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연 산업측정표준본부 에너지소재표준센터, 수소융복합스테이션 신뢰성 측정표준 기술개발
백운봉 센터장 "수소전기차 대중화 위한 수소충전소 국내 기술로 만들어 낼 터" 

 물로 가는 자동차로 전국 일주를 꿈꾸는 백운봉 센터장. 그는 수소전기차의 대중화는 충전소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며 올해부터 에너지소재표준센터를 통해 '수소융복합스테이션 신뢰성 측정표준 기술 개발'을 본격화 한다고 밝혔다. <사진=박은희 기자>
물로 가는 자동차로 전국 일주를 꿈꾸는 백운봉 센터장. 그는 수소전기차의 대중화는 충전소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며 올해부터 에너지소재표준센터를 통해 '수소융복합스테이션 신뢰성 측정표준 기술 개발'을 본격화 한다고 밝혔다. <사진=박은희 기자>
친환경차로 불리는 수소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뜨겁다. 

일본, 독일, 미국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은 2020년을 분기점으로 수소전기차 보급이 늘 것으로 보고 성능을 개선한 양산형 수소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소전기차 개발에 적극적인 일본은 자동차 업체와 정부, 에너지회사 등이 충전소 운영비를 분담하는 방식으로 충전소 확대 사업을 하고 있다.  

EU는 2020년까지 신규 등록 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95g/km 감축을 목표로 2019년부터 초과 배출에 대한 벌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단 수소전기차 등과 같이 혁신적인 기술을 자동차에 탑재하면 제조업체에 연간 최대 7g/km까지 배출량을 공제해 줄 계획이다. 

물로 가는 자동차 시대가 성큼 다가왔지만 한국은 수소전기차 상용화에 발이 묶이며 선두적 위치를 일본에 내 준지 오래다. 현재 국내에는 일반 주유소처럼 돈을 내고 수소 가스를 넣을 곳이 단 한 곳도 없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산업측정표준본부 에너지소재표준센터(센터장 백운봉)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에너지소재표준센터는 올해부터 '수소융합복합스테이션 신뢰성 측정표준 기술 개발'을 본격화한다. 

백운봉 센터장은 "현재 기술 수준으로 수소전기차를 타고 전국을 누비기 위해서는 수소가스를 공급할 수 있는 수소충전소가 필수적으로 만들어져야 가능하다"며 "수소충전소 설치를 위해 필요한 측정기술과 인프라 구축 등의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방창신(模倣創新)'···핵심 부품·소재 신뢰성 확보 위한 '측정기술' 개발 

"환경과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해 자동차는 변화하고 있습니다. 초기 석탄을 주원료로 하다 석유와 천연가스로 옮겨졌고, 최근에는 탄소가 전혀 없는 수소가스가 대세입니다. 수소자동차는 기업이 잘 만들죠. 하지만 관련 인프라에 해당하는 충전소는 정부가 기술개발에 나서야 합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인 우리가 해야 할 일이기도 하죠." 

표준연은 지난해 '수소융합복합스테이션 신뢰성 측정표준 기술개발' 연구를 '빅 이슈(BIG ISSUE)' 사업으로 선정했다. 3년 단위로 총 9년에 걸쳐 진행될 장기 프로젝트다. 연구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10년 내 수소전기차를 국내에서 손쉽게 타고 다닐 수 있다는 이야기다. 수입에 의존하는 수소 충전소 관련 부품의 국산화로 충전소 건설 및 유지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관련 기술기준이 완화돼 수소 충전소 보급이 원활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수소용 소재와 부품 장비 개발을 위한 측정기술 개발에 있다. 현재 수소충전소에 쓰이는 부품 국산화율은 40% 이하로 매우 낮은 편이며, 글로벌 측정표준 기술은 전무하다. 

수소충전기 건설비용이 40억~50억원으로 고가임을 고려할 때 소재와 부품 장비 등 국내화를 하지 못할 경우 수소전기차가 도로를 달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백 센터장이 이번 연구를 위해 택한 전략은 '모방창신(模倣創新)'. 처음엔 선진국의 성공사례를 모방하지만 결국 국내 기술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의도다.  

그는 "글로벌 수소 신뢰성 측정표준 기술이 전무한 우리에게는 필요한 전략"이라며 "모방으로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우리 기술로 세계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낼 것"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1단계에서는 수소충전소용 부품·소재 현황 파악하고 물성 측정 시스템 구축을 진행한다. 2단계에서는 금속뿐만 아니라 고무나 폴리머의 부품·소재 물성 측정 기술을 개발하며 수소가스 순도·유량 측정 표준을 세울 계획이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부품·소재 물성 D/B 구축 및 표준화, 물성 측정 서비스 및 산업체 지원 등을 펼칠 계획이다. 

