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원 정책연구소, 18일 DCC서 '대학 연구 이대로는 안된다' 주제 세미나 개최
대학 연구개발 혁신역량 제고···'연구수행과정' 평가 중점 둬야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18일 오후 대전컨벤션센터에서 '대학 연구 이대로는 안 된다'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박은희 기자>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18일 오후 대전컨벤션센터에서 '대학 연구 이대로는 안 된다'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박은희 기자>
"정부 주도로 그동안 연구 역량이 많은 성장을 가져왔다. 하지만 정부 주도 연구는 목적 지향성으로 세계 반열에 오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세계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독창적이고 창조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자가 독자적으로 기획하고 진행하는 연구자 주도형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책연구소(소장 김학수)는 지난 18일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대학연구 이대로는 안된다'를 주제로 세미나를 갖고, 대학 연구개발의 혁신역량을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이날 김 소장과 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연구비·연구인력·연구성과평가' 등을 중심으로 정책을 제안했다. 우선적으로 연구자 주도형 연구비 비율을 높이고, 도전적인 연구에 대한 지원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자 주도형 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기존 연구비 배분방식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또 연구자 주도형 연구비가 늘어난다고 해서 반드시 도전적인 연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 만큼 연구자 주도형 연구 중 일부를 도전 연구로 구분해 지원해야 한다. 연구과제 선정과정에 대한 투명성과 공정성을 위해서는 도전연구에 대해서 만이라도 국제평가를 도입해야 한다. 

김학수 소장은 "그동안 정부 주도로 연구 역량이 양적 성장을 가져왔지만 이제는 장기 프로젝트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 새롭게 생각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대학 연구개발 역량 강화를 위한 제언들에는 전제가 필요하다. 새로운 변화를 위해서는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인력과 관련해서는 연구 교원 인력 선발에 있어 국제적인 문호를 대폭 개방하고 선발 및 승진 시스템에 국제적인 질적 평가체제로 운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싱가포르국립대학·홍콩대·홍콩과기대 등은 국제적으로 교수 및 우수 신진연구자 채용 공고를 통해 인력을 선발하고 있다. 이는 국제적인 학생들을 선발하는 발판이자 대학의 글로벌화와 세계 대학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국제적인 문호 개방과 질적 평가를 통한 투명한 선발·승진 시스템을 통해 글로벌 인력의 유입을 장려하고 탁월한 연구 인력을 통해 대학이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성과 평가에서는 정성평가 비중을 2021년까지 50%까지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활용해온 정량지표(SCI 논문 수·저널·논문 피인용 등)는 절대다수의 연구자가 매달리는 연구내용을 추구할 때 높게 나오기 때문에 결국 연구자를 빠른 추종자의 위치에 머물게 할 뿐이기 때문이다. 

연구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질적인 정성평가가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궁극적으로 연구성과 평가 자체를 없애야 한다. 연구성과 평가는 연구수행과정 평가로 전환해야 한다. 

김 소장은 "이제 연구비 배분 관련 논의는 그만해야 한다. 대신 어떻게 연구를 수행해야 혁신적인 연구가 나올 수 있는지에 대한 효과적인 연구수행 과정에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며 "모든 연구성과는 전적으로 연구수행과정의 산물이다. 따라서 효과적인 연구수행과정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어떤 창의적인 연구결과도 기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연구수행과정의 단계별로 원리 기반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그들에 대한 자문, 훈련과 모니터링을 통해 모험적이고 혁신적인 연구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 "정부 정책 일관성 유지돼야"···정성 평가 필요 

 종합토론에서는 대학 교수와 출연연 박사 등이 토론자로 나서 대학 연구 개발 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사진=박은희 기자>
종합토론에서는 대학 교수와 출연연 박사 등이 토론자로 나서 대학 연구 개발 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사진=박은희 기자>
종합토론에서는 대학의 연구환경과 연구수행 과정의 문제점 등을 지적하고 해결 방안에 대한 의견이 모아졌다. 

권효식 충북대 화학교육과 교수는 "연구에 있어 연구자의 질적 능력은 중요하다. 그러나 지역 대학에서는 우수한 대학원생 확보가 쉽지 않다"며 "대학원생을 많은 연구실은 성과도 우수하지만 학생 수가 점점 줄고 있어 연구 인력 확보가 악화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유섭 충북대 종양연구소 연구교수는 "연구자에 대한 정성평가는 환영할만한 소식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특유의 문화적 특징인 온정주의 등이 평가에 반영될까 우려스럽기도 하다. 현재의 평가 방법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백경호 충남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연구환경의 지속성에 대해 피력했다. 그는 "단기성과를 배제하고 정성 평가를 한다는 것은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근본적인 정책은 지속성"이라며 "경제적 지원과 연구인력이 지속적으로 지원돼야 질적으로 높은 연구 성과가 수반될 수 있다"고 밝혔다. 

문수복 KAIST 전산학부 교수도 "연구 결과보다는 수행 평가가 중요하다. 정성 평가가 자리를 잡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가야할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자로 토론에 참여한 장종산 한국화학연구원 박사는 대학과 출연연의 협력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대학은 교육과 연구를 함께 진행한다. 연구비 배분에 있어서 교육에 주안점을 두면 연구를 하기가 힘들다. 대학과 연구소가 학연 프로그램을 만들면 서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연구시설, 연구인력 등에 대해 공유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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