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업계 리더에게 듣다②]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대변혁 창업 생태계 '새판짜기'로 변혁 이끈다"
"딥 테크 휘트니스로 캠퍼스 만든다···1000개 투자로 삼성 가치 뛰어넘을 것"

  2017년 미래를 향한 새로운 항해가 시작된다. 한국 과학기술 50년 역사를 보내고 미래 100년을 준비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대덕넷>은 과학산업계 오피니언 리더를 만나 새로운 동력과 지혜를 얻는 '2017 과학산업계 리더에게 듣는다'  신년 특별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요동치는 국가적 격랑 속에서 4차 산업혁명이 촉발하는 기술발전 의미의 통찰과 함께 앞으로 대한민국 과학산업계가 어떻게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하는 길에 대해 들어 본다.<편집자의 편지>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가 "대변혁 중인 창업 생태계를 새로운 문화로 이끌어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사진=대덕넷>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가 "대변혁 중인 창업 생태계를 새로운 문화로 이끌어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사진=대덕넷>
"산업 생태계에 엄청난 판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대변혁 상황입니다. 항상 불안정한 판 속에 기회가 있습니다. 인공지능·바이오 등 일부 분야에서만 혁신이 일어나는 게 아닙니다. 새로운 창업 생태계로 격변을 극복해 나가야 합니다."(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전 세계 창업 생태계 변화를 읽어내는 관점이 매섭다. 대덕 기술기반 기업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창업 생태계를 꿈꾸는 '딥 테크(Deep Tech) 밀착형 액셀러레이터'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이 액셀러레이터는 자신이 투자해 성장시킨 기업들의 가치가 대기업 삼성의 가치를 뛰어넘게 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품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이 대표는 지난 17년 전 플라즈마트를 설립, 플라즈마 발생·측정 제어장치를 개발해 미국 나스닥 상장기업(MKS)에 2012년 회사를 매각한 벤처기업가 출신이다.

매각 회수 자금으로 지난 2014년 7월 대덕특구 액셀러레이터로 변신한 이 대표는 딥 테크 스타트업의 성공 창업을 지원해 새로운 창업 생태계를 만들어가겠다는 지향점을 갖고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로 활약하고 있다.

이 대표는 "100년간 전 세계를 지배했던 내연기관이 전기차·연료전지 등으로부터 새로운 기술적 도전을 받고 있다"라며 "이미 유럽과 미국·중국·일본 등은 10~20년 이내에 전기차 상용화를 선언했고, 한국도 새로운 변화를 맞이해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그는 "각 산업계 기존 플레이어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엄청난 판이 흔들리는 가운데 기존 플레이어들도 오픈 마인드로 변할 수 밖에 없게 돌아가고 있다"며 격변의 현장에 노출된 국가와 기술 생태계에 경고음을 알렸다. 

◆ "권위적 기업문화···절대 혁신 문화 따라갈 수 없다"

"그동안 스타트업은 대기업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생각해왔죠. 하지만 지금과 같은 대변혁 상황에서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바로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문화 차이 때문입니다. 혁신에 대한 아이디어를 조직에서 수용할 수 있는가, 도전할 수 있는가의 문제죠."

이 대표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가장 큰 차이는 '권위적 기업문화'에 있다고 정의한다. 스타트업은 혁신에 대한 아이디어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고 언제든지 도전할 수 있다. 반면 대기업은 권위적 기업문화로 혁신적 아이디어 생산 자체가 더딜 수 밖에 없다.

때문에 그동안 산업 자체가 대기업 위주로 달려왔지만, 다가오는 제4차 산업혁명에는 스타트업이 산업의 다양성을 선점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미국의 앨론 머스크 혁신을 예로 들었다.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수백개의 노트북 배터리로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겠다고 하는 것처럼 상상도 못하는 기술 발상 자체가 시장을 꿈틀거리게 하고 있다.

또 스페이스X의 재활용 로켓 개발을 통해 수백억원이 드는 로켓 발사 비용을 수십억원대로 위성을 발사할 수 있도록 인류 우주개발에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이 대표는 "스페이스X의 등장으로 위성 비즈니스가 아닌 정보 비즈니스로 바뀌고 있다"라며 "통신 네트워크의 발전으로 기지국이 없어지며, 지구 자체가 CCTV 범위에 속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메가톤급 혁신이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데 앨론 머스크와 같은 혁신 기업가들은 자체 경험으로 변화를 수용하고 선도할 수 있지만, 경험이 없는 대기업 등에게는 다가올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최근 일부 대기업 임원들을 만나면 그들이 직면한 문제에 대안을 못 찾아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라며 "혁신적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는 스타트업에겐 큰 기회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실리콘밸리와 대덕밸리 차이?···생태계 이끄는 '문화 형성' 시급"