계획은 세웠지만 연구과정은 결코 만만치 않다. 수소충전기 안에 들어갈 부품과 소재들이 수소가스 안에서 재료, 압력, 온도, 시간 등에 의해 어떻게 반응하는지 실험으로 검증해 내야 한다. 공기 중에서 서서히 늘어나다 깨지는 금속도 수소가스 안에서는 늘어나지 않고 갑작스럽게 깨질 수 있어 기계부품용 재료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소연료전지의 수명과 직결되는 수소가스 순도를 현장에서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개발해야 한다. 수소 연료의 요금을 정확히 책정하기 위한 수소가스 유량계의 측정 표준을 개발하는 등의 연구 분야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백 센터장은 "표준연은 2008년부터 수소가스 속에서 금속재료의 사용가능성을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과 금속에 확산돼 있는 수소가스의 양을 정확히 측정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며 "이런 측정기술과 인프라를 기반으로 수소충전소에서 필요로 하는 측정 시스템 및 측정표준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연구원 내 수소안전동을 들어서고 8년 동안 연구 노하우가 쌓였다. 금속 개발은 계획보다 쉬울 것으로 예상돼 연구 2단계 중반부에는 제품개발을 위한 기술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수소가스 충전소용 부품 소개 개발을 위한 측정기술개발이 완성되면 국산 수소 충전소 부품 및 계량기 개발 역시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수소전기차 대중화 핵심 키···"수소에 대한 인식 변화부터" 

백 센터장은 "대중들은 수소하면 수소폭탄을 먼저 생각한다. 수소자동차가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수소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박은희 기자>
백 센터장은 "대중들은 수소하면 수소폭탄을 먼저 생각한다. 수소자동차가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수소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박은희 기자>
"융합은 반드시 필요해요. 연구원 각자가 잘하는 연구가 다르잖아요. 서로 시각이 다르면 새로운 것이 나올 수 있어요. 수소에 견디는 재질이라고 만들었는데 다른 분야에서는 새로운 시각으로 용도와 쓰임을 이야기 할 수 있거든요."

이번 연구의 특징 중 하나는 '융합' 연구로 진행됨에 있다. 연구원 내 5개 센터(에너지안전·전기·가스·유량·온도) 연구자들이 하나의 목적으로 모였다. 

백 센터장은 "수소 생산방식은 다양해 융합적인 사고를 필요로 한다. 더욱이 수소충전소는 자동차 충전소도 함께 운영할 수 있어 복합적인 충전소도 운영할 수 있다"며 "융복합적인 연구가 필수적이다. 연구팀 구성원의 전공도 기계, 금속, 물리, 화학, 전기, 자기, 유량 등 다양하다"고 말했다. 

그는 융합의 시너지를 위해 '모든 정보 공유'도 원칙으로 삼았다. 연구원 간의 만남을 유도하고 정보를 공유해 개인의 성과가 아닌 통합된 목표를 향해 함께 가자는 데 있다. 

그는 "여러 사람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가기 위해서는 서로의 의견을 모으고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 1~2년은 힘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모으면 더 큰 성과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수소가 지닌 '위험'하다는 편견과도 싸워야 한다. 아직 대중의 인식이 낮아 수소자동차는 위험하다는 불안감을 가진 이들이 많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는 것도 연구팀의 몫이다. 

수소는 공기 중 농도가 4~75% 범위 내에 들어가야 폭발한다. 다른 가스에 비해 폭발 가능한 공기 농도 범위가 넓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수소의 농도가 3% 보다 낮거나 80%를 넘어도 폭발하지 않는다. 

백 센터장은 "사람들이 수소라 하면 수소폭탄을 먼저 생각한다. 이에 수소충전소를 짓는 것도 반대한다. 수소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가벼운 원소이기에 공기 중에 유출되는 순간 빠르게 확산한다"며 "수소자동차가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수소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이번 연구가 수소의 안전성을 뒷받침 해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시켜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연구소가 기초적인 연구를 했다면 올해부터는 응용연구로 넘어가는 것"이라며 "수소전기차는 미래자동차가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하는 자동차다. 현실적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이번 연구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물로 가는 자동차로 전국 일주를 하는 오랜 소망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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