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과학관-전북대, 12일 '과학기술 유물 관리 방안 모색 토론회' 개최

중앙과학관과 김근배 전북대 교수 연구팀은 12일 중앙과학관 행정동에서 '과학기술 유물 관리 방안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사진=박성민 기자>
중앙과학관과 김근배 전북대 교수 연구팀은 12일 중앙과학관 행정동에서 '과학기술 유물 관리 방안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사진=박성민 기자>
"해외 유명한 조각품은 어느 미술관에서도 볼 수 있다. 복제본들이 많기 때문이다. 과학기술 유물도 어디서든 볼 수 있도록 복제본 제작이 중요하다. 국민이 과학기술 유물을 쉽게 접해 과학을 평범한 수준으로 접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줘야 한다." 

"출연연이 설립될 당시부터 현재까지의 기록물을 남겨놔야 한다. 출연연 혹은 과학계의 중요한 사건 흐름을 언제 어디서든 꺼내볼 수 있도록 리스트를 만들어야 한다. 어느 연구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소속 기관에서 퇴직 과학자들의 스토리가 담인 다큐멘터리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이러한 영상들이 쌓이면 곧 과학계의 역사가 될 것이다. 국민도 과학 역사를 공감할 수 있고 연구자들은 또 다른 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다."

과학기술 유물을 체계적으로 발굴·관리·보존·활용해야 한다는 과학계 각계각층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국립중앙과학관(관장 양성광)과 김근배 전북대학교 교수 연구팀은 12일 행정동에서 산·학·연·관 전문가 약 20여명을 초청해 '국가 과학기술유물 등록관리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종합 토론회에 앞서 김근배 교수 연구팀이 과학기술 유물 등록관리 제도수립 과정과 진행상황을 발제했다. 연구팀은 중앙과학관의 의뢰로 '국가 과학기술 자료 발굴 조사 및 활용 연구'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연구팀은 과학기술 유물 등록관리 제도 마련을 목표로 두고 있다. 과학계 다양한 유물을 과학기술적·사회경제적·역사유산적 측면으로 유형에 따라 분류해 가치를 평가하고, 종합적 보존관리 체계를 만들어 효과적 활용방안을 제시하겠다는 것이 구체적 과제 방향이다.

김근배 교수가 과학기술 유물 등록관리 제도수립 사업개요를 발제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김근배 교수가 과학기술 유물 등록관리 제도수립 사업개요를 발제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김근배 교수는 '과학문화 수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과학기술 수준은 선진국이지만, 과학문화 수준은 여전히 낙후돼 있다"며 "연구성과 수월성 못지않게 과학문화 수월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우리나라 과학기술 성과를 보면 다양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며 "하지만 유형 성과이든 무형 성과이든 보존관리의 부족으로 그 가치가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 소속 이은경 전북대 교수는 "등록된 과학기술 유물은 전시·탐방, 교육, 미디어·홍보, 기념품 제작 등 영역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예를 들어 '타자기'가 발명되고 사회로 퍼지면서 어떻게 인류의 삶이 변화했는가를 조명하는 전시회를 마련한다면, 국민이 근현대 시기를 둘러보며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견을 말했다.

◆ "과학기술 유물로 국민들 뼛속까지 감동 줘야"···각계각층 전문가 토론

산·학·연·관 전문가 약 20여명 과학기술 유물 등록관리제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안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산·학·연·관 전문가 약 20여명 과학기술 유물 등록관리제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안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토론회에서 산·학·연·관 전문가 약 20여명이 과학기술 유물 등록관리제도 수립에 앞서 다양한 아이디어와 문제점·보완점을 짚어나갔다.

패널로는 ▲구자옥 전남대 농학과 명예교수 ▲김성용 지질자원연 미래정책연구실 실장 ▲김성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 ▲박범순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박태희 미래부 미래인재기반과 사무관 ▲이석봉 대덕넷 대표 ▲최남미 항우연 미래전략본부 팀장 ▲최항순 한림원 부원장(가나다순) 등이 나섰다.

먼저 구자옥 교수는 과학기술 유물 활용 방법을 제안했다. 그는 "해외의 유명한 조각품은 어느 미술관에 가도 볼 수 있다"라며 "즉 복제가 잘돼있으므로 많은 사람이 쉽게 접하고 알 수 있다"고 예를 들며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과학기술 유물도 국민이 언제 어디서든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복제본 제작에 앞서나가야 한다"며 "과학기술 유물이 국민의 삶과 함께 공존한다면, 그들이 과학은 평범한 학문이라고 인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연연별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한 박범순 교수는 "과학기술 유산의 폭이 넓으므로 모아둘 수 있는 자료가 방대하다"라며 "각 출연연이 설립될 때부터 현재까지의 과학적 사건을 모두 기록해야 한다. 출연연 역사 자료가 연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석봉 대표는 "포니, 4메가 D램 등 과학적으로 의미가 크지만 국민들로부터 관심이 멀어졌다. 국민이 의미를 체감해야 한다"라며 "과학기술 유물이 특정한 장소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 일상생활에 녹일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성용 실장은 원로 과학자들의 영상 인터뷰 자료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현재 활동하는 원로 과학자들이 은퇴하면 그들의 과학기술 자료 유실이 걱정된다"라며 "원로 과학자 또는 퇴직 과학자들의 영상 인터뷰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만들어 가자. 이런 자료가 쌓이면 과학계 또 다른 역사가 될 것"이라고 의견을 말했다.

최남미 팀장은 해외 사례를 들었다. 그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모든 프로젝트에 기관 히스토리 라이브러리를 활용한다"며 "그러면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모든 과정이 기록으로 남는다. 즉 그 순간이 역사가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과학계도 과정 기록의 필요성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성광 관장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특별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과학계 기록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라며 "향후 100년, 500년, 1000년을 바라보며 과학기술 유물을 발굴, 관리, 보존, 활용해 나가자"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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