 시장규모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자회사 중 항공기업이 있는데 8년만에 기술을 개발해 다음날에 납품하게 되는데 중소기업의 진입 장벽이 여전히 높았다"면서 한국 방위산업의 개혁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또 그는 "최근 러시아에 다녀왔는데 블라디보스톡이 천연자원의 보고다. 푸틴 대통령이 동방포럼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시동을 걸었다. 앞으로 물류기지로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제6차 금강포럼은 11월 30일 대전에 위치한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전화(042-860-6709, 042-860-5206)로 문의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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