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제1회 매드 사이언스 페스티벌' 개최
젊은 과학자들 즉흥 자발적 모임 "유사 많은 모임 생기길"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붙어져있는 B급 포스터와 현수막. 재밌는 과학 콘퍼런스 '제1회 매드 사이언스 페스티벌'이 지난 21일 서울에서 열렸다.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붙어져있는 B급 포스터와 현수막. 재밌는 과학 콘퍼런스 '제1회 매드 사이언스 페스티벌'이 지난 21일 서울에서 열렸다.
지난 21일 토요일 오후 서울의 지하세미나실에 수상한 과학모임이 열렸다. 'ㅋㅋㅋ'이 난무하는 B급 포스터와 촌스럽게 디자인된 '천하제일 과학짤대회 (겸)전국 과학자랑' 현수막에서 이 모임의 정체가 더욱 수상하다.
 
발표도 색다르다. 지난해 유명세를 탔던 애플펜 아저씨의 짤(순간포착 이미지)을 활용해 구조생물학 설명하고, 자기는 '털 덕후'라며 드래곤볼의 대머리 캐릭터 분석을 위해 밤새 만화책을 읽다 왔다는 발표자도 있다. 덕분에 참가자들 얼굴에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이 수상한 모임은 온라인에서 매드사이언티스트로 활동 중인 남궁석 충북대 교수와 그의 친구들이 기획한 과학덕후(?)모임 '제1회 매드 사이언스 페스티벌' 미니 심포지엄 콘퍼런스다. 재미없는 학회, 공식적이고 부담스러운 학회에서 벗어나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공유하자는 것에서 시작됐다.
 
자신의 연구 분야를 소개하는 2분 라이트닝 톡을 갖고, 마음이 맞는, 관심이 있는 연구자와 자유롭게 수다 떨며 즐겁게 이야기하는 것이 모임의 전부다. 마련된 120석이 행사 전부터 매진됐다.
 
"첫 회로 끝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이 참석해 주셨습니다. 올해 한 번 더 개최해볼 수 있을 것같네요.(웃음)"(매드사이언티스트)
 
2분 라이트닝 톡에는 총 30명의 연구자가 참가해 발표했다. 2분이 넘으면 가차 없이 발표를 중단시키는 스피드 발표를 미리 공지한 덕에 임팩트 있으면서 눈길을 끄는 발표들이 주를 이뤘다. 발표가 끝난 후 자유 시간에는 관심있는 연구자와 수다를 떨거나 궁금한 점을 물으며 명함을 주고받는 모습이 보였다.
 
이날 발표를 가진 한 대학생은 "어릴 적 가운을 입고 시험관을 든 그림을 그리며 과학자가 꿈이라고 말한 지 올해로 25년째"라며 "펀 사이언스를 하고 싶다. 재밌는 과학을 하실 분들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발표자는 "치대를 나온 후 현재 구강암을 전공 중이다. 환자들에게 연구를 통해 어떤 혜택을 드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 과학덕후를 만나고 싶어 왔다"면서 "충치를 없앨 수 있는 가글과 암을 사전에 스크리닝하는 시퀀싱 등 찾아 지구정복을 할 과학자를 찾고 있다. 관심 있는 과학덕후와 친구가 되고 싶다"고 발표했다.
 
예고에서 피아노, 바이올린을 공부했다는 한 대학생은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들의 뇌파가 궁금해 현재 대학에서 음악 인지신경과학을 전공하고 있다"며 "음악과 과학에 관심을 갖고 있는 연구자와 이야기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예술계에 종사 중이라는 한 참가자는 "지인이 올린 SNS를 보고 오게 됐다. 예술을 하고 있지만 과학에 관심이 많았다. 과학자들의 학회를 평소에 볼 기회가 없는데, 그들이 소통하는지 보는 것만으로도 재밌다"고 말했다.
 
이날 모임은 2분 라이트닝 외에도 ▲소비자를 위한 단백질 구조입문 ▲나노포어로 슝슝 등 연구자 주제 발표가 진행됐다. 매드사이언티스트 등이 지난해부터 방송 중인 팟캐스트 '오마매의 바이오톡 공개방송'도 진행됐다. '아무 말 대회'를 주제로 그동안 궁금했던 바이오 관련 질문과 발표자들에게 던지는 궁금증 등으로 꾸며졌다.
 
