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업계 리더에게 듣다①]김형남 한국타이어 테크노돔 연구소장
"패스트팔로어로 '세계 7위'···한계 뚫는 길 오직 R&D"
"대덕 출연연·민간연·대학과 교류 중점···새로운 혁신 꿈꾼다"

  2017년 미래를 향한 새로운 항해가 시작된다. 한국 과학기술 50년 역사를 보내고 미래 100년을 준비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대덕넷>은 과학산업계 오피니언 리더를 만나 새로운 동력과 지혜를 얻는 '2017 과학산업계 리더에게 듣는다'  신년 특별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요동치는 국가적 격랑 속에서 4차 산업혁명이 촉발하는 기술발전 의미의 통찰과 함께 앞으로 대한민국 과학산업계가 어떻게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하는 길에 대해 들어 본다.<편집자의 편지>

김형남 한국타이어 테크노돔 연구소장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대덕 R&D 공동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사진=대덕넷>
김형남 한국타이어 테크노돔 연구소장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대덕 R&D 공동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사진=대덕넷>
"한국타이어는 패스트팔로어 전략으로 타이어 업계 세계 7위까지 올라갔습니다. 더이상 이 전략으로 7위 한계를 돌파하지 못합니다. 타이어 업계 선진 기업들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차별화에 방점을 두고 있죠. 결국, 미래를 예측한 기술개발 차이입니다. 테크노돔 설립을 위해 3000억을 투자한 이유이기도 합니다."(김형남 한국타이어 테크노돔 연구소장·부사장)

3000억원이면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1년에 600만개의 타이어를 생산할 수 있는 비용. 한국타이어는 타이어 업계 세계 7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R&D 대형 투자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테크노돔을 탄생시켰다.

글로벌 R&D 연구소를 지향하는 김형남 한국타이어 테크노돔 연구소장은 "한국타이어의 미래를 위해 테크노돔이 탄생했다"고 정의했다. 그동안 패스트팔로어 전략으로 세계 7위 기업으로 성장했다면, 앞으로 남들이 안 하거나 못하는 기술을 개발해 글로벌 마켓 리더로 성장하겠다는 의지가 그의 발언에서 묻어난다.

김 연구소장은 "전기차·자율차 등장으로 타이어 산업의 근본적인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테크노돔의 탄생으로 글로벌 아이디어를 선점해 한국타이어가 점프업하는 계기를 만들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 "대전에 둥지 튼 이유?···이웃 연구소 찾아 혁신 가능성 봤다"

테크노돔이 대전에 설립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한국타이어 금산·장동 공장과의 협업과 주변 대학·출연연·민간연 생태계와의 협력이다.

김 연구소장이 "대덕연구단지가 모든 사람들로부터 선호 받는 단지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사진=대덕넷>
김 연구소장이 "대덕연구단지가 모든 사람들로부터 선호 받는 단지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사진=대덕넷>
김 연구소장은 대전 설립 첫 번째 이유로 공장과의 협업을 꼽았다. 그는 "연구소는 독립적으로 연구개발 할 수 있지만, 결국 생산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라며 "연구소는 공장과 공장을 이어주는 역할을 할 때 미래 제품 개발에 앞장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타이어 공장이 대전·금산에 안착한 배경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 중요한 이유는 물때문이다. 타이어를 생산하려면 공장에 물 공급이 수월해야 된다. 대전과 금산 인근에 금강이 흘러 공장 물 공급에 유리한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또 부산항을 통해 해외로 수출되는 타이어 운송에 편리한 고속도로가 인접해 있다.

테크노돔 대전 설립의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밀집된 연구소 생태계와의 협력이다. 테크노돔 핵심 연구자들은 지난해 11월 대덕에 소재한 LG화학기술연구원에 방문해 '이노베이션 데이' 행사를 가진 바 있다.

김 연구소장은 "합성고무 협력을 위해 LG화학연구원을 찾았다. 타이어 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소재와 자기 회생이 가능한 소재 등 협력 연구 주제가 무궁무진했다"라며 "연구소 간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오픈해 협력 방안 모색을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김 연구소장은 "실제 현장에 가보니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와 기술이 보였다"라며 "민간연 뿐만 아니라 정부출연연과도 이노베이션 협력에 앞장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타이어는 이미 테크노돔 연구인력과 주변 대학과의 교류를 꾀하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충남대학교에 타이어기술전문대학원을 신설해 매년 15명의 직원을 입학시키고 있다. 또 KAIST의 화학·기계 분야 교수들과 공동 연구과제를 진행 중이다.

