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법률계 전문가 뭉쳐···무료 법률 자문·변호 등 지원
국가기술 사회발전 연구회 구성···'고민나누기' 코너서 고민 상담

이상목 전 미래부 차관은 '국가기술 사회발전 연구회'를 구성해 억울한 과학자들 대변에 앞장설 계획이다. <사진=박은희 기자>
이상목 전 미래부 차관은 '국가기술 사회발전 연구회'를 구성해 억울한 과학자들 대변에 앞장설 계획이다. <사진=박은희 기자>
벼랑 끝에 몰린 과학기술인들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지는 않다. 연구비 집행 감사를 받고 나면 자살충동까지 느끼게 되는 사례들이 적지 않다. 진위를 조사하기 전에 연구자를 범죄자로 간주하기 때문에 고통받는 심적 부담감과 자괴감이 생각보다 크다. 감사는 연구자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되고, 내부 자정 시스템은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 개인이 맞서야 하는 감당하기 힘든 일이 되는 것이다.  

억울한 과학기술인들의 입장을 헤아려주고,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상목 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이 '벼랑 끝 연구자'를 위한 작은 행보를 시작했다. 변호사, 과학자, 변리사 등 뜻을 같이한 이들과 함께 '과학기술 사회발전 연구회(sci4society.or.kr)'를 구성했다. 투서·감사·송사에 휘말린 연구자들을 돕는 모임이다. 

이 전 차관은 "연구현장에 억울한 경우를 겪는 사례가 많다. 과학기술인들이 주변에 하소연도 못하고, 기관 차원에서 도움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혼자만 고민하다 선택해서는 안 되는 죽음에 직면하게 되는 케이스들을 접하면서 이들을 돕고자 연구회를 시작했다. 전문가를 통한 무료 법률 자문 등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입에 자갈 물린 연구자들 돕겠다"

"자신만의 이익을 취하려 법을 악용하는 이들은 문제다. 그러나 연구자 상당수는 예상치 않게 억울한 일을 당하게 된다. 사실 내용은 별거 아닌데 동료도 기관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하니 혼자 고민하게 된다. 과학기술 사회발전 연구회의 핵심은 최소한 자살은 막자는 것이다."

이 전 차관이 연구회를 구성한 것은 지난 9월. 앞서 1년 전부터 변호사 등 관련 전문가들을 모아 뜻을 공유했다. 그는 "과학자들은 나라를 위해 일하는 데 예상치 않게 억울한 일을 당하게 되면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공무원직을 퇴임하고 그들을 위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연구회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구회에 자문을 담당하는 권익위원회는 정철승 펌대표, 오규환 변리사회회장, 엄익중 전 한국기술사회회장, 최승호 한국건설기술인협회명예회장, 정춘병 전 한국기술사회부회장 등으로 구성됐다. 

권익위원회는 앞으로 연구회를 통해 접수된 과학자 고충 민원에 대해 법률 지원, 변호, 변호사 소개 등을 무료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 전 차관이 고 카이스트 박태관 교수 관련 영상을 보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사진=박은희 기자>
이 전 차관이 고 카이스트 박태관 교수 관련 영상을 보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사진=박은희 기자>
권익위는 과학자의 검·경찰, 감사 등 조사시 가장 중요한 것은 '첫 대응'이라고 조언했다. 법률적 자문 없이 대응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전 차관은 "기업인들은 조사시에 변호사를 대동하는 것을 당연시 여긴다. 그러나 과학자는 혼자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잘못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니 홀로 대응한다"며 "잘못이 없어 당당한 것은 맞지만 절대 그러면 안된다. 죄가 없어도 범죄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 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그는 "조사시 확인진술서 등도 법률 자문 없이 확인 서명을 하면 안된다. 진출서 내용을 법정에서 바꾸는 일은 더 어렵기 때문"이라며 "잘못을 하지 않았더라도 초기 대응부터 변호사와 함께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청원 및 탄원 등의 제출 시점도 중요하다. 적절한 시기에 맞춰 청원서 등을 제출해 효과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전 차관은 "재판을 진행하게 될 경우 청원, 탄원이 필요한 경우가 발생한다. 법률적 지식이 부족한 과학자들은 적절한 시점을 잘 모를 수 있다"며 "이런 경우 전문가를 통한 법률적 자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호사 선임도 간과할 문제가 아니다. 이 전 차관은 "변호사를 누구를 쓸 것인가도 중요하다. 변호를 안해 본 변호사는 돈만 쓰고 변호를 제대로 받지 못할 수 있다"며 "권익위는 올바른 변호사 선정도 함께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고민상담은 연구회 사이트 '고민나누기' 코너를 통해 하면 된다.  

그는 "고민나누기에 억울한 사연을 올려주면 권익위가 판단해 지원 범위를 정할 예정이다. 법률 자문을 위해 권익위는 오프라인 회의도 이어가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자살 사례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연구기관도 연구회도 연구자를 보호하지 못한다. 이런 경우 연구회를 통해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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