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용 고려대 교수, 막단백질 기능조절 뇌질환 치료 연구
뇌질환·니코틴 중독·당뇨병·뇌종양 관여 뇌 속 채널 찾아···치료제 개발 실마리

박재용 고려대 교수는 우울증, 뇌전증, 조현증 등 뇌질환과 연관되는 막단백질의 결합관계를 조사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최근 우울증과 관련된 이온통로의 새로운 기능을 찾아 셀지, 네이처 자매지 등에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사진=김지영 기자>
박재용 고려대 교수는 우울증, 뇌전증, 조현증 등 뇌질환과 연관되는 막단백질의 결합관계를 조사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최근 우울증과 관련된 이온통로의 새로운 기능을 찾아 셀지, 네이처 자매지 등에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사진=김지영 기자>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관계를 맺는다. 가족을 시작으로 학교, 직장, 이웃 등 조직이나 관계 속에 살아간다. 서로에게 영향을 주기도 받기도 하면서 말이다.

우리의 뇌구조도 인간관계와 닮았다. 신경세포와 신경교세포로 구성되어 있는 뇌 안에서 각각의 세포는 서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이 과정에서 세포 간 트러블이 발생하면 뇌질환이 발생하기도 한다.
 
'질병이 생기는 이유가 세포 간 트러블 때문이라면 둘 사이를 원만하게 해주는 것만으로 질병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이 같은 아이디어에 착안해 몸 속 질병을 연구하는 연구자가 있다. 박재용 고려대 교수다.
 
"뇌질환으로 잘 알려진 우울증, 간질, 조현병(정신질환) 등을 치료하기 위한 치료제가 개발 중이지만 관련된 유전자들이 워낙 많아, 정확한 발병기전에 대한 연구가 부족해 치료제 개발이 쉽지 않은 상태입니다. 현재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는 치료제들은 장기간 복용해야 하며 구토와 메스꺼움 등의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박 교수는 뇌과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로 신경교세포-신경세포간 상호작용을 통해 뇌기능을 이해하고 이온통로, G단백질 연결 수용체 등의 막단백질 기능조절에 의한 뇌 질환치료법 등을 연구하는 과학자다.
 
그는 기존의 접근방법을 통해 뇌질환의 정확한 기전을 찾아내기 어렵다는데 공감하고 뇌질환을 일으키는 표적을 찾기 위해 질병과 연관된 막단백질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A라는 사람의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묻고 조사하는 것처럼 말이다. 기존 뇌질환 치료 및 진단 접근방법이 정확한 치료타겟을 찾지 못했다는 점에서 도전한 새로운 시도다.
 
그는 "막단백질의 정확한 기능을 알기 위해 어떤 단백질들과 만나서 반응하는지 등 결합친구관계를 조사했다"며 "기능이 잘못됐을 때 연결되는 질환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뇌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 개발도 가능하리라 본다. 특히 뇌질환 치료에 효과적으로 알려진 천연물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 하는 새로운 개념의 치료제를 개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 친구따라 강남간다…단백질도 마찬가지
 
"질병에 관여하는 막단백질의 정확한 기능을 알기 위해 이 막단백질 자체의 기능을 집중적으로 연구할 뿐 아니라 어떤 단백질들을 어디서 만나고 결합하는지 친구관계를 조사합니다. 새로운 관점에서 뇌질환 치료제 개발을 앞당길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는 우울증, 뇌전증, 조현증 등 뇌질환과 연관되는 막단백질의 결합관계를 조사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최근 우울증과 관련된 이온통로의 새로운 기능을 찾아 셀지, 네이처 자매지 등에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우울증, 뇌전증, 조현증 등 뇌질환과 연관되는 막단백질의 결합관계를 조사하는 연구를 통해 최근 다양한 성과를 냈다.<사진=박재용 교수팀>
박 교수는 우울증, 뇌전증, 조현증 등 뇌질환과 연관되는 막단백질의 결합관계를 조사하는 연구를 통해 최근 다양한 성과를 냈다.<사진=박재용 교수팀>
박 교수가 막단백질 결합관계를 조사하기 시작한 것은 2002년 처음 교수가 되면서부터였다. 박사과정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랩을 구축하고 뇌질환을 연구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들었다. 지도교수의 잘 구축된 랩에서 연구를 하는 것과 새롭게 랩을 구축하면서 수행하는 연구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기존과는 다른 길을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다.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합니다. 누굴 만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생각과 가치관에 영향을 받듯 세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습니다."

박 교수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처럼 이온통로가 만나는 결합단백질들에 주목했다. 연구를 시작한 첫 해, 뇌구조가 복잡하고 다양한 이온통로들이 존재하는 만큼 무모한 도전처럼 느껴졌지만 꾸준히 연구한 그는 지난 2007년 80개의 이온통로에 대한 결합단백질 분석을 완료했다. 처음 예측대로 이온통로의 기능을 새롭게 찾고 그 과정에서 잘못되면 질병과 관련된다는 것을 규명, 이온통로를 억제하거나 제어함으로써 질환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최근 박 교수는 뇌질환 뿐 아니라 당뇨병과 니코틴 중독, 신경교종 등과 관련된 이온통로도 찾아냈다. 해당 연구는 유전자동의보감사업단(단장 이도헌)의 지원을 받아 치료제 개발도 함께 병행 중이다.
 
그는 "뇌의 특정 제한된 부분에서 니코틴 중독과 관련된 이온통로를 발견했다. 그런데 해당 이온통로가 신경교종 환자와 당뇨병 환자에서도 많이 발견된다는 것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신경교종은 현재 특별한 치료제가 없다. 수술이나 방사능 치료, 화학적 치료 등이 있지만 치료해도 재발확률이 높다. 신경교종은 진단 후 3년 안에 90%의 환자가 목숨을 잃는 무서운 질환이다.
 
연구진은 해당 이온통로가 니코틴 중독, 신경교종, 당뇨병 등에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활성화 저해나 결합단백질과의 관계를 끊어냄으로써 질환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백질 간 좋은 관계를 지속적으로 맺어주고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 관계를 막아주는 것이 새로운 개념의 치료제 개발이 될 것"이라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나 질병과 관련된 막단백질을 찾았다고 해서 치료제를 빠르게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에 그는 유전자동의보감사업단이 보유한 천연물 라이브러리를 통해 치료제를 개발할 계획이다.
 
박 교수는 "막단백질의 기능을 분석했다고 하더라도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은 또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며 "사업단에서 천연물라이브러리를 가지고 있는 만큼 해당질환에 약효가 있는 천연물을 선별해 임상을 진행, 질환에 효과가 있는지 등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치료제로 개발하는 것은 전임상, 임상 등 시간이 많이 걸리는 만큼 건강식품 형태로 가는 방향도 고려하고 있다"며 "환자들에게 효과가 있다면 천연물을 활용한 건상식품 형식으로도 개발하는 것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팀은 유전자동의보감사업단이 보유한 천연물 라이브러리를 통해 치료제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사진=김지영 기자>
박 교수팀은 유전자동의보감사업단이 보유한 천연물 라이브러리를 통해 치료제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사진=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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