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넷, 세번째 과학나무파티 긴급 좌담회 가져
참여자들 "현재 상황 역사적으로 당연한 일…더 나은 미래 기대"

대덕넷은 17일 과학나무파티 긴급좌담회를 가졌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백상기 충남대 생물과학과 명예 교수, 우천식 KDI 박사, 유성규 표준연 박사, 이상목 바이오큐어팜 대표, 조승희 KAIST 대학원 총학생회장, 홍석의 지질자원연 실장.<사진=대덕넷>
대덕넷은 17일 과학나무파티 긴급좌담회를 가졌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백상기 충남대 생물과학과 명예 교수, 우천식 KDI 박사, 유성규 표준연 박사, 이상목 바이오큐어팜 대표, 조승희 KAIST 대학원 총학생회장, 홍석의 지질자원연 실장.<사진=대덕넷>
"무능한 사람이 오면 그들 안에서 폭력적 인사가 이뤄진다. K스포츠 재단, 미르 재단 여파 클 것이다. 바로 잡아야 한다. 시스템적으로 짚고 가야 한다. 과학계도 마찬가지다. 제대로된 연구를 하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우천식 KDI 박사)

"과학자가 정치를 하면 안된다는 편견을 갖고 있는가. 과학은 사실과 객관적인 결과를 중심으로 하지만 과학도 사람이 하는 것이다. 과학자가 정치에 참여하는게 신기하다고 보는 것 자체가 새롭다."(조승희 KAIST 대학원 총학생회장)

시국선언, 100만 촛불집회, 미 대통령 트럼프 당선 등 국내외 격변하는 환경과 격랑 속에서 정치사회와 과학기술계 공개 소통의 장이 마련됐다.

대덕넷은 17일 오후 6시부터 대덕넷 회의실에서 '한국정치사회와 과학기술계 공개 소통의 장'을 주제로 백상기 충남대 생물과학과 명예 교수, 우천식 KDI(한국개발연구원) 박사, 유성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박사, 이상목 바이오큐어팜 대표, 조승희 KAIST 대학원 총학생회장, 홍석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실장(이름 가나다순)을 초청, 과학나무파티 긴급 좌담회를 가졌다.

이날 참석한 패널들은 간단한 자기소개 후 현재 한국의 상황에 대해 짚고 각각의 위치에서 본 의견과 역할론을 개진했다.

우천식 KDI 박사는 당면한 시국상황의 발생 원인을 진단했다. 그에 의하면 우리는 조선에 이은  이승만 정권 등 여전히 전제왕권 시대의 슈퍼맨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 1987년 6월 항쟁이 있었지만 여전히 시민의식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다.

그는 "역사적 흐름으로 봤을 때 이번 사태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혼란스럽고 쉽게 완성되지 않겠지만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후발 개도국에서 시민사회를 만들어가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승희 총학생회장은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KAIST 명예박사 학위 박탈건을 설명했다. 그는 "명예박사 학위를 주는 것은 KAIST의 명예도 같이 지켜달라는 약속"이라면서 "총학생회 회원을 대상으로 설문하니 800명이 참여한 가운데 95%가 박근혜 대통령 명예박사 학위 박탈에 찬성했다. 학교측에도 공문으로 요청한 상태고 고등교육법에 따라 박사 취소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진전은 느리겠지만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목 대표는 해외에서 경험한 한국시국을 보는 외국인의 시선을 공유하며 현재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이 대표는 "당시 독일에 있었는데 독일인들이 '북한도 불가사의지만 한국도 불가사의'라며 비하하는데 할말이 없었다"면서 "현재 시국에 대해 움직이지 않으면 바로 잡을 수 없다. 우리 전체를 위해 아들딸들을 위해 잘 된 일인지도 모르겠다"고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나라 과학기술에 대해 외국에서는 높이 평가한다. 터키에서는 독일보다 한국을 더 선호할 정도"라면서 "지금의 사회가 바로 서려면 우리가 지속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바른사회, 보편타당한 상식이 통하는 사회는 과기인에게 가장 큰 혜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과학과 정치의 관계는?

