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미래일자리 교육포럼, '연구현장에 자율성과 창의성을 돌려주자' 정책토론 개최
수요자 중심 연구비 관리규정 통일 공감대 형성

김소영 KAIST 교수가 '연구현장에 자율성과 창의성을 돌려주자'토론회의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사진=김지영 기자>
김소영 KAIST 교수가 '연구현장에 자율성과 창의성을 돌려주자'토론회의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사진=김지영 기자>
"과도한 연구행정규제는 잘 닦아놓은 고속도로에 하이패스 없는 톨게이트와 마찬가지다. 연구에 대한 평가는 엄격해도 좋다. 다만 중간 과정은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김석주 전기연 박사)
 
"연구 목적성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연구비를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일부를 프리존으로 만드는 방안을 추천한다."(박종택 씨맥 대표이사)
 
"연구비는 국민의 세금이다. 악질적인 연구비 남용은 원아웃제로 고발조치하는 등 투명하고 철저하게 관리하자."(김우승 한양대 교수)
 
정부의 지원을 받아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소, 대학, 기업 등은 부처마다 상이한 연구비 관리시스템과 규정으로 행정업무 가중에 시달려왔다. 10여년 전부터 정부가 규제를 축소하겠다고 나섰지만 오히려 연구현장에서는 규제가 더욱 가중될 뿐 개선에 대한 체감도가 낮다.
 
미래창조과학부가 2017년 말까지 4개 부처의 연구비 집행 통합모니터링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연구현장에서 필요한 시스템과 관리규정 개선이 무엇인지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국회 미래일자리 교육포럼(공동대표 오세정·신용현)이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연구현장에 자율성과 창의성을 돌려주자'를 주제로 정책토론을 개최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과도한 규제, 부처별 상이한 규제로 연구자들이 연구에 매진할 수 없는 상황에 공감하며 연구개발 투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창의성과 자율성을 가진 연구현장을 위한 수요자 중심 연구비 관리규정 통일에 공감했다.
 
주제발표자로 나선 김소영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장에 따르면 연구비의 부정을 막기 위해 연구비 집행 제도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그 내용이 갈수록 복잡해져 연구자들이 연구가 아닌 행정에 매달리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행정가중에 부담을 느끼는 연구자들은 윤리적으로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편법을 쓰기도 한다. 주말에 근무하며 쓴 연구비를 인정해주지 않아 주말결제를 평일로 미루는 것이 그 예다.
 
연구비 부정집행의 대부분은 회의비나 출장비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사소한 건수에 집중돼있다. 일부러 횡령한다기 보다 너무 규제가 세분화되어 연구자가 챙기지 못한 사례가 많은 것이다. 소수의 부정을 잡으려고 만들어지는 세부적 규제는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으로 연구현장을 옥죄고 있다.
 
김 원장은 "매년 약 5만건의 연구과제 중 1% 미만이 부정 집행건수로 적발된다. 그러나 이마저도 대부분 불인정 사례"라며 "현 규제들은 '연구자들은 대체로 연구비 남용의 유혹에 빠질 것'을 전제로 만들어지고 있다. 현실적인 데이터도 없이 만들어지는 규정이 오히려 연구를 방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규제하고, 그 외에 열심히 연구를 하기 위한 활동에 대해서는 허용을 하는 방식으로 규제가 만들어져야 한다"라며 연구비 관리규정 대안으로 ▲연구비 관리시스템 일원화와 간소화 ▲연구비 미세관리 지양 ▲연구비 규정 내실화 ▲연구비 체계 단순화 등을 제시했다.
 

연구비 관리규정관련 토론을 위해 많은 연구관계자가 참석했다.<사진=김지영 기자>
연구비 관리규정관련 토론을 위해 많은 연구관계자가 참석했다.<사진=김지영 기자>
용홍택 미래부 과학기술정책관은 정부가 추진 중인 정부 R&D 혁신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혁신방안은 SCI 논문건수 지표 원칙적 폐지와 대학의 바텀업 기초연구 강화, 출연연 중간평가 폐지컨설팅 형태 추진, 연구개발 5억 이하 연구계획서 5p이내 작성 등의 내용이 담겼다.
 
