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환 원자력연 원자력재료기술개발단장 "사용후핵연료 과학적으로 안전···시민과의 소통 더 강화"

최근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김종경)에 반입된 사용후핵연료를 두고 지역 주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정용환 원자력재료기술개발단장을 원내에서 만나 사용후핵연료 관리 현황과 연구 필요성 등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정용환 단장은 "최근의 논란은 근본적으로 시민과의 소통 부족에서 기인됐다고 생각한다"면서 "과학자의 입장에서 보면 국내외 기준에 적합한 안전시설과 규정을 준수해 보관하고 있어 사용후핵연료가 위험하다고 생각되지 않지만 시민들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주민과의 소통, 정보 공유 등을 통해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받는 연구기관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용환 단장이 설명하는 사용후핵연료봉에 대해 Q&A로 정리했다.

Q. 사용후핵연료란 무엇인가.
A.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되는 핵연료는 보통 3~5년 동안 원자로내에서 연소를 하게 된다. 원자력발전 초기에는 한번 들어가면 3년 동안 사용했지만 현재는 기술이 발전해서 5년 정도 사용된다. 이렇게 연소한 핵연료는 새로운 핵연료로 교체하고 연소된 핵연료는 원자로에서 인출하게 된다. 이때 인출된 핵연료를 우리는 사용후핵연료라고 지칭한다. 

핵연료는 특수재료인 지르코늄(Zirconium) 튜브 내부에 우라늄 핵연료를 넣어서 연소시키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 튜브가 방사성물질이 외부로 나오는 것을 막아주는 1차적인 방호벽 역할을 한다.

원자력발전소 운전중에 진동이 발생하거나 이물질에 의해 이 튜브에 흠집이 생길 수 있다. 이런 경우 안전성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어 계속 사용하지 않고 정밀검사를 하게 된다. 이를 손상핵연료라고 말한다. 국내 원자력역사 초기에는 이러한 핵연료가 가끔 발견되었지만 2010년 이후에는 기술의 발전으로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 원전에서 발생하는 현상들에 대해 정밀진단을 위해서는 사용후핵연료 연구가 필요하다.

Q. 최근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이송·보관이 이슈화 되고 있다.
A. 지난 1987년부터 2013년까지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후핵연료 손상원인 분석을 위해 총 21회에 걸쳐 1699봉을 운반·보관하고 있다. 이 중 80개 정도가 실제 손상된 핵연료봉이다. 원자력 발전 초기에는 필요한 핵연료봉만 인출하는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집합체 단위로 모두 가지고 오면서 실제 필요한 핵연료봉보다 더 많이 갖고 오게 됐다. 최근에는 기술의 개발로 꼭 필요한 핵연료만 갖고 오고 있다. 

정용환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재료기술개발단장. <사진=강민구 기자>
정용환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재료기술개발단장. <사진=강민구 기자>
사용후핵연료 운반 시 모든 과정은 국내 원자력 규제기관인 ​KINS와 국제원자력기구인 IAEA로부터 검사·관리를 받아 수행된다. 이 과정에서 사전보고가 필수적이며 철저한 감시 하에 작업이 수행되고 있다. 허가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는 단 1g도 자의적으로 옮길 수가 없다.

또한, 운반 과정에서도 방사성 물질이 전혀 외부로 누출되지 않는 특수 전용 용기를 사용해야 한다. 이송 준비부터 특수 운반 등까지 검사하고, 지역 방사선영향평가 등도 수행하고 있다. 또한, 사고 시 대처 시나리오도 완비되어 있다. 

운반된 사용후 핵연료는 '조사후시험시설'이라는 특수시설에서 시험을 하게 된다. 시험 이후에는 안전설비가 갖춰진 수조에 보관된다. 이 시설은 내진설계, 비상전기시스템, 비상냉각수 시스템 등의 안전장치로 구성되어 있다. 

