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표준·천문 과학자 '윤초'를 말하다
유대혁 표준연 시간센터장과 안상현 천문연 이론연구센터 선임연구원 대담

유대혁 표준연 시간센터장과 안상현 천문연 선임연구원은 이날 각각 물리학과 천문학의 관점에서 보는 윤초에 대해 풀어놓았다.<사진=대덕넷 기자>
유대혁 표준연 시간센터장과 안상현 천문연 선임연구원은 이날 각각 물리학과 천문학의 관점에서 보는 윤초에 대해 풀어놓았다.<사진=대덕넷 기자>
새해를 앞 둔 지난해 마지막날.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윤초(閏秒)'가 장식했다. "3, 2, 1... 아듀 2016년"을 외쳐야 하지만 카운트다운 후 1초를 더 기다려야 하는 일이 생긴 것. 다소 낯선 단어로 여겨질 수 있는 '윤초'가 작동했다. 

지구 자전이 느려지거나 빨라짐에 따라 시간도 더하기 빼기를 해야 하는 윤초. 자연 시간과 세슘 원소의 진동 속도를 기준으로 결정하는 인공시간의 차이를 보정하기 위해 1초를 더하거나 빼게 된다.  

지구 자전이 느려지거나 빨라짐에 따라 시간도 더하기 빼기를 해야 하는 윤초. 자연 시간과 세슘 원소의 진동 속도를 기준으로 결정하는 인공시간의 차이를 보정하기 위해 1초를 더하거나 빼게 된다.  

2017년을 알린 지난 1월 1일 아침 9시는 1초 늦게 시작됐다. 지난 1972년에 시작해 이번이 28번째다. 

윤초의 의미, 필요성 등을 보다 정확하게 알기 위해 '물리학적 시간'을 연구하는 유대혁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시간센터장과 '천문학적 시간'을 논하는 안상현 한국천문연구원 이론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이 지난 12일 표준연에서 마주 했다.

현재 방송국, 은행, 통신사 등 정확한 시간을 요하는 기관과 국민은 우리나라 표준시를 따른다. 표준연 시간센터는 10대의 원자시계(세슘원자시계와 수소메이저)로부터 표준시를 생성해 공급하고 있다.  

시간뿐 아니라 날짜를 매기는 데 있어서도 공식적인 자료가 필요하다. 천문연은 매해의 달력을 만드는 기준이 되는 역일 자료를 계산해 공포하고 있다.  

유대혁 시간센터장은 "시간센터는 표준시간 개발 외에도 보다 정밀한 시간 측정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300억년에 1초 틀리는 측정 기술 개발을 연구 목표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안상현 선임연구원은 천문학적 개념을 통해 윤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구 자전 속도의 변화는 장기적으로 예측 가능한 부분도 있지만 단기간에 걸쳐 불규칙하게 발생하는 변화도 있다"며 "측정 기술이 정밀해짐에 따라 작은 시간 단위에서 발생하는 불규칙성이 문제가 되는데 윤초로 해결하고 있다"고 밝혔다. 

◆ 윤초?···지구 자전속도 변화에 따른 '시간 보정값'

유대혁 표준연 시간센터장<사진=대덕넷>
유대혁 표준연 시간센터장<사진=대덕넷>
유대혁 표준연 시간센터장(이하 유) :
1967년 시간 표준에 대한 정의가 바뀌었다. 지구의 천체운동을 통해 정의되던 시간표준에서 원자에 기반한 1초 시간 간격으로 바뀐 것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전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그대로 두면 시간 차이가 많이 벌어졌다.

안상현 천문연 이론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이하 안) : 지구는 가까운 달과 서로 조석력을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지구의 자전 속도와 달의 공전 궤도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 즉 달이 지구에서 평균 매년 약 4cm씩 멀어지고 지구의 자전속도는 1세기당 0.023초 만큼씩 느려지고 있다.

유 : 국가나 개인마다 사용하는 표준시간이 달라져 시간개념에 대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한 보정값이 '윤초'다. 시간으로 환산했을 때 0.9초 이상 벌어질 것 같으면 1초를 넣거나 빼준다. 우리나라는 윤초를 적용해 세계협정시를 따르고 있다. 

안 : 지구의 자전에 의해 정의되는 시간을 세계시(UT)라고 한다. 지구의 자전 속도가 변하면 세계 협정시와 세계시 사이에 차이가 생긴다. 상당한 시간이 지나서 그 차이가 누적되다가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칠 만큼 커지게 될 수도 있다. 그럴 때 그 차이를 해소시켜 주기 위해 도입한 것이 윤초와 같은 것들이다.

지구 자전 속도의 변화는 장기적이고 예측 가능한 부분도 있지만, 단기간에 걸쳐 불규칙하게 발생하는 변화도 있다. 측정 기술이 정밀해짐에 따라 작은 시간 단위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불규칙성도 문제가 되고 있으며, 그 좋은 예가 윤초이다.

유 : 시간센터는 윤초가 적용된 표준시를 생성해 보급하고 있다. 홈페이지에 접속해 표준연 시간센터가 자체 개발한 표준시각동기 프로그램 'UTCk'을 다운로드한 뒤 컴퓨터에 설치하면 PC 시각을 정확하게 맞출 수 있다. 

안 : 우리에게 익숙한 윤년이란 개념은, 서양에서 기원해서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그레고리력의 경우, 지구 자전속도의 변화보다는 지구의 자전 주기와 지구의 공전주기가 정수배로 딱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역법상의 문제라고 말할 수 있다. 

