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욱 부산대 교수 "교양은 과학과 인문학 융합···과학 이해 틀 깨자"
희망의책 대전본부, 지난달 30일 별똥별과학도서관서 대중 강연회 개최

김상욱 부산대 물리학과 교수가 과학으로 세상 읽는 방법을 전파하기 위해 대전시민 앞에 나섰다.<사진=박성민 기자>
김상욱 부산대 물리학과 교수가 과학으로 세상 읽는 방법을 전파하기 위해 대전시민 앞에 나섰다.<사진=박성민 기자>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날아갑니다. 사람의 교양도 두 개의 날개가 있어야 비상할 수 있습니다. 교양의 날개는 바로 과학과 인문학입니다. 과학도 교양인 것이죠. 과학은 알면 좋은 것이 아니라 모르면 부끄러운 것입니다. 어렵게 와 닿았던 과학을 이해하기 위해 틀을 깨나가야 합니다."

과학을 알기 쉽게 전하는 과학자. 김상욱 부산대 물리학과 교수가 과학으로 세상 읽는 방법을 전하기 위해 대전 시민들 앞에 섰다.

희망의책 대전본부(이사장 조성남)와 시민참여연구센터(운영위원장 김민수)는 지난 30일 별똥별과학도서관에서 대전시민 약 2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김상욱 교수를 초청, '과학으로 세상 읽기' 주제로 대중 강연회를 개최했다.

초등학생부터 중년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청중들 앞에서 김상욱 교수는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 한 장면의 사진을 보여줬다. 김 교수가 영화 원작자를 묻자 청중들은 하나같이 큰 목소리로 '셰익스피어!'라고 답했다.

김 교수는 또 다른 사진으로 '열역학 제2법칙 공식'을 화면에 띄었다. 공식이 무엇을 설명하는 법칙인지를 묻자 청중들은 꿀먹은 벙어리가 된 채 고개를 떨궜다. 

김 교수는 청중들에게 이 두 장의 사진으로 '교양'을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셰익스피어를 모르면 교양이 없다고 지적하지만, 열역학 제2법칙을 모른다고 교양 없다고 말하지 않는다"라며 "사람의 교양은 과학과 인문학의 균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히려 과학이 인문학보다 더욱 교양이 풍부한 학문이 될 수 있음을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적인 결말의 예로 설명했다.

김 교수는 "열역학 제2법칙은 시간이 왜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가를 설명하는 법칙"이라며 "로미오와 줄리엣 영화에서 줄리엣이 죽었기 때문에 비극이다. 하지만 열역학 제2법칙이 없었더라면 시간을 되돌려 줄리엣은 죽지 않았고, 영화는 코미디로 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로소 과학을 이해하고 인문학을 접했을 때 사람의 교양은 한층 두터워진다"며 "그동안 과학은 돈과 연결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우리가 과학을 교양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라고 부연했다.

◆ 과학을 보는 틀 깨라···"과학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스마트폰 배터리의 전기는 어디서부터 왔을까요? 전기를 사용하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나요? 과학은 당연한 것이 아닙니다.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틀을 깨야 합니다."

김상욱 교수가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전기의 원천들을 짚어나가며 "과학을 알아가는 것이 교양을 쌓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김상욱 교수가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전기의 원천들을 짚어나가며 "과학을 알아가는 것이 교양을 쌓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전기는 어디서부터 출발했을까요?"라는 김 교수의 첫 질문에 청중들은 전기의 원리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220볼트의 전기는 전선에서 나온다. 전선을 거슬러 올라가면 전봇대가 있고 변압기가 있다. 그 전기는 결국 발전소에서 시작된다.

김 교수는 "그렇다면 화력발전소는 어떻게 전기를 만들까요?"라고 두 번째 질문을 던졌다. 참석자들은 "화력발전소는 석탄으로 물을 끓이고 수증기가 나오는 힘으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고 답했다.

그는 나아가 화력발전소 원료인 석탄의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석탄은 지질시대에 식물이 퇴적·매몰된 후 열과 압력을 받아 생성된 가연성 광물"이라며 "식물은 이산화탄소와 물을 이용해 광합성을 하는 존재이며 모든 식물의 에너지원은 태양광"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태양은 어떻게 빛을 낼까?'라는 질문이 곧 이어졌다. 그는 "태양은 핵융합 반응으로 수소가 결합해 헬륨이 되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나온다"며 "태양의 에너지원은 수소이고, 우주에 존재하는 수소는 빅뱅 때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 전기를 이해하기 위해 우주의 빅뱅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스마트폰의 전기는 빅뱅에서부터 비롯됐다. 전기의 원천을 알려면 발전소, 석탄, 고생물학, 광합성, 빛, 핵융합, 수소 원리까지 이해해야 한다"며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과학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다. 과학을 알아가는 것이 바로 교양을 쌓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일반 대중에게 과학은 '기술'이라는 편협된 이미지로 인식되고 있다"며 "과학은 세상을 읽는 하나의 방법이고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다. 과학적 사고만이 합리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출 수 있다"고 확신했다.

아울러 그는 "과학자를 꿈꾸는 어린이들이 과학의 중요성을 깨우친다면, 어떤 과학이든 도전하면 된다"라며 "어려운 과학을 교양으로 이해한다면, 과학의 중요성을 깨우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행사는 지난달 30일 별똥별과학도서관에서 개최됐다.<사진=박성민 기자>
이번 행사는 지난달 30일 별똥별과학도서관에서 개최됐다.<사진=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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