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웅 KINS 노심평가‧사고해석 전문위원
"킨스맨 33년, 현장에서 기술자로 문제 해결하는 기쁨 커"

노심평가‧사고해석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우승웅 박사. 발전소의 안전성 심사와 검사 등 중요한 안전현안 등을 자문하고 있다. 그는 현장에서 필요한 장비라면 누가 말하지 않아도 먼저 만들어 낸다. <사진=박은희 기자>
노심평가‧사고해석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우승웅 박사. 발전소의 안전성 심사와 검사 등 중요한 안전현안 등을 자문하고 있다. 그는 현장에서 필요한 장비라면 누가 말하지 않아도 먼저 만들어 낸다. <사진=박은희 기자>
강산이 세 번 바뀌고도 남을 시간 동안 '원자력 안전맨'을 자처했다. 원자력 안전을 위해서라면 세상에 없는 장비도 뚝딱 만들어 낸다. 

몸속에 '발명 DNA'가 흐르는 KINS(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노심평가·사고해석 전문위원인 우승웅 박사 이야기다. 대학원을 입학한 그해 가을(1983년)에 원자력연구소 안전센타에 공채로 입사해 올해로 꼬박 33년째다. 

그의 첫 업무는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할 때 발전소의 각종 기기나 계통이 적합하게 설치돼 성능을 발휘하는 지 검사하는 일이었다. 

"고리 3, 4호기에 이어 영광 1, 2호기를 검사하게 됐어요. 원자력 발전소는 상업 운전 전에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시험을 하는데 사고‧자연재해 등에 대비하기 위해 어려운 조건으로 수명기간 동안에 한번 밖에 안하는 시험들을 하죠. 실제 원자로를 대상으로 하여 시험 데이터가 생산되는데 당시에는 디지털 기록장치가 없어서 이 귀중한 데이터를 종이 기록지에 기록하고 있었죠."

원자로 과도상태 시험 시에 나타나는 데이터를 아날로그·디지털 변환장치로 디지털화해 컴퓨터에 기록하는 DAS(Data Acquisition System) 장치가 우 박사 손에서 탄생했다.  

그는 "대단한 기술은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영광 1, 2호기와 울진 1, 2호기 시운전시험 기간 동안 부하탈락시험, 터빈정지시험, 원자로정지시험 등 여러 과도상태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 원자로 거동분석과 시뮬레이터 검증에 활용했다. 

"실제 원자로를 대상으로 한 귀중한 시험자료의 기록지를 문서 창고에 처박아 놓기 일쑤였죠. 누구나 시뮬레이터나 제어기의 특성 계산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DAS 프로그램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당시의 PC는 요즘과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성능이 떨어졌지만 냉각재 압력, 온도, 원자로 출력, 펌프 속도 등 16가지 변수를 하드디스크에 1초에 20번씩 몇 시간 동안 기록할 수 있게 만들었죠."

이후 우 박사는 DAS를 이용해 디지털 반응도 계산기도 개발했다. 핵연료를 교체하고 제어봉의 제어능을 평가하는 노물리시험을 수행할 때 원자로의 중성자속 신호를 수집해 노심(핵반응이 일어나는 곳)의 반응도를 계산하는 장비다. 

그는 수집된 중성자속 자료를 이용해서 디지털 반응도 계산기를 개발하고 이를 이용해서 영광 2호기의 노물리시험에서 국내 최초로 실시간 디지털 반응도를 측정하는데 성공했으며, 당시 서울 공릉동에 있던 'TRIGA MARK-2' 연구용 원자로에서도 반응도를 정확하게 측정해 반응도 계산기의 성능을 인정받았다.  

그는 "반응도 계산기를 제대로 만들었는지 궁금했는데 TRIGA MARK-2 연구용 원자로에서 실험했는데 결과가 좋았다"며 "연구로 관리실에 개발한 반응도계산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010년 신고리 1호기 시운전에서는 그의 재능이 제대로 발휘됐다. 신고리 1호기에는 노외 핵분열함 중성자 계측기가 도입됐다. 이 핵분열함 계측기는 중성자속 준위가 매우 낮은 기동 시부터 100% 출력 시의 중성자속을 측정할 수 있는 계측장치였다.  

