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언선 한양대 교수,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로 미세조류 개량
"KCRC 사업단 소속 연구진과 공동연구 통해 우수 균주 상용화 할 것"

한양대의 조류배양실 모습. 환한 조명은 미세조류를 배양하기 위한 역할을 한다.<사진=김지영 기자>
한양대의 조류배양실 모습. 환한 조명은 미세조류를 배양하기 위한 역할을 한다.<사진=김지영 기자>
한양대학교 생명과학과 식물생명공학 연구실 소속의 조류배양실 문을 열자 환한 조명에 눈이 부시다. 촬영장에 온 듯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강한 조명이 예사롭지 않다. 조명이 비추고 있는 것은 사람이 아니다. 투명하고 맑은 녹색의 액체 배지에서 자라고 있는 '미세조류'다.
 
이 방에 보관된 미세조류는 언뜻 보더라도 가짓수가 꽤 많아 보인다. 경제적인 잠재력이 매우 높은 생물자원인 미세조류는 이곳 연구진들의 귀중한 실험재료다.
 
"미세조류는 지구온난화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먹으면서 자라요. 이렇게 자란 미세조류는 바이오에너지의 원료 및 베타카로틴, 아스타잔틴, DHA가 포함된 건강보조식품, 화장품 원료 등 고부가가치 산업용 소재로 이용될 수 있습니다."(진언선 한양대 교수)
 
바다나 강에 서식하는 단세포 광합성 생물인 미세조류는 지구 전역에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는 매우 흔한 생물이지만 세포가 작으면서도 하루에서 2~3회 증식해 좁은 공간에서도 무제한 생산이 가능한 경제적 잠재력이 매우 높은 생물자원이다. 그러나 무조건 많이 기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경제적 가치가 있는 미세조류로 개량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진언선 한양대 생명과학과 (식물생명공학연구실) 교수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도입해 경제적으로 활용도가 높은 미세조류 개량에 성공해 주목받고 있다.
 
진 교수팀은 연구를 통해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면서도 해당 미세조류 균주로부터 항산화 색소 등 고부가가치 소재를 얻어낼 수 있도록 개량했다. 이 개량종들은 외부 DNA를 혼입시키지 않는 방법으로 유전자 변형 생물(GMO)의 논란도 피했다. 식품 및 기타 산업적 활용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와 미세조류의 만남은 국내외 미세조류 관련 연구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그는 유럽과 중국 등 국제세미나에서 잇따른 발표요청으로 바쁜 하루를 지내고 있다.
 
그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기술을 통해 미세조류에서 다양한 소재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식량자원, 의약품 등 우수한 균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개량 균주 활용했더니...안구에 좋은 소재 다량 발견
 

진언선 한양대 생명과학과 교수. 그는 최근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도입해 미세조류 개량에 성공했다.<사진=김지영 기자>
진언선 한양대 생명과학과 교수. 그는 최근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도입해 미세조류 개량에 성공했다.<사진=김지영 기자>
"미세조류는 다른 생물체와 달리 독특한 세포벽과 기술적 부재로 고부가가치 소재를 얻을 수 있는 균주개량에 한계가 있습니다. 방법도 많지 않고요. 하지만, 이번에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이용하여 종 개량에 적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2013년 처음 발견된 이후 가축, 곤충, 벼, 밀과 같은 식물세포, 병원균 등 다양한 종에 폭넓게 이용되고 있다. 미세조류에도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적용하기 위해 많은 연구자가 도전했는데, 그 중 하나가 미세조류 모델종인 클라미도모나스(Chlamydomonas reinhardtii) 에 가위의 역할의 CAS9 과 가이드 RNA를 발현시킬 수 있는 플라스미드를 도입해 미세조류  유전자를 편집하는 개량방식이다.

진 교수는 미세조류의 형질전환을 위한 DNA 혼입이 아닌 세포밖 사전조립과 편집기술을 통해 형질전환체를 얻는 데 성공했다.<사진=진언선 교수팀>
진 교수는 미세조류의 형질전환을 위한 DNA 혼입이 아닌 세포밖 사전조립과 편집기술을 통해 형질전환체를 얻는 데 성공했다.<사진=진언선 교수팀>
그러나 플라스미드를 이용하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방법은 유전자 변형 생물(GMO)로 분류돼 식품활용에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편집 이후 안정적으로 이용 가능한 생물체를 얻을 수 없어 절반의 성공이라는 결과만을 남겼다.
 
