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나노종합기술원장 "내부 역량강화와 인식개선으로 비용 줄이고 수익창출"
"주요 기술 산업 100년 내다보며 정책 수립해야"

"처음 부임하니 운영예산도 인력도 부족했죠. 당장 기관을 살리기 위해 부임 2년간 구성원의 인식개선과 조직개편을 통해 내부 역량을 강화했습니다. 또 주요 기술과 산업 분야의 미래 100년 예측을 통해 장비를 재구축하고 서비스를 고도화하며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5월 연임이 결정되며 나노 반도체 기술지원의 중심축으로 강한 시동을 걸고 있는 이재영 나노종합기술원(이하 나노기술원) 원장의 생존(?) 일성이다.

나노종합기술원은 나노기술 연구와 개발에 필요한 고가의 시설과 장비를 일원화하고 연구성과 실용화와 중소기업의 시제품 양산을 지원하기 위해 2004년 5월 KAIST 내 나노종합팹센터로 문을 열었다.

하지만 2012년 나노종합기술원으로 재탄생하며 연간 250억원씩 지원되던 정부 예산도 중단됐다. 스스로 생존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연간 200억원의 매출을 올려야 정상운영이 가능했다. 또 매년 70억원 이상의 비용을 투입해 장비를 업그레이드 해야 서비스를 지속 할 수 있었다.

당시의 나노기술원은 매년 200억원의 매출을 올릴만큼의 이용자 그룹도 많지 않았다.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위치하면서 당장 이용자를 늘릴 뾰족한 대안도 없는 상태였다.

◆ 특유의 군인정신으로 인식개선, 비용절감, 지속가능한 인프라 구축

이재영 나노종합기술원장. 이 원장은 적립금 운영으로 기관의 인프라를 확충하고 기술과 산업의 100년 예측을 통해 글로벌기관으로 육성해 가고 있다고 밝혔다.<사진=나노종합기술원 제공>
이재영 나노종합기술원장. 이 원장은 적립금 운영으로 기관의 인프라를 확충하고 기술과 산업의 100년 예측을 통해 글로벌기관으로 육성해 가고 있다고 밝혔다.<사진=나노종합기술원 제공>
벼랑끝 상태인 2013년 5월  부임한 이재영 원장. 당장 내부 구성원의 인식개선부터 시작했다. 육군사관학교 기계공학과와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에서 공부했던 남다른 이력을 가진 그만의 군인정신이 발동했다.

"과학기술부 사무관으로 시작해 스스로 관료 출신이지만 많은 관료들이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면서 비용 절감을 위한 노력조차 보이지 않았어요. 부품 하나를 갈기 위해서도 샘플을 뽑고 비교하면서 비용 절감에 들어갔어요. 다들 생소해 했지만 지속하면서 인식개선이 됐고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대기업에서 장비를 무상으로 지원받으며 인프라도 구축해 나갔습니다."

이 원장은 "부임 초기에는 이처럼 내부 역량 강화에 주력했다"면서 "각고의 노력으로 실제 비용절감의 효과를 거뒀고, 지원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가능하게 됐다. 그 결과 총 투자액의 10배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나노기술원의 성과는 크게 ▲산업체 지원 및 연구개발 지원 효과 ▲연구장비 공동활용 서비스 ▲나노기술 전문인력 양성을 들수 있다.

설립이후 12년간의 활용효과를 자체 분석한 결과 국가R&D 지원에서 총 1조9000억원의 경제효과를 거뒀다. 이는 총투자액 1613억원 대비 10배가 넘는 수치다. 그중 산업체 기여액이 1조4000억원, 연구개발지원효과는 5000억원, 고용창출 효과는 1375명으로 반도체 강국의 숨은 주역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구장비 공동활용 분야는 2005년 서비스 1720건, 이용기관은 106개였지만 2014년 1만1057건의 서비스와 506개 이용기관으로 크게 늘었다. 2016년 기준 누적 서비스는 9만9483건, 이용기관 1399개로 대학과 중소기업, 대기업과 연구소의 이용도 증가 추세다. 또 지역의 마이스터고와 충남대와 협력하며 나노기술전문 인력 양성에도 주력하고 있다.

