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는 아직도 비싸고 위험해?···수소에너지 사회 성큼
표준연·에너지연 수소 전문가 한자리, 수소에 대한 오해와 진실 밝혀

<사진=조은정, 디자인=권오현>
<사진=조은정, 디자인=권오현>
우주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지구에서 탄소와 질소 다음으로 풍부한 원소. 물(H2O)을 구성하는 핵심으로 거의 무한 사용할 수 있는 원소. 바로 천연가스와 연료전지뿐 아니라 자동차, 선박, 비행기에 사용되는 다양한 종류의 에너지를 대체할 동력으로 떠오르는 수소 이야기다.

수소는 주기율표 맨 앞자리를 차지할만큼 익숙한 원소다. 하지만 폭발 등의 위험성이 더 많이 알려지며 그동안 활용도는 낮은 편이었다. 관련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수소에너지 시장을 점유하기 위한 각국의 각축전이 뜨겁다.

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에서 글로벌 13개 기업이 참여한 '수소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전 세계는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이 '수소경제(2002년)'에서 예언한 '수소에너지 시대'가 성큼 도래했음을 실감, 관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미래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수소산업을 육성하고,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이하 수소전기차)와  충전인프라 보급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울산에서는 수소택시가 첫 선을 보였다. 알게 모르게 우리 일상에 수소에너지가 파고들며, 수소에너지 시장 열기에 불이 붙었다. 하지만 '수소=수소폭탄' 을 떠올리는 국민 불안감 또한 만만치 않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박상열) 산업측정표준본부 에너지소재표준센터의 백운봉 센터장과 백승욱 박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원장 곽병성) 수소연구실의 김종원 박사가 수소에너지에 대한 오해를 풀어내며 최근 이슈로 떠오른 수소전기차에 대해 설명했다. 

◆ 수소는 비싸고 위험한 것?···"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

수소에너지 상용화를 이루기까지 제조에서부터 저장 방법, 배송 등 해결해야할 여러 과제가 있다. 그 중 가장 큰 걸림돌은 국민들이 갖고 있는 수소에너지에 대한 경계심, 즉 수소 폭발 위험에 대한 두려움이 아닐까. 연구자들도 과학적 설명으로 불안감 해소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백운봉 센터장은 "움직이는 모든 것에 수소가 활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쉽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수소'하면 수소폭탄을 먼저 떠올린다. 수소폭탄 전문가의 입을 통해 폭탄 원리를 과학적으로 설명해 국민의 이해를 도와야 한다"며 "수소가 도시가스나 LPG와 같은 가연성 기체이기에 안전관리 요령을 숙지하고 잘 관리한다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다. 수소의 특성에 맞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미리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승욱 박사는 독일 글로벌 가스 회사의 수소전기차 시범운행 사례를 들며, 일반 대중의 '수소 체험과 대국민 수용성' 중요성을 강조했다. 백승욱 박사는 "독일은 주요도시를 기점으로 수소 충전소를 구축하고, 수소에너지를 일상으로 끌어들여, 수소에 대한 국민적 인식 개선과 수용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진행중이다. 과학적 이론 설명도 중요하지만, 안전이 확보된 기술을 바탕으로 국민들이 수소에너지 관련 기술들을 체험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종원 박사 역시 아이슬란드 수소연료전지 프로그램 운영 사례를 들었다. 아이슬란드는 1999년 세계 최초로 수소경제국가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김 박사는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아이슬란드에서 수소 전기버스를 운영했으나, 불안감 때문에 아무도 탑승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도 수소전기차 모니터링을 위해 사람 수에 맞게 벽돌로 채워 운행하고, 소방서 등 사고 대처 가이드라인을 확실하게 했다. 정부의 지속적 노력 덕에 지금은 자연스럽게 운행되고 있으며, 불안감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미래 청정에너지로 꼽히는 만큼, 수소에너지는 '비싸다'는 인식도 있다. 김종원 박사는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답했다. 김 박사는 수소전기차도 "개발 초창기에는 3억을 호가했지만 지금은 8000만원 수준이며 대량생산이 가능한 이후부터는 점점 가격이 낮아지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수소에너지의 공급원인 잉여가스는 1kg에 3000원 수준으로, 소비자가 생각하는 만큼 수소에너지가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지 않다. 여러 가지 부대비용을 감안하여 kg당 1만원 수준으로 공급가능하도록 하겠다는 목표가 외국의 사례라는 게 김 박사의 설명이다. 