김 연구소장은 "일종의 R&D 공동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싶다. 다른 어느 지역에서도 볼 수 없는 경쟁력 있는 생태계 이미지를 만들어갈 것"이라며 "외국에서 본뜨는 것을 그만하고, 테크노돔을 중심으로 생태계를 꾸려갈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같이 공부했던 동료들은 꿈을 펼쳐나갈 장소로 대덕연구단지를 선호했었다"라며 "하지만 지금은 당시의 분위기가 이어지지 않았다. 대덕연구단지가 모든 사람에게 선호 받는 연구단지로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 테크노돔, 세계 연구소 '컨트롤 타워'···"명실상부 글로벌 플레이어로"

"한국타이어는 미국·독일·중국 등에 각 R&D 연구센터가 들어서 있습니다. 각 국가 연구소에서 지역 고객들을 상대하고 그 지역의 수요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죠. 테크노돔이 그 중심에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명실상부 글로벌 플레이어로 거듭나겠습니다."
 
한국타이어는 매출액 기준 세계 7위, 타이어 생산량 5위다. 매출액으로 따지면 브리지스톤, 미쉐린, 콘티넨탈, 굿이어, 피렐리, 스미토모, 한국타이어 순이다.

그런 가운데 한국타이어는 스포츠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독일 DTM 투어링카 마스터스에 단독 타이어 공급 업체로 지정돼 수년간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유럽 축구리그, 메이저 리그, 레알마드리드 등의 해외 스포츠팀에 후원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슈퍼레이스 챔피언십과 KBO(한국야구) 두산팀을 후원하고 있다.   

글로벌 마케팅에 집중하기까지 해외 연구소들의 역할이 컸다. 김 연구소장은 "글로벌 해외 연구소의 현지인 고용이 증가하면서 한국인 비율이 10% 미만으로 줄었다"라며 "해외 연구소 인력 현지화를 추구하면서 각 국가·지역의 마케팅 시장을 확보해 왔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해외 연구소 전문가들의 인력 교류도 진행될 예정이다. 그는 "국가별 연구소에서 타이어 업계 분야 10년 이상의 전문가들을 컨설턴트로 채용하고 있다"라며 "현재는 한 달 수준의 단기 교류를 진행하고 있지만, 향후 3년 이상의 인력 교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수도권에서도 대전 테크노돔을 주목하고 있다. 지방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극복해 국내 인재 유치도 활발하다. 김 연구소장은 "해외 연구자 뿐만 아니라 수도권 R&D 인력이 테크노돔을 거점으로 타이어 산업계 한계를 돌파하겠다"라며 "한국타이어가 글로벌 플레이어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이 테크노돔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테크노돔 키워드 '소통·하이테크'···"브랜드 가치 키울 것"

"테크노돔 건물은 모든 기술이 집약돼 있습니다. 태양광, 지열, 비 재활용 사용 등 친환경으로 건축됐습니다. 그동안의 기술력을 과시하고 고객들에게 자신감을 표출한 사례입니다. 꾸준히 한국타이어의 브랜드 가치를 키워나가겠습니다."

테크노돔 건물 중점은 '하이테크' 이미지다. 타이어는 고객의 생명인 만큼 건물을 비롯해 모든 시설을 정교하게 설계했다. 뿐만 아니라 테크노돔은 직원 소통을 위한 설계를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테크노돔은 중앙 광장을 중심으로 10개의 개별 연구·사무 건물이 사방으로 둘러져 있으며 지붕을 얹어 돔 형태로 완성됐다. 소통과 교류가 활발한 창의적인 분위기 속에서 각 연구 부문이 서로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업무 환경을 만들었다.

한국타이어 테크노돔의 모습.<사진=한국타이어 제공>
한국타이어 테크노돔의 모습.<사진=한국타이어 제공>
세계적인 첨단기술 건축 거장인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가 설립한 '포스터 앤 파트너스'가 설계했다. 노먼 포스터는 애플 신사옥을 설계한 바 있다. 테크노돔 건축물은 '원 컴퍼니'(One Company) 의미를 담고 있다. 테크노돔에서 직원들이 서로 다른 업무를 하지만 하나의 회사임을 잊지 말자는 의미다.

테크노돔 내부 소통을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프로액티브 콘서트'에서 회사 정책을 공유한다. 미리 짜여진 각본이 없다. 750여명의 직원이 한자리에 모여 자유자재로 질의 응답하며 소통한다. 

김 연구소장은 "임원을 비롯해 매니저, 연구원들이 '실제 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갈 것"이라며 "테크노돔에서 타이어 산업계 혁신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역량을 최대한 끌어 올릴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선진 기업을 따라 하는 패스트팔로어 역할이 아닌 자동차 산업 변화에 발맞춰 글로벌 마켓일 리더하는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라며 "테크노돔은 R&D에 승부수를 내걸고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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