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한장, 21일 원도심 투어 프로그램 진행···대전근현대사전시관·지역서점·예술창작센터 등 투어
참가자들 "대전의 가치 제대로 체험"

"대덕에만 머물고 있는 과학자들이 이제는 벗어나야죠. 생각 이상으로 멋진 곳이 대전 원도심에 있었네요. 열정 넘치는 젊은 창업가들을 만나면서 원도심의 희망을 봤습니다."(정흥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

"지난 1994년 과학기술자문위원회에 파견나가 故 최형섭 장관 등 과학기술인과 교류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앞으로 대덕의 과학과 원도심의 문화·예술이 잘 융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정상천 산업통상자원부 중동협력팀장)

"다른 나라, 다른 도시 못지않은 대전만의 문화를 만끽한 멋진 주말이었습니다. 벌써 다음 프로그램이 기대됩니다."(성은정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박사)

흰 눈이 살포시 내린 지난 21일 오후 2시. 정부출연연구기관 과학자, 언론인, 기업인 등 다양한 이력의 인사들이 대전근현대사전시관(구 충남도청)으로 집결했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인 이유는 대전의 원도심 현장을 둘러보면서 가치를 공유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서다.

대덕의 과학자들이 자발적으로 원도심의 주요 관계자들을 만나는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단법인 따뜻한과학마을벽돌한장(회장 정용환)은 21일 대덕특구 과학자, 기업인, 시민 등을 대상으로 원도심투어 프로그램을 개최했다. 

원도심투어 프로그램 참석자들의 단체사진.<사진=강민구 기자>
원도심투어 프로그램 참석자들의 단체사진.<사진=강민구 기자>
◆ 대전지역 카페부터 예술공간까지···"대전의 가치 새로 깨닫다"

이날 행사 참석자들은 대전근현대사전시관, 지역향토서점, 여행 컨셉의 카페, 독립 서점, 옛 충남도 도지사 관사, 테마예술창작센터 등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대전은 일본인에 의해 계획된 도시인 만큼 옛 충남도청에는 일본색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보이는 건물을 보면 1900년대 일본과 서양의 건축양식이 결합된 모습을 보입니다. 여러가지 논문을 통한 분석결과 저기 보이는 무늬는 일본 막부의 흔적입니다."

이용원 월간 토마토 대표는 이날 투어프로그램의 전체 안내를 맡아 원도심 곳곳의 의미와 현황에 대해 설명했다. 대전근현대사 전시관, 충남도지사 집무실 곳곳을 둘러 본 참가자들은 이어 지역향토 서점인 계룡문고로 이동했다.

계룡문고에서 '책 읽어주는 아빠'로 통하는 이동선 책방지기와 현민원 이사가 나서 동화책을 직접 읽어주는 시간도 가졌다. 잔잔한 음악과 낭독에 참가자들은 잠시 동심의 세계로 빠져 들었다.

'책 읽어주는 아빠' 이동선 책방지기.<사진=강민구 기자>
'책 읽어주는 아빠' 이동선 책방지기.<사진=강민구 기자>

화면과 함께 동화책 낭독이 진행되는 모습.<사진=따뜻한 과학마을 벽돌한장 제공>
화면과 함께 동화책 낭독이 진행되는 모습.<사진=따뜻한 과학마을 벽돌한장 제공>

이어 찾은 곳은 여행 중심의 테마카페 '도시여행자'와 독립서점 '도어북스'다. 작은 공간이지만 비치해 놓은 서적들의 구색과 인테리어는 대형 카페에서 느낄 수 없는 개성있는 매력을 뽐냈다.

"대흥동 문화예술거리가 최근 많이 침체되고 있지만 대형서점에 맞서 여행중심의 서적들을 비치하고 카페를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청년들이 여행 등을 통해 꿈을 키울 수 있는 가치 중심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김준태 도시여행자 여행디렉터)

"독립서점으로 소량의 책들을 출판하고 있습니다. 책을 쓰고 싶지만 방법을 못 찾던 이들을 위해 책을 만들고 가치를 창출하려 합니다."(박지선 도어북스 대표)

32세 젊은 나이에 창업에 나서 수년째 자신만의 비즈니스와 꿈을 펼쳐가고 있는 이들의 설명과 열정에 참가자들은 고무되는 모습을 보였다. 즉석에서 책을 몇 권씩 구매하는 이들도 보인다.

카페를 나와 10여분을 걸어 찾은 곳은 옛 충남도지사 공관이다. 일제강점기 당시 지역 유지들이 모인 부촌이었던 곳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지난 1932년 충청남도청사가 공주에서 대전으로 이전해 오면서 지어진 이 공관은 한국전쟁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임시거처로 사용된 역사적인 의미도 갖고 있다. 현재는 역사체험공간으로 리모델링되어 대전시민에게 개방됐다. 

옛 충남도지사 공관을 방문해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사진=강민구 기자>
옛 충남도지사 공관을 방문해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사진=강민구 기자>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테미예술창작센터다. 옛 대전시립도서관이었던 이곳은 젊은 미술가들을 위한 창작센터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대전문화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이 공간은 현재 4기 입주 작가를 선정해 오는 봄 작품 전시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아티언스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작가의 작업실 탐방도 진행됐다. 

이번 행사 참가자들은 그동안 몰랐던 대전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깨닫게 되는 시간이 됐다며 앞으로 대덕과 구도심간 연계가 활성화되길 바란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장수현 문화예술의거리 대흥동·은행동 상가번영회장은 "침체되어 있는 원도심을 찾은 대덕의 관계자분들께 감사하다"면서 "이번 투어를 계기로 원도심과 대덕특구 간 교류를 통해 상생발전의 기회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용환 따뜻한 과학마을 벽돌한장 회장은 "32년 동안 대덕에서 출연연 과학자로 근무하면서 모르고 있었던 원도심의 가치를 새롭게 깨닫게 됐다"면서 "앞으로 1달에 1번씩은 원도심을 찾는 기회를 마련할 계획인데 대덕의 과학자들이 많이 참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독립서점을 표방하는 도어북스 내 공간.<사진=강민구 기자>
독립서점을 표방하는 도어북스 내 공간.<사진=강민구 기자>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를 방문해 입주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사진=강민구 기자>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를 방문해 입주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사진=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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