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연우회, 26일 '고경력과학기술인 정책 포럼' 개최

과학기술연우연합회는 26일 '고경력과학기술인 정책 포럼'을 개최했다.<사진=백승민 기자>
과학기술연우연합회는 26일 '고경력과학기술인 정책 포럼'을 개최했다.<사진=백승민 기자>
"출연연을 보는 정부의 시각은 이미 고정된 프레임에서 출발한다. 출연연들은 소극적인 대응에서 벗어나 그 프레임을 깨야한다."

홍성주 STEPI(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학기술연우연합회(회장 채영복)가 26일 개최한 '고경력과학기술인 정책 포럼'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과학기술계 중견·원로 과학자 50여 명이 모인 이날 토론회에서 홍성주 연구위원은 '한국의 과학기술정책과 출연연구소'란 주제로 한국 과학기술 시스템의 진화와 정부출연연구기관 정책 이슈에 대한 인식변화, 발전과제 등을 발표했다.

◆ 출연연, 지역·산업 등과 어울리지 못하는 관계?

홍 연구위원에 따르면 한국의 과학기술 시스템은 국가차원에서 대략 '스테이지 1~3' 단계 속에서 성장했고, 시대적으로 그 특성이 변화해 왔다.

1960년대부터 1970년대의 1단계에서는 핵심 행위자에 대한 구축이 이뤄졌다. 당시 정부는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지식을 지닌 기술관료 '테크노크라트'를 중심으로 국가 시스템 근본을 구성할 정부출연연구소를 핵심 행위자로 지정했다.

홍성주 STEPI 연구위원.
홍성주 STEPI 연구위원.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의 2단계에서는 새로운 네트워크 전략이 형성된다. 정부는 대학과 기업 등 과학기술 행위자들이 늘어나면서 각 행위자를 연결하고 성장하기 위해 출연연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엮어갔다. 이때부터 출연연이 과학기술계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주요 국가 R&D사업에 출연연이 중축이 돼 주도하는 인식이 심어졌다.

2000년대 이후 3단계는 연구중심의 대학과 기업이 늘어나면서 핵심 이해당사자는 출연연에서 기업으로 변화해 정부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정책 조정과 배분에 주력해오고 있다. 이에 따라 출연연의 문제인식이 생겨나고 정책관계자들에게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 홍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홍 연구위원은 "2000년대 이후는 국가시스템 멘탈 모델이 바뀐다. 국가 시스템을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의 주체인식이 기업으로 바뀐다. 현재 기업을 두고 연구소와 대학을 활용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는다"며 "이에 따라 기업 중심 형태의 정책수단이 고안·활용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테크노파크와 창조경제혁신센터다. 기업을 위주로 출연연과 대학의 협조를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후 정부 정책이 기업서브 시스템 육성 전략으로 이동하면서 출연연의 과학기술계 내 위상이 약화돼 출연연을 기업과 기술경쟁하고 대학과 연구 주제를 다투는 관계로 보는 격이 현실"이라며 "출연연 초기 정책문제는 단순했으나 이를 해결하려는 정책적 시도가 더해질수록 문제는 해소되지 않고 누적되고 있어 연구의 자율성은 점차 경직성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정부는 출연연이 원천성도 없고 상용화도 안되는 애매한 연구를 하고 있다고 간주해, 이에 따라 출연연을 보는 정부의 시각이 '출연연이 문제 있다'가 전제가 된 고정된 프레임에서 출발하고 있다.

특히 홍 연구위원은 출연연이 정치적 이슈 프레임 게임에서 출연연과 정부간 인식차이 해소에 대한 노력을 강조했다.

그는 "출연연이 스스로 정부의 시각을 돌파할 전략을 세워야 한다. 연구의 자율성, 기관장의 선임 등에 대한 주도권을 가져와야 한다"며 "이와 함께 출연연이 독자적인 시각을 가지고 탁월성과 유용성을 고려해 각 출연연의 핵심 R&D전략 수립에 중심을 둬야한다"고 주문했다.

주제발표에 이은 패널토론에서 김명수 대덕클럽 회장은 "현재 출연연들이 스스로의 변화를 모색하고자 '출연연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중장기 혁신전략 수립에 나섰다"며 "출연연은 지난 20년간 개선 방안이 있었지만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다. 한국 과학기술 개발의 큰 그림을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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