그러나 원자로가 50% 출력에 도달했을 때 원자로 상부와 하부의 출력편차 측정값이 노심계산에서 예측한 값과 차이가 났다. 신고기 1호기는 결국 출력상승을 하지 못하고 멈췄다. 원인분석에 들어갔지만 한 달이 넘도록 이유를 밝히지 못했다.  

"한 달 넘게 발전소가 서있으니 손해가 적지 않았죠. 한수원이 제시한 자료를 검토한 결과 공급사인 CE가 제시한 노외 핵분열함에 대한 중성자 수송계산 방법이 잘 못 됐음을 알 수 있었죠. 핵분열함을 감싼 감속재의 형태변화를 고려해 3차원 중성자 수송 계산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를 적용시켰는데 문제가 해결 됐어요. 제가 한 일 중 가장 보람된 일이었죠."

우 박사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는 전문위원실에서 노심 및 사고해석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발전소의 안전성 심사와 검사 등 중요한 안전현안에 대해 해당 부서에 자문하는 역할이다. 

그는 "원자로에서 노심은 핵연료가 중성자와 반응해 핵분열을 일으켜서 에너지가 생성되는 원자력 발전소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면서 동시에 핵반응으로 생긴 방사능 물질을 가지고 있다"며 "발전소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고로 인해 원자로 노심이 얼마나 손상되며 손상된 핵연료로부터 방출되는 방사선 물질의 양과 원전 주변의 방사선 피폭량이 얼마인지 평가해서 안전한지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라고 밝혔다. 

◆ 장비 개발 "밥값 하는 것"···원자력 대중화에 나서고파 

퇴직 후 인생을 위한 그의 '버킷 리스트'에는 많은 것들이 담겼다. 뉴턴식 반사망원경을 제작해 은하를 직접 촬영하고, 원자력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는 책도 쓸 계획이다. <사진=박은희 기자>
퇴직 후 인생을 위한 그의 '버킷 리스트'에는 많은 것들이 담겼다. 뉴턴식 반사망원경을 제작해 은하를 직접 촬영하고, 원자력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는 책도 쓸 계획이다. <사진=박은희 기자>
우 박사의 발명가 기질은 일찍이 드러났다. 대학교 3학년 때 실험실에서 오디오 앰프 3대를 만들어 친구에게 2대를 주고 나머지 1대는 그가 38년째 사용하고 있다. 당시 8 비트(Bit)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구입해 컴퓨터를 만들기도 했다. 

"오디오 앰프 등 전자기기 제작이 취미입니다. 컴퓨터를 만들 때만해도 PC 보급이 되지 않던 시절이었어요. 원자로 제어를 실험하기 위해 당시 한 학기 등록금보다 많은 37만원을 들여 MC6800을 구입해 컴퓨터를 만들었죠. 대학을 졸업하고 군복무를 마치니 모니터가 달린 애플(Apple) 컴퓨터가 처음 시중에 나왔더군요.(웃음)"
 
정년까지 3년을 남겨놓은 그는 최근 퇴직 후 인생설계를 위한 '버킷 리스트'를 정했다. 24인치 뉴턴식 반사망원경을 만들어 여러 은하를 직접 촬영할 계획이다. 캐나라 록키 트래킹에서 야생화와 아름다운 설산을 사진에 담고, 알래스카에서 오로라를 관찰하고, 밴쿠버 휘슬러 스키장에서 핼리스키를 타는 것도 중요한 계획이다. 

또 일반인이 이해하기 쉬운 원자력이나 상대성이론에 관한 책도 집필할 예정이다.

"원자력에 대한 대중의 이해가 여전히 낮아요. 방사능이 무엇인지, 원자력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막연한 불안감만 키우고 있죠. 원자력을 30년 넘게 연구했으니 이제는 지식을 나눠야 한다고 생각해요. 누구도 쉽게 알 수 있게 원자력에 대한 강연도 하고 책도 쓰고 싶어요." 

인터뷰 말미 그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우 박사는 "원자력은 복합적인 분야로 여러 분야의 전공지식을 공부해 전체를 볼 수 있는 식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 그는 아마추어 무선햄(HAM)도 취미로 즐기고 있다. 외국 친구들과 무선햄을 즐기며 주고받은 증표들이다. <사진=박은희 기자>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 그는 아마추어 무선햄(HAM)도 취미로 즐기고 있다. 외국 친구들과 무선햄을 즐기며 주고받은 증표들이다. <사진=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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