이에 진언선 교수는 배상수 한양대 화학과교수와 공동연구를 통해 형질전환을 위한 DNA를 혼입시키지 않고 세포 밖에서 CAS9 과 가이드 RNA를 사전 조립하여 세포내로 도입해 편집하는 기술을 선택했다. 그 결과 특정 유전자가 변형된 형질전환체를 얻는 데 성공했다.
 
또 세계 최초로 연속적인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해 두 개의 표적 유전자가 모두 변형된 형질 전환체를 만들어 높은 기술적 효용성을 보여주었다. DNA 혼입을 하지 않아 GMO로 분리되는 것도 아니어서 개량균주를 통한 고부가가치 소재를 제한 없이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진 교수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한 개량균주를 활용해 황반 색소를 다량으로 얻는 데도 성공했다. 개량균주를 통해 고부가가치의 소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집념으로 일군 성과다. 황반 색소는 황반변성을 예방하고 안구개선에 도움이 되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진 교수는 해당 기술을 산업제품생산 업체와 기술이전 협의 중이다.
 
그는 "황반 색소의 원료는 주로 마리골드라는 꽃잎을 통해 얻고 있는데 생산성이 0.1%로 생산성이 낮고 90% 이상 수입하는 실정"이라며 "반면 우리는 개량균주를 통해 야생형 대비 10배의 황반 색소를 얻을 수 있어 좋은 수입 대체자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황반 색소는 우리 몸속에서 만들 수 없으므로 섭취를 해야 한다. 최근 스마트폰과 컴퓨터 사용 등으로 시력이 떨어지는 현대인이 늘어나고 있어 안구개선 건강보조식품, 사료 등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다양한 유용물질 개발 매진할 것"
 

조류배양실 모습.<사진=김지영 기자>
조류배양실 모습.<사진=김지영 기자>
"식물연구를 하다가 미세조류연구를 시작했어요. 광합성이라는 공통점도 있었지만 미세조류가 가진 무한한 활용가능성에 매료되었습니다. 미세조류 개량연구는 개인적 연구성과 만족도 중요하지만 연구의 결과가 환경문제를 해결하거나 유용한 자원으로 활용되어 사회에 널리 환원되기를 희망합니다."
 
진언선 교수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처음으로 미세조류와 만났다. 미세조류 중에서도 타감물질을 만드는 남조류를 통해 제초제 연구를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고등식물분야로 연구주제를 옮겼지만, 광합성을 기본으로 하는 식물과 미세조류를 자연스럽게 융합할 기회를 얻으며 다시 미세조류 연구에 매진하게 됐다,
 
그는 미세조류 연구가 활발하지 않았던 2000년대 초부터 미세조류 개량을 통한 산업화활용연구를 수행하면서 새로운 이론이나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와 같은 새 기술을 도입해야 했다. 극복해야 할 난관도 많았지만 진 교수는 "서로를 믿고 열심히 연구해준 학생들이 있어 즐겁게 연구할 수 있다"고 학생들에게 감사함을 잊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이번 성과가 클로렐라를 비롯한 산업용 미세조류를 대상으로 보다 더 양적, 질적으로 우수한 미세조류를 개량하는 기폭제가 되리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진 교수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적용은 알려지지 않은 유용 유전자의 기능연구에도 폭넓게 활용될 뿐 아니라 이산화탄소에 의한 지구온난화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산화탄소 포집능력이 향상된 미세조류의 개발을 통해 생물을 이용한 친환경적 이산화탄소 저감 및 탄소 배출권 확보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진 교수는 최근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기술 개발에 의한 미세조류개량연구가 한국이산화탄소포집 및 처리연구개발센터(이하 KCRC·센터장 박상도)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는 만큼 "KCRC의 생물학적 전환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효과적이고 우수한 균주가 제대로 상용화될 수 있도록 검증하는 연구 등을 함께 추진할 것"이라며 "이번 성공을 바탕으로 미세조류를 통한 다른 유용물질을 만드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구를 하는데 어려움도 많았지만 서로를 믿고 열심히 연구해준 학생들이 있어 즐겁게 연구할 수 있습니다."<사진=김지영 기자>
"연구를 하는데 어려움도 많았지만 서로를 믿고 열심히 연구해준 학생들이 있어 즐겁게 연구할 수 있습니다."<사진=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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