"땅이 좋아야 싹이 납니다. 생태계가 좋아야 스타트업이 탄생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아이디어가 없어서 세계적 스타트업이 탄생하지 못한 것이 아닙니다. 씨앗은 좋았으나 생태계의 문제였죠. 새로운 생태계를 이끌어가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이용관 대표는 실리콘밸리와 대덕밸리의 차이가 생태계 이끄는 '문화'라고 강조하고 있다.<사진=대덕넷>
이용관 대표는 실리콘밸리와 대덕밸리의 차이가 생태계 이끄는 '문화'라고 강조하고 있다.<사진=대덕넷>
이 대표는 지난해 개봉한 토마스 맥카시 감독의 작품 영화 '스포트라이트' 한 대사를 설명하며 생태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영화에서 '한 아이를 키우는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 아이를 학대하는데도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처럼 스타트업 탄생에 생태계가 중요할뿐만 아니라, 성장하지 못하고 파멸되는 데도 생태계가 중요하죠."  

이 대표는 국내 스타트업의 아이디어·기술의 유망성과 우월성을 높게 평가한다. 하지만 이를 비즈니스화 시켜 실제 시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사람이 부족하다고 관측한다.

기술과 비즈니스를 두루 알고 있는 시장 친화적인 사람이 필요하지만, 이들을 만들어낼 문화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바로 이점이 실리콘밸리와 대덕밸리의 가장 큰 차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단순히 기술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안목을 가지고 시장을 읽을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라며 "플레이어들의 기술이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창업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대표는 현재 창업 생태계 문제점을 대학원생·주니어 연구원들의 관심 부족을 꼽았다. 그는 "대학원생과 주니어 연구원들 최근 기술 트렌드를 잘 알고 있지만, 창업에는 정작 관심이 없다"라고 진단했다.

정부 차원의 평가체계 변화 필요성도 꼽았다. 평가를 위해 논문·특허 등의 지표만 카운팅하는 성과주의 KPI 정책 세팅이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공동 세미나를 얼마나 개최했는가, 얼마나 많은 교류를 해왔는가를 카운팅해 평가해야 한다라고 이 대표는 제안했다. 

이 대표는 "현재 KPI 정책 세팅이 '시장과의 적합성' 보다는 '신규성'에 쏠려있다"며 "적합성과 신규성이 적절히 균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항상 커다란 반응이 일어날 때는 전조현상이 따르기 마련"이라며 "작은 것부터 부딪혀야 반응이 일어난다. 수많은 교류 모델이 나타날 수 있는 평가체계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대표는 "대덕의 기술자들에게 비즈니스 소양·역량을 키워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우선적으로 운영할 것"이라며 "대변혁 중인 창업 생태계를 주도할 수 있는 인재를 지역에서 키우고, 특구의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 "딥 테크 휘트니스 센터···블루포인트 캠퍼스 만든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스타트업의 기술을 건강하게 단련시킬 수 있는 휘트니스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우리의 손을 거쳐 간 스타트업이 한 곳에 모여 연결고리를 만들어갈 수 있는 블루포인트 캠퍼스를 만들 계획입니다."

이 대표가 품고 있는 꿈 가운데 하나는 블루포인트 캠퍼스 조성이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의 손을 거쳐 간 기업들이 한데 모여 자체 창업 생태계를 만들어가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표는 캠퍼스 조성에 앞서 스타트업을 건강하게 단련시킬 수 있는 독특한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다. 프로젝트 이름은 '블루박스 멘토링 표준화'. 블루박스는 말 그대로 파란색 책상 크기의 실물 상자다.

블루박스는 창업팀의 회사 정관, 사규, 계약서 양식, 사업 계획서 등 사업에 필요한 전반적인 운영체계를 포함하고 있다. 일종의 '창업 키트'를 제공하는 셈이다.

이 대표는 "그동안 스타트업 혹은 창업팀들의 수준은 각기 다르므로 멘토링에 차이가 있었다"라며 "각 스타트업에게 블루박스를 통해 양질의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스타트업의 가장 큰 문제는 기술과 가치를 이해하고 사업화를 이해할 수 있는 인재들이 부족한 것"이라며 "기술 사업화 피팅에는 새로운 언어의 번역이 필요하다. 이를 제고할 수 있는 휘트니스 역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블루포인트파트너스를 거쳐 간 스타트업은 지난 2014년 3개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2015년 6개, 지난해 24개 수준이다. 올해는 35개의 스타트업 인큐베이팅을 목표로 두고 있다.

이 대표는 "20년 후에는 블루포인트파트너스를 거쳐 간 스타트업이 1000개가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향후 이들이 모여있는 캠퍼스를 만들어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할 예정이며, 이들의 가치가 삼성을 능가하도록 할 것"이라고 비전을 밝혔다.

그는 "스타트업의 성공적인 인큐베이팅 사례가 많아질수록 블루포인트파트너스를 포함한 대덕 생태계를 달리 볼 것"이라며 "벤처캐피털리스트들에게 테크 스타트업과 대덕밸리의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줄 것"이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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