홍석의 실장은 정치와 과학의 연계를 짚었다. 그는 "과학이 정치적으로 독립되지 않으면서 연구 지속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하며 "최근 경주 지진으로 예산이 늘었지만 이슈가 없으면 정부 지원이 끊긴다. 지속적으로 지진연구가 진행되지 못한 것도 그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백상기 교수도 홍석의 실장의 이야기에 공감을 표하면서 "상식이 통하는 사회는 중요하다. 사건이 없다고 예산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기본으로 놔야 하는데 우리는 다른쪽으로 새버리는 구조다. 이번 시국의 쟁점 중 하나인 체육, 문화 융성도 국가적으로 중요한데 문제는 예산이 개인에게 들어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백 교수는 "역사적으로 사농공상이 뿌리깊게 내려오면서 우리 사회는 알게 모르게 척이 지어졌다. 과거제도 처럼 고시출신 등으로 무리지으면서 지금 상황에 이르렀다"고 꼬집으며 "우리나라 과학기술 역사는 길지 않다. 과학기술이 본격화 된 것은 80년대로 30년정도 됐다. 기술고시로 공직에 들어간다고 해도 아직 연계가 없다. 지금은 힘이 없지만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 박사도 과학기술인들의 정치참여를 제안했다. 그는 "과기인이 고위직에 올라가도 아직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정치는 생활이다. 모든 사람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으로 과기계도 적극 들어가야 한다"면서 "정치꾼을 말하는게 아니고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코디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정당하게 할 수 있도록 과기인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정치와 과학계 인사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백 교수는 "과학계에서  흔히 하는 생각이 낙하산 인사가 오면 예산이 올거라고 생각한다"면서 "실제 예산을 따오면 역할을 잘하던 못하던 유야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우 박사는 "연구인력 1000명이 되면 누가 연구하는지 잘 모른다. 미국의 경우 소사이어티를 형성해 명예를 걸고 스스로 견제한다"면서 "우리도 누가 장관이 되고 원장이 되고가 아니라 자생적 질서가 형성되도록 강화해 펀딩 매니지먼트를 잘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성규 박사는 출연연 인건비 보장의 필요성을 들었다. 그는 "인건비를 과제에서 받아도 국가예산이 들어가는 것은 같은데 출연연마다 인건비 보장이 다르다"며 "인건비는 보장해주고 연구비에서 국가연구는 정부에서, 산업지원 연구는 산업체에서 확보하도록 한다면 자신이 해야할 연구에 집중하고 서로 모이고 흩어지는것도 자연스럽게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 박사는 출연연의 예산에 대한 독립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정부에서 받는 예산은 규제가 따르는게 당연하다. 미국 '국경넘은 엔지니어' 모임의 경우 개도국을 돕기위해 스스로 정책에 참여해 예산을 확보하고 봉사활동을 한다"면서 "규제를 덜 받기 위해서는 전체 예산 중 일부는 스스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의 대부분 연구소는 공무원 조직화 돼 있다. 연구소 구조개편 작업이 확신없이 아이디어로 이뤄지면서 비용이 엄청나다. 그 과정에서 정치가 필요한데 이공계도 같이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외부에서 보는 출연연 "닫혀 있다"

이상목 대표는 미국 샌디에이고의 커넥터를 예로 들며 기업인으로서 포부를 밝혔다. 그는 "샌디에이고에는 2명의 투자자가 될성부른 기업을 초청해 투자받도록 하고 멘토 분위기를 만들어가며 좋은 기업들이 몰려들었다"면서 "대덕에도 아직은 바이오분야지만 그런 뜻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서로 소통하며 미래 먹거리를 만드는 소사이어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부의 시선으로 본 출연연의 문제를 꼬집었다.

그에 의하면 동문이 있는 출연연은 비교적 소통이 잘 이뤄지지만 그 단계를 넘어서면 굳게 닫혀있다. 출연연과 출연연 사이도 막혀있다. 이 대표는 "서로 오픈마인드로 대하면 시너지 효과도 클텐데 출연연 대부분 자기들끼리 뭉쳐서 문을 닫는다"고 지적하며 "마음을 열고 교류할 장이 마련돼야 하는데 출연연 구성원들이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출연연, 기업, 대학이 모여 소사이어티 만들면 그들이 만들어내는 에너지도 클것"이라고 강조했다.

백 교수는 오픈 마인드를 갖지 못하는 이유로 자신감 부족을 들었다. 그는 "자신있는 사람들은 오픈한다. 그렇지 않다는 것은 스스로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대등하게 서로 배우려는 자세가 필요한데 한국은 00하는 체 하는게 많아 잘 안된다"고 지적했다.

우 박사는 한국사회의 배타적, 방어적 문화를 교육제도의 원인으로 들었다. 그에 의하면 한국 교육은 비평준화와 평준화 세대로 구분할 수 있는데 현재 각계의 주류는 비평준화 세대다. 각 출연연의 기관장 역시 비평준화 세대로 배타적인 문화가 강하다.

그는 "그들은 중, 고교, 대학까지 그들만의 문화속에서 살았다. 직업군도 비슷하다"면서 "하지만 평준화 세대는 다양하다. 그들은 의식부터 달라 누구와도 어울릴수 있는 세대다. 자유롭게 개방적으로  가는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연구의 글로벌화를 주장했다. 우 박사는 "우리나라 안에서 잘난척 하지 말고 실제 글로벌 테스트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면서 "최고 실력자들이 들어오고 글로벌 프로젝트 2~3개 하면서 실력을 테스트 한다면 국내 연구역량이 결집될 것이다. 세종, 영종도 초전도 열차를 과학동네 전체에서 만들어보는 것은 어떤가"라고 제안했다.

한편 과학나무파티는 본지에 소개된 각계 인사의 교류와 소통의 장으로 매월 3번째주 목요일 오후 6시 대덕넷 회의실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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