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박창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초빙전문위원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있는 사용후핵연료로 인해 요즈음 대전이 어수선하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있는 사용후핵연료는 크게 두 종류이다. 하나는 한국원자력연구원 내에 있는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에서 나온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연구를 목적으로 국내 타 지역에 있는 원자력발전소들로부터 이송되어 온 것들이다. 

원자력발전소로부터 이송되어온 사용후핵연료는 또 두 종류로 그 목적에 따라 나누어진다. 하나는 원자력발전소에서 연소 중 파손이 되어 그 원인을 찾기 위해 한국원자력연구원으로 옮겨 온 경우다. 또 다른 하나는 원자력 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핵연료주기기술 자립을 위한 여러 가지 연구를 수행하기 위한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국가로부터 받은 임무가 바로 이런 것들을 연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이러한 주어진 역할들을 잘 수행해 왔다. 그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이웃 주민들을 속여본 적도 없고, 위험하게 한 적도 없다.  

내 가족도 같은 아파트에서 같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사용후핵연료를 이동하려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미국 등 관련국과 국내에서도 관련 기관에 통보를 하고 안전을 확보한 상태에서 이동을 하게 되어 있다.  

사용후핵연료에서는 플루토늄이라는 핵폭탄의 원료를 추출할 수가 있기 때문에 아무도 몰래 숨겨 올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또한 만약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있는 사용후핵연료에서 문제가 나서 위험하다면 그것을 다루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연구원부터 먼저 위험해질 것이다.

위험하기로 치면 북한의 핵무기가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사용후핵연료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북한의 핵무기는 영변원자로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하여 만들었다. 북한이 이 핵무기를 사용하면 핵폭탄의 크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유성구의 상당 부분이 파괴될 수 있다. 

그리고 대전은 대부분의 과학기술관련 출연연구소들이 있고, 또 이웃 계룡시에는 3군사령부도 있으니 북한의 핵무기 사용에서 상당한 우선순위에 들어있을 것이다. 현실성이나 위험도에서 북한의 핵폭탄이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연구하는 사용후핵연료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주민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한국원자력연구원을 대전에서 나가라는 목소리도 있다. 따라서 차제에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만일 그 역할을 달리할 수 있다면 역할을 재정립하고 과연 대전에 있는 것이 좋은지도 확인해 보아야 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아직까지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주어진 임무중의 하나는 사용후핵연료를 이용해서 각종 연구개발을 하는 것이다. 만약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반드시 대전에서 이전을 해야 한다면 주민투표라도 해서 가부를 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만약 주민 전체의 의사가 이전을 요구하면 그 의사를 충분히 존중해야할 것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도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을 경주에 유치할 때와 같이 유치의사를 나타내는 지방자치단체로의 이전을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대전에 있는 대덕연구단지로 이전한 것이 1980년도 초니까 지금부터 30년도 훨씬 전이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유성에서 신탄진으로 가는 국도가 지금과는 매우 다른 가로수가 좋은 2차선이었다. 

우리나라 유일의 국산 연구용원자로인 하나로가 들어설 때만 하더라도 주변에 아파트가 하나도 없었다. 만약에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위험하다면 그 주변에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허가를 해준 사람들의 책임도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일 년 예산은 약 5천억 원이고 같은 부지에 있는 직원을 모두 합치면 2천명이 넘는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가족과 같이 대전에 살고 있다. 이 많은 직원들과 가족들을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사람들로 치부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들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주어진 임무를 묵묵히 하고 있을 뿐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 근무하는 연구원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자신의 가족에게 위험한 일을 그것도 몰래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모두의 생명은 당연히 중요하다. 그리고 방사능이 위험하다면 그 위험은 모두에게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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