매드사이언티스트는 "외국 학회에 참가했을 때 소풍가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즐거워하는 분도 있었지만 기성교수 위주로 돌아가는 게 아쉽더라"라며 "실질적으로 연구를 주도하는 젊은 사람들이 즐겁게 모여서 이야기할 수 있는 학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시작했다. 유사행사가 많이 생겨 대학원생, 포닥 등 젊은 연구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자리가 많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과학덕후 모여 라디오 "30년은 더 해야죠"

매드사이언티스트(왼쪽으로 세번째)와 매사페를 준비한 연구자들. <사진=김지영 기자>
매드사이언티스트(왼쪽으로 세번째)와 매사페를 준비한 연구자들. <사진=김지영 기자>

매드사이언티스트는 지난 10년간 블로그에 과학관련 다양한 이야기를 게재하고 있다. PC통신 시절부터 이곳저곳 글을 쓰기 시작한 것까지 합치면 20년 정도 과학이야기를 써냈다. 수익은 없다. 그냥 취미다.
 
취미생활 중 비슷한 생각을 하는 연구자들도 여럿 만났다. 오지의 마법사, 우울한 마빈, 과학기술정책을 읽어주는 남자들 등이다. 본업은 교수나 연구자, 학생들이지만 온라인상에서는 꽤나 유명한 과학덕후들이다. 이들은 '제1회 매드 사이언스 페스티벌'을 함께 준비했다.

매드사이언티스트와 오지의 마법사, 우울한 마빈은 지난해부터 팟캐스트 '오마매의 바이오톡'도 오픈했다. 팟캐스트는 오지의 마법사(오지원 경북의대 교수)가 주도해 준비한다.
 
오지의 마법사는 "팟캐스트를 처음 준비할 때 과학적인 콘텐츠를 업데이트해 실험만으로는 배우기 어려운 교육을 해보자는 것이 목적이었다"면서 "준비에 1년 4개월 정도 걸린 것 같다. 지난해 1월 저는 미국에서 다른 분들은 한국에서 스카이프로 녹음하며 준비했는데 한국에 돌아올 기회가 생겨 직접 만나 같이 녹음하며 콘텐트를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팟캐스트를 준비하면서 고민도 많았다. 일반인들이 듣기에는 내용이 어렵다는 지적이었다. 고민 하다 내린 결론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팟캐스트가 많으니 우리는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하자'였다. 이 포맷으로 지난해 시즌 1을 마무리하고 올해 1월 1일 시즌 2를 시작했다.
 
녹음은 주로 참여하는 MC의 집에서 이뤄진다. ▲우리 교수님이 이상해요 ▲대학원생 공부는 어떻게 해요 ▲연애는 어떻게 해요 등 사연을 읽어주거나 대학원생들에게 필요한 연구 정보 등을 다룬다.

오는 2월부터는 원어민 교수를 초빙한 영어콘텐츠가 새롭게 진행된다. 그는 "대학원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과학적 어려움뿐 아니라 영어다"라며 "학생들이 영어를 읽고 실험을 해야 하고 영어로 논문을 써야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고민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자 마련한 코너다. 일주일에 한 번 영어콘텐츠를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입소문을 타고 청취자도 늘어나고 있다. 사연도 예전보다 몇 배는 많이 온다. 그는 "사연과 고민을 다 읽고 답해주기 어려워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있다"면서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은 개인적인 네트워크를 통한 연구자의 조언을 받아 답을 달고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오늘 페스티벌도, 팟캐스트 준비하면서 오히려 우리가 더 힘을 얻고 즐겁다. 앞으로 30년은 이런 포맷을 끌고 팟캐스트를 운영하자는 마음으로 다 같이 열심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매사페에 다녀온 참가자들 후기.<사진=매사페 페이스북 캡처>
매사페에 다녀온 참가자들 후기.<사진=매사페 페이스북 캡처>

매사페는 2분 라이트닝톡과 연구자의 연구분야 발표, 과학라디오 등이 진행됐다. 오지의 마법사가 드래곤볼 캐릭터를 통해 탈모와 줄기세포 등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김지영 기자>
매사페는 2분 라이트닝톡과 연구자의 연구분야 발표, 과학라디오 등이 진행됐다. 오지의 마법사가 드래곤볼 캐릭터를 통해 탈모와 줄기세포 등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김지영 기자>

독특한 발표에 참가자들도 듣는 내내 하하호호.<사진=김지영 기자>
독특한 발표에 참가자들도 듣는 내내 하하호호.<사진=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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