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석 성균관대 교수 연구팀, 초고속 '3D·4D MRI' 개발
'2016년 진흥원 기술업그레이드R&D 과제' 선정
MRI 고식적 문제 '속도·고화질' 다 잡는다

MRI의 고식적 문제 해결을 위해 연구개발 중인 박재석 성균관대 교수.<사진=김지영 기자>
MRI의 고식적 문제 해결을 위해 연구개발 중인 박재석 성균관대 교수.<사진=김지영 기자>
의료드라마에서 자주 나오는 MRI (자기공명영상). 환자가 커다란 통에 혼자 들어가 의사가 지시하는 소리를 듣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촬영한다. TV에서 나오는 영상은 길어야 몇 분이지만 실제 MRI 검사는 짧게 20분 길게는 1시간이 걸린다. CT나 X-ray에 비해, MRI는 상대적으로 긴 영상시간을 필요로 하며, 따라서 환자의 움직임에 굉장히 민감하다.
 
자석과 전자기파를 이용해 영상을 획득하는 MRI는 CT와 달리 방사선 피폭이 없고 ▲뇌 ▲척추▲근골격계 ▲유방 ▲심장 등 머리부터 발끝까지 촬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영상시간이 길다보니 환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한다. 그렇다고 MRI의 촬영시간을 줄이면 영상신호 왜곡 및 노이즈가 증가하여 영상의 질이 낮아지고 환자를 정확히 진단하기 어렵다.
 
고식적 MRI의 문제를 해결하고 환자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 연구개발에 나선 연구자가 있다. 박재석 성균관대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이다.
 
그의 의료영상 연구팀은 초고속 고해상도 MRI기술을 개발한다. 신호처리 및 MR물리학에 기반하여 영상의 고속화를 위한 펄스열 및 임의의 수학적 공간에서 신호인코딩 기법을 설계하고, 획득한 신호에 최적화된 영상재구성 알고리즘을 연구한다. 새로운 영상획득 및 재구성을 가능하게 하는 이러한 소프트웨어적 기술들은 실제 병원의 MRI 기계에 적합한 언어로 구현되어, 기존 하드웨어 성능의 최대치를 끌어내거나 하드웨어 설계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러한 연구는 영상물리 이론에 기반한 시뮬레이션, 실제 구현을 위한 프로그래밍, MRI 기계에서의 측정 및 검증을 통하여 수행되며 병원 및 국내외 의료영상기업들과 긴밀한 협력 하에 진행되고 있다.
 
박 교수는 "MRI의 고속화 기술에 관련 기업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도 이 화두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의료기기산업 매년 성장…MRI 영상고속화 기술 파급력 충분
  
박 교수는 MRI의 고속화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2000년대 초부터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MRI를 이용하여 인체에 대한 해부학적/기능적 영상을 획득하기 위해, 최첨단 공학 및 영상신호처리 기술이 필요함을 알고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MRI는 방사능 노출도 없으면서 전신의 해부학적 및 기능적 정보의 획득이 가능한 장점을 갖고 있다. 기존 기술의 문제점을 잘 극복할 수 있다면, 다양한 질병의 조기진단 및 치료와 신약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지난 연구를 통해, 고속 병렬 MRI에서 동적캘리브레이션 (주변신호들 간의 상관관계를 계산하는 과정)을 이용하여 움직임과 잡음에 강건한 영상기술을 개발하고, 영상시간을 40배 이상 단축하면서 뇌 전체의 복잡한 혈관들을 명확하게 복원하는 모델기반 고속 혈관조영술, 그리고 최대 8개의 다중슬라이스를 동시에 인코딩 및 복원할 수 있는 다중대역 고속 MRI 영상기술 등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박 교수는 이러한 선행 연구들을 바탕으로 현재 '다중대역 초고속 3D·4D MRI 기술'을 연구개발 중이다. 해당 기술은 연구성과실용화진흥원(원장 조용범·이하 진흥원)이 추진한 '2016년 기술업그레이드 R&D 과제로 선정, 2년 동안 기술사업화 지원을 받을 예정이다.
 
그는 "이 기술이 개발되면 빠르게 촬영하면서도 고화질로 영상을 얻어낼 뿐 아니라 영화의 한 장면처럼 MRI 촬영 영상을 360도로 관찰하고 단면을 절개해 보는 등 환자수술 및 시술에 영상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의료기기산업 시장조사기관인 에스피콤(Espicom)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의료기기 국내외 시장은 매년 6.4% 성장이 예상되며 우리나라도 2004년 이후 계속하여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의료현장에서 환자와 의사가 MRI촬영시간을 단축의 필요성이 커지는 만큼 기술이 사업화되면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 실험실 밖으로 나온 R&D, "실제 의료현장 쓰이는 기술 개발 보람돼"

초고속 고해상도 MRI기술을 개발 중인 박 교수팀.<사진=김지영 기자>
초고속 고해상도 MRI기술을 개발 중인 박 교수팀.<사진=김지영 기자>

 
"사람의 몸은 대부분 물로 구성돼 있다. 우리가 개발한 의료영상기술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실험하기 위해, 물로 구성된 팬텀이나 자원자를 통해서 새로운 기술시험을 하기도 한다. 연구실에서의 성과가 실제 의료현장에 쓰이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의료현장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것은 연구자로서 가장 기쁘다."
 
박 교수는 새로운 MRI 펄스열 및 영상복원 알고리즘 등 소프트웨어적 기술들을 개발한 후, 실제 MRI 기계에서 팬텀이나 자원자를 통해 성능을 테스트한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시험이 끝나면 병원의 의사 및 산업체 연구원들과 함께 회의를 거친 후, 환자진단에 있어서 영상의 정확도 등을 테스트한다. 이러한 실험을 통해 박 교수팀은 기존 MRI에 비해 영상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고화질의 영상을 복원하는 기술을 성공한 바 있다.
 
그는 의사와 환자들이 직접 쓸 장비를 연구개발하는 만큼 현장 목소리를 듣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의사와 환자, 의료영상기기를 판매하는 기업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함께 공동연구를 하는 이유다.

글로벌 의료영상 기업체에도 몸담은 적 있는 그는 "기업이 원하는, 현장에서 쓰일 기술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실험실에 갇힌 R&D가 아닌 의료현장의 어려움, 기업이 원하는 기술 등을 함께 듣고 연구개발하는 것을 제1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과 소통이 연구개발에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하지만, 하나의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데 1~2년이 걸리기도 하고 임상에 도입되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테스트가 필요하다. 박 교수는 "최근에 전체 뇌에 분포하는 작은 전이암을 찾아낼 수 있는 새로운 고해상도 삼차원 MRI기술을 개발하면서 수차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러나 연구실에서 개발한 기술이 실제 병원에서 활용되는 순간을 잊을 수 없다"라며 "연구 기획부터 개발, 논의, 시행착오 등 많은 과정이 필요하지만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연구자로서 굉장히 보람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기술개발을 완료 후 의료영상기기 회사들과 협업을 통해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박 교수는 "이 기술은 MRI의 고속화를 통하여 "뇌졸중, 치매, 암 등의 정밀한 조기진단 및 예후 예측 등을 가능하게 할 수 있고 인체 전체에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핵심기술은 개발이 완료되어가고 있으나 실제 임상을 위해 필요한 신호획득을 위한 펄스열 및 인코딩 기술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연구개발함과 동시에 상용화에도 힘쓸 계획이다. 새로운 영상기법을 설계하고 공급해 기술의 발전과 의료발전에 기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연구실 모습.<사진=김지영 기자>
연구실 모습.<사진=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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