지구가 1번 공전하는 시간 즉 1회귀년을 지구가 1회 자전하는데 걸리는 시간 즉 1일으로 나눈 값은 약 365인데, 이 값은 정수로 딱 맞아 떨어지지 않고 1/4 정도가 남는다. 1년이 지나면 이 1/4 바퀴가 누적된다. 그 다음 해에도 1/4이 누적된다.

이렇게 해서 4년이 지나면 하루(4/4) 차이가 나게 되는데 이 하루 차이를 보정하여 윤일을 넣어주고 그 해를 '윤년'이라고 부른다. 이 1/4일 또는 1/4바퀴의 차이는 약 2300여 년 전 중국에서 이미 관측을 통해 발견하고 이를 역법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현행 그레고리안 역법에서는 그 해의 연도를 4로 나누어떨어지면 2월 29일을 넣되, 만일 그 해의 연도가 100으로도 나누어떨어지면 2월 29일을 넣지 않고, 또 그 해의 연도가 400으로 나누어떨어지면 2월 29일을 넣는 식으로 윤일을 넣어서 지구의 공전 주기와 지구의 자전 주기가 계속 일치되도록 조정해 주고 있다. 이렇게 하면 약 3000년에 하루 차이가 난다. 

동양 전통 역법에서는 기본적으로 음력인데, 태양의 운행 주기를 고려하여 절기를 정의해 주고 있다. 그래서 태음태양력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지구의 공전주기인 1년과 달의 공전주기(또는 모양 변화주기)인 한 달의 날수가 정수배로 똑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대략 3년 정도마다 한 달이 차이가 난다. 이것을 보정하기 위해 19년에 7번 윤달을 넣는다. 

◆ 주식거래 시장, 항공사 등···윤초 적용에 따른 혼란 발생도

유 : 윤초가 삽입되지 않을 때 필요한 대책들이 필요하다. 윤초를 잘못 적용하면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호주의 한 항공사에서는 예약시스템이 마비되기도 했다. 더욱이 외환거래나 주식거래 등에서는 윤초가 잘못 적용될 경우, 시스템 오류가 발생해 큰 손실이 있을 수 있다.

윤초가 들어가면 60진법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숫자가 들어가면서 시간 서버가 다운된다. 예약 시스템 마비는 물론이고, 주식선물 거래 등으로 수백억, 수천억의 피해를 볼 수 있다. 전 세계 시계에 똑같이 1초가 추가될 수는 없다.

실제 1초가 적용된 시스템과 그렇지 않은 시스템 때문에 시간이 꼬이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2015년에는 윤초 적용일이 증권시장이 열리는 평일 오전 9시였다. 결국 증권시장은 윤초 적용 후 시스템 점검이 끝나고 20분 늦게 열렸다. 

윤초 적용 때마다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윤초로 인해 생겨날 수 있는 사회적 손실을 줄여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안상현 천문연 이론연구센터 선임연구원<사진=대덕넷>
안상현 천문연 이론연구센터 선임연구원<사진=대덕넷>
안 : 국제통신연맹에서는 윤초를 없애자고 하고 있다. 윤일이나 윤초 등은 사실은 천문 관측을 위해 존재해왔다. 별의 좌표 등을 정의할 때 춘분점을 기준선으로 하여 지구의 자전에 따른 시간각으로 공간으로 정의했다.

해 뜨는 시간이 1초 틀리다는 것이 살아가는 데 필요없지만, 천문학에서는 그것을 맞춰줄 필요가 있었다. 가령 19세기에는 항해를 할 때 별 움직임 관측을 통해 관측자의 지구상 위치와 그 때의 시간을 정의했다.

크로노그래프와 같은 정밀한 기계시계를 사용하여 별이 정남쪽을 지나는 선에 놓이는 순간 그 별이 기준선(춘분점)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각도를 시간으로 표시했다.

이와 같이 별의 위치를 시간으로 나타내면, 나중에 임의의 시간에 남중하는 별의 시간각을 알면 그 측정자의 경도를 계산해 낼 수 있다. 대항해 시대부터 이렇게 해왔고 지금도 해군에서 가르치고 있다. 

◆ 100만분의 1초 틀려도 300m 오차···"원자시계가 시간 정확도 좌우"

유 : 현재 우리나라 원자시계기술은 현재 1억년에 1초밖에 틀리지 않는 수준까지 와 있다. 시간 측정도 그만큼 정확하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시간측정기술은 어디에 쓰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곤 하는데,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내비게이션'이 대표적인 예다.

내비게이션을 작동하려면 먼저 GPS 신호를 통해 위치를 알아내야 한다. GPS에 신호를 주는 위성에 원자시계가 달려있는데 GPS에서 신호를 보낼 때 위치정보와 시간정보를 함께 보내 GPS와 차의 거리를 계산한다.

일상생활에서는 몇 초 정도 틀려도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GPS는 빛이 날아온 시간으로 거리를 계산하기 때문에 100만분에 1초 틀리면 300m 위치 오차가 발생하게 된다. 이때 위성 시계의 정확도가 중요하다. 위치 파악의 정확도는 GPS 원자시계 정확도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이용하는 GPS 위성이 보내는 신호는 취약한 편이다. GPS는 약 1.5기가 주파수인데 같은 주파수 대역에 조금 더 센 주파수 발생기가 있으면 시계들이 시간을 받지 못 한다. GPS로 유지하는 시스템으로 발전이 많이 됐는데 생각보다 취약한 게 사실이다. 앞으로 GPS 교란 공격에 대응하는 시스템 개발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우리나라 우주개발 중장기계획에 따라 2040년까지 독자 위성항법을 구축한다는 계획이 있다. 이를 위한 위성탑재용 원자시계 개발 연구를 지속하며 국가·사회적으로 필요한 연구를 이어나가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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