원자력연은 쉽게 말해 종합병원과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전문 인력(과학자)과 병원 인프라(연구소)가 구축되어 있어 각 환자(발전소 등)가 함께 모여 진단(검증, 성능 평가)을 받는 종합병원(유일한 정부 연구기관)이다. 

Q. 손상된 핵연료봉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어떤가.
A. 방사능 차폐재 중 가장 우수한 것이 물이기 때문에 저장수조에 담가 놓는다. 13미터 깊이의 냉각수로 채워져 있어 방사선 차폐와 사용후핵연료에서 나오는 잔열을 제거하고 있다. 핵연료봉은 온도가 1500도 이상이 돼야 핵반응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폭발사고로 인한 방사능 누출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전세계적으로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에서의 사고는 한번도 없었다. 

Q. 지진과 같은 재해가 발생할 경우, 대비책은 어떠한가.
A. 지진이 발생한다고 해도 수조에 담겨 있으면 문제가 없다. 전세계적으로도 수조에서 방사선이 누출된 사례는 없다. 규모 7.0까지 견딜 수 있는 내진설계도 되어 있다. 설령 진도 9 이상이 와서 콘크리트 등에 균열이 발생하는 등의 피해가 발생한다해도 자동급수시설을 통해 물을 공급하게 된다. 최악의 상황으로 물이 전부 빠져나간 경우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핵연료 피복관, 지르코늄 피복관의 온도가 180도까지만 올라가는 것으로 평가됐다. 180도에서는 핵연료에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며, 후쿠시마와 같이 수소발생에 따른 폭발 우려도 없다.

Q.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피해가 재현될 우려는 없나.
A. 후쿠시마 사고 때에도 사용후핵연료 수조에 있는 핵연료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지진으로 인해 정전이 되면서 비상제어장치가 작동하지 않았고, 쓰나미가 해안 방벽을 넘어 발전소를 덮쳤다. 이로 인해 지하에 위치한 디젤 비상발전기까지 침수되었고, 원전 내부에 가득차 있던 수소가스가 폭발하게 된 것이다.  

Q. 해외 사례는 어떠한가. 
A. 미국 INL, 프랑스 CEA 등 해외 주요 원자력 연구개발 기관에서도 유사 시설로 사용핵연료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와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대부분이 대도시 인근에 사용후핵연료시설이 위치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웨덴 스투드스빅(STUDSVIK) 연구소는 연구소 울타리에 인접해서 전원주택단지가 형성되어 있으며, 타국가에서 전용 선박 선적해 와서 용역을 수행할 정도다. 노르웨이 할덴원자로가 있는 도시에서는 원자로 시설과 인접해서 도시가 형성되어 있어 시설과 주민이 공존하는 것을 볼 수 있다.  

Q. 사용후핵연료 반출 계획은?
A. 지금으로서는 가까운 시일내에 사용후핵연료 반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핵연료봉 재조립 등의 기술적인 문제와 저장시설 문제 등이 해결돼야 한다. 정부의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 따르면 2035년 경에 중간저장 시설 완공이 예정되어 있다. 원자력발전소 임시 수조로 돌려 보내는 방법도 쉽게 풀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실험용으로 분리한 핵연료봉 재조립, 수송용기 확보, 예산, 규정개정 문제 등 해결해야 할 현안이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 등 원자력 유관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최단 시간 내 안전하게 반출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기본적으로 과학자와 시민 간 상호 인식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원자력에 대한 시민들의 막연한 불안감 해소가 우선 필요하며, 과학자의 입장에서도 연구원 시설 안에만 있다 보니 안전성에 익숙해져 있을 수 있어 관련된 소통은 어느 때보다 더 필요하다.

대전지역에는 환경단체, 대전시, 시의회, 지역주민 등이 참여하는 대전원자력안전협의회와 인근의 지역 주민 대표들로 구성된 '지역주민협의회'를 통해 주요 현안에 대한 보고와 연구원 주요시설 방문도 지속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또한,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주민설명회를 매월 개최해서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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