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이화여대·포스텍 총학생회 "불합리한 사회체질 타개···문제해결 동참"
'후보자 검증 질의서'부터 '썰전'영상까지···"이사회 전달할 것"

차기 총장 선출을 앞둔 KAIST(한국과학기술원) 등 이공계특성화대학과 이화여대 등 일부 대학교 총학생회가 학생회 차원에서 총장 선출 과정에서 학생들의 참여를 요구하고 나섰다.

KAIST 총학생회는 차기 총장 선출에 학생들의 목소리 반영을 적극 요구하겠다는 방침이다. 한성진 KAIST 부총학생회장은 "현재 KAIST의 총장 선출 권한은 교수회와 이사회에만 있다"면서 "학생들의 의견을 정당하게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총장 선출 프로세스 개선을 촉구했다.

KAIST 총학생회는 학생 차원에서 총장 후보자를 직접 검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했으며, 총장 후보자들에게 12일까지 '후보자 검증 질의서' 답변을요청한 상태다.

KAIST 총학생회가 각 총장 후보자에게 요구한 '검증 질의서'.<사진=KAIST 학부총학생회 제공>
KAIST 총학생회가 각 총장 후보자에게 요구한 '검증 질의서'.<사진=KAIST 학부총학생회 제공>
총학생회는 후보자 검증 질의서 답변을 통해 조사 보고서를 작성할 계획이다. 이후 KAIST 학생 일부를 초청해 '썰전' 형식의 토론회 영상을 제작할 예정이다. 영상에서 학생들 일부가 후보자 공약을 논의하며 차기 총장 자질을 평가하게 된다.

제작된 토론회 영상은 KAIST 모든 학생에게 공개된다. 이후 총장 후보에 대한 모의투표도 진행한다. KAIST 총학생회는 학생들이 어떤 후보를 원하고,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지 결과를 수립할 예정이다.

한성진 부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의 목소리를 모아 총장 선임 이사회에 공개하고 싶지만, 아직까지 KAIST 측에서 이사회에 총학생회 참석을 허락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KAIST 학생이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주역으로서 총장 선출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학내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KAIST 학부총학생회 소속 한 학생은 "대학에서 학생은 가르침을 받는 '객체'가 아닌, 학교에서 자신의 배움을 찾아 나서는 '주체'가 돼야 한다"며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하는 시대에서 KAIST 행보를 좌우할 총장 선출에 학생 목소리가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장 임기를 약 40일을 남겨둔 강성모 총장은 학생들의 총장 선임 과정 참여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미국 대학의 경우 총장 선출 이사회에 교수, 학생, 공무원 등 20여명이 참가해 총장 선출을 위한 의견을 모은다"라며 "KAIST 학생들의 총장 선임 참여는 궁극적으로 맞는 방향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후보를 비판하거나 부정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현재 총학생회와 총장 선임 이사회가 공정하게 소통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도 총장 선출에 '민주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화여대 총장직은 앞서 최경희 前 총장이 국정농단 관련자 정유라의 학사비리 의혹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상태로 3개월 동안 공석으로 남아 있었다.

이에 따라 이화여대 교수평의회는 총장 선출에 직원과 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권고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에 따르면 교수평의회는 지난 6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이삼봉홀에서 열린 전체 교수총회에 '총장후보자선출 규정 및 절차에 관한 권고안'이 상정돼 직선제 원칙이 의결됐다.

권고안의 주요 내용으로는 직선제 선거, 후보자의 사전 입후보 방식, 과반수 득표가 없는 경우 결선투표 시행 등 6가지 내용이 담겨 있다. 교수평의회는 새롭게 의결된 총장선출 방안을 이화여대 이사회에 권고할 예정이다. 하지만 투표반영 비율에서 교수·직원·학생 간 편차가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교수평의회는 투표 반영비율을 100(교수):10(직원):5(학생)로 제시했다. 하지만 총학생회는 총장선거를 직선제로 하되, 교수·직원·학생의 투표 반영 비율을 1대 1대 1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 소속 한 학생은 "총학생회는 총장 선출에 있어 교수평의회의 권고안이 학생들의 참여를 상징적으로만 반영했다"라며 "상징적으로만 참여한다면 총장이 선출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반목과 대립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 총학생회도 제7대 김도연 총장 선출에 앞서 학생들의 다양한 목소리와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지난 2015년 9월 김도연 총장이 선임되기 전, 포스텍 제28대 총학생회에서는 제6대 총장이었던 김용민 前 총장 연임과 새로운 총장의 선임을 두고 의견대립이 있었다.

당시 총학생회는 김용민 前 총장의 연임 관련 정책·성과·불만·기대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설문조사를 진행 후 분석했다. 이후 총장·교수·총학생회·학생 등이 참석해 총장 자질을 논의할 수 있는 토론회를 학생 차원에서 개최한 바 있다.

제30대 김상수 前 총학생회장은 "포스텍은 사립대학이므로 국가보다는 법인이 힘을 많이 가지고 있다"라며 "그럼에도 포스텍 측은 총학생회와 학생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학교 운영 정책에 반영하는 추세로 전환되고 있다. 학생들의 의견이 수렴되는 민주화 과정"이라고 말했다.

제6대 두경서 前 UNIST 총학생회장은 "앞으로 이공계특성화 대학을 비롯해 여러 대학교 학생들도 총장 선임에 참여해 의견을 전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국내·외 대학의 사례를 분석하고 불합리한 사회체질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과학정책 전문가는 "학생이 학교 총장 선출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시대의 변화상을 반영한 움직임일 것"이라며 "합리적인 총장 선출 과정 확립과 다양한 방식의 정책 참여가 이어져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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