미래를 위한 준비도 적극 진행 중이다. 이 원장에 의하면 나노기술원은 서비스 고도화와 장비 재구축이라는 양대축을 중심으로 글로벌 인프라기관으로 거듭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재원 마련. 매년 장비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재원 마련 방안으로 나노기술원이 선택한 방법은 적립금 확보다. 적자 상태에서 현재 80억원까지 적립해 놨다. 

이 원장은 "정부기관에서 적립금을 따로 둔다는 것은 그동안 없었던 사례"라면서 "횡적 업무 활성화를 통해 발생한 인센티브와 수익재원을 적립금으로 확보해 장비재구축에 이용한다. 또 무상기증, 테스트베드 등 다양한 장비 구축안을 마련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4차 산업에 대응한 지능정보화와 공정환경조성, 맞춤형 소규모 생산을 지원하기 위한 미니멀팹, 머추얼팹 등 미래팹도 준비중"이라고 덧붙였다.

◆ "4차 산업혁명 센서기술 전쟁…산업 기술 100년 예측해 준비"

"4차 산업혁명 기술에서 가장 핵심은 첨단센서 기술입니다. 기초, 원천, 응용연구 모든 분야에 해당하지만 우리나라의 주요 장비나 기기의 센서 기술은 다 수입해 오고 있습니다. 이런상황에서 글로벌 시장 선점은 어렵죠. 주요 산업과 기술의 100년을 예측하며 첨단센서 기술개발의 초석을 마련해 가고 있습니다."

이재영 원장의 목소리가 커졌다. 과학 선진국들이 4차 산업관련 시장선점을 위해 기술개발이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비해 국내에서는 여전히 하드웨어에 집중하고 있다는 안타까움에서다.

나노기술원에 의하면 첨단센서관련 시장은 2020년 이후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2배 이상 커질 전망이다. 4차 산업혁명에 맞춰 미국은 플로리다에 네오시티(Neocity)라는 이름의 첨단센서 특화 도시를 건립중이다. 영국은 리버플, 네덜란드는 그로닝겐 등에 센서시티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이 원장은 "최근 지멤스로부터 200억원 규모의 장비 35대를 기증받아 첨단센서 기술 개발에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했다"면서 "앞으로 센서패키징 플랫폼 개발, 센서 테스팅 플랫폼 개발 등 전주기 지원이 가능한 지원체계를 구축해 글로벌화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산업과 기술변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요소기술로 인공지능,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가상현실·증강현실·실제현실,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 드론, 로봇, 3D프린팅, 나노기술을 들었다. 또 향후 100년간의 산업은 스마트시티, 스마트팩토리, 스마트팜, 스마트의료, 미래에너지, 교육 등으로 구분했다.

그는 "앞으로는 도심에 친환경 농장이 생기는 것은 물론 우주농장이 개척되고 인공태양이 출현하면서 스마트 우주도시, 해저도시도 태동할 것"이라면서 "때문에 과학기술정책뿐만 아니라 국가정책이 당장 10년 20년이 아닌 100년을 내다보는 혜안으로 수립돼야 한다. 부처의 관료는 최소한 50년을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재영 원장이 밝힌 4차 산업혁명 주요기술 및 향후 100년 예측.<사진=나노종합기술원 제공>
이재영 원장이 밝힌 4차 산업혁명 주요기술 및 향후 100년 예측.<사진=나노종합기술원 제공>

4차 산업혁명에 따른 향후 100년의 산업변화 예측.<사진=나노종합기술원 제공>
4차 산업혁명에 따른 향후 100년의 산업변화 예측.<사진=나노종합기술원 제공>

나노종합기술원의 지속가능한 운영 전략.<사진=나노종합기술원 제공>
나노종합기술원의 지속가능한 운영 전략.<사진=나노종합기술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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