범부처 R&D 연구비 기준 통일안도 함께 발표했다. 그는 "연구자들 불필요한 범위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1, 2, 3번만 지키면 그 외엔 규제하지 않겠다는 네거티브 형식의 연구비 관리규정을 도입하려고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용 정책관은 평소 현장중심 정책 관료 소신을 강조하며 "연구현장에 혼란이 없도록 방안을 만들겠다. 연구자 프렌들리한 연구비 관리 시스템을 중점적으로 실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안현실 한국경제 논설위원의 좌장으로 진행된 토론에서 김석주 한국전기연구원 박사는 "연구소에는 정말 좋은 시스템이 많다"며 "그러나 과도한 연구비 관리규정제도는 잘 닦아놓은 고속도로에 하이패스 없는 톨게이트와 마찬가지"라고 정의했다.

김 박사는 "연구시작 전부터 감사에 안 걸리는지부터 고민하는 시간이 꽤 된다. 연구에 대한 평가는 엄격해도 좋다"며 "다만 중간 과정은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부처마다 다른 규제를 통일해야 하고 간소화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창업 15년차 박종택 씨맥 대표는 연구 목적성에 맞다면 프리존을 둬 자율성을 확보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부처의 수주를 받아 연구를 하면서 부처마다 다른 규제를 많이 봐왔다"며 "연구비 관리규정을 보면 왜 규제를 하는지 의문스러운 규제들도 많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출연연이나 대학은 재료비를 사는데 구매팀을 거치니 부정을 일으키기 어렵다고 본다"며 연구비 일정 부분은 프리존을 두어 연구의 큰 카테고리 안에 연구 목적성이 맞다면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김우승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 LINC사업단장은 악질적인 남용은 원아웃제로 고발 조치해야 할 것과 참여기관과 주관기관의 평가를 분리해서 추진해야 함을 강조했다.
 
안화용 한국연구재단 기획조정실장은 연구비 관리시스템 개선을 위한 10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안 실장이 제시한 10대 대안은 ▲연구하는 철학(정신자세)정립 ▲전문성 중심 분야별 R&D 지원방식으로 발전 ▲과제중심에서 연구자중심으로 지원방식 전환 ▲R&D 규정의 통일단순화 ▲과학 및 공학 특성 반영 투 트랙 지원 ▲연구단절 해결을 통한 연구활성화 ▲도전연구 권장 분위기 조성 ▲연구계 스스로의 자정노력 ▲연구자로서의 국가적 사회적 책무이행 등이다.

김요셉 대덕넷 취재팀장은 "예산이 늘어날수록 연구생산성, 연구성과, 관리규정 등 과학계를 짓누르는 보도들이 비례해 증가했다"며 "관리규정이 지배하는 과학계에서는 당분간 이 트렌드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욱 목소리를 내면서 연구할 문화를 사수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김 팀장은 연구환경 개선을 위해 정부 R&D혁신안도 필요하지만 'R&D행정개혁'이 시급하며, 현재처럼 과학계에 대한 불신을 기반으로 한 연구비 관리시스템은 아예 없애는게 낫다고 역설했다. 현장의 실질적 제도개선을 위해 미래부 공무원의 연구현장 파견 근무도 제안했다.

포럼을 경청한 한 교수는 "자율성 이야기는 많았던 반면 창의성에 대한 이야기는 부족했던 것 같다. 바텀업 과제가 활성화 되는 것이 연구현장의 창의성을 부여하는 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세정 의원은 "바텀업 과제 예산을 올해 1700억 원 증가시켰고, 추가로 미방위 차원에서 1000억 원 더 증액할 예정"이라며 "더욱 창의성 있는 바텀업 과제문화가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박주선 국회부의장을 비롯해 천정배 국민의당 전 상임대표, 더불어민주당 변재일·최운열 국회의원, 국민의당 김중로·박선숙·이동섭·신용현 국회의원 등 10여명의 국회의원들이 찾아 '연구현장에 자율성과 창의성을 돌려주자'는 슬로건에 공조의 뜻을 밝혔다. 

토론회 모습.<사진=김지영 기자>
토론회 모습.<사진=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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