◆ 수소전기차 VS 전기차 ?···"경쟁보단 보완"

역시 수소에너지를 논하는데 수소전기차는 빠질 수 없는 이슈다. 수소전기차는 수소를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하고 이를 동력원으로 삼는 전기 자동차. 즉, 연료만 공급되면 전기를 생산해가며 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화학 결합에 의한 부산물이 물뿐이라 환경 오염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현대자동차, 도요타, BMW, 혼다 등 세계 굴지의 자동차업체들이 수소전지차를 '궁극의' 미래자동차로 부르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소전기차와 늘 비교되는 것이 있다. 전기차다. 전기차의 경우 배기가스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수소전기차와 함께 친환경 미래자동차로 손꼽힌다. 또 전기모터를 사용해 진동이나 소음이 적고 구동력이 좋다.

수소전기차냐, 전기차냐.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 대결구도로 보기엔 시기상조라는 것이 참석자들의 일치된 견해다.

김종원 박사는 "수소전기차는 2013년 현대자동차가 세계 처음으로 양산체제를 갖추었다. 내년에는 연 3000대 이상 대량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 전망했다. 이어 그는 "수소전기차 국내 생산 기술은 세계적 수준이지만, 수소충전소에 관한 기술을 사업화 모델로 삼기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미국 캘리포니아만 해도 20여개의 수소충전소가 있는데, 이는 기업체 입장을 고려한 정부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라며, "우리도 수소충전소 수익모델을 내기 위해선 지원금, 세제 혜택, 규제 보완 등 정부 부처(환경부, 산자부, 국토부)가 머리를 맞대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을 구상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수소전기차 작동 원리.<자료=표준연 제공>
수소전기차 작동 원리.<자료=표준연 제공>
수소전기차 실용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언급됐다. 백운봉 박사는 "수소 가스 공급가격 책정을 위한 가스량 측정에 대해선 아직 국제표준화도 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현재 표준연에서도 수소충전소를 타깃으로 관련 부품 및 계측기 개발을 위한 측정표준기술과 시험 인프라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승욱 박사는 "수소전기차와 전기차는 공존할 것이며, 소비자의 선택에 의해 시장에 보급될 것"이라 분석하며 "궁극적으로 수소전기차로 간다는 것엔 크게 이견이 없다"고 답했다.

김종원 박사에 따르면 두 자동차의 융합 형태도 존재한다. 기존 배터리 용량에 덧붙여 수소연료전지를 장착하는 것. 자동차 기업 르노 역시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융합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백운봉 박사는 "자국에서 신재생에너지로부터 생산할 경우 전기차가 유리, 국내 생산능력이 없어 외국에서 수소를 수입해야 할 경우 수소전기차가 유리하다. 상황에 따라 보완해야 할 문제"라고 답했다. 

한편 백운봉 박사는 기존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변신을 촉구하기도 했다. 백 박사는 "수소전기차는 기존 디젤·가솔린차와는 개념 자체가 다르다. 수소전기차로 바뀌면 기존 자동차 부속품 중 기어의 경우 20-30 %만 필요해, 관련 부품 업계가 도태 될 수도 있다"며, "수소전기차 개발 흐름에 맞는 변신을 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수소에너지 사회, 어떻게 맞이해야 하나

일자리 창출, 국가 산업 발전 기회 등 참석자 모두 수소에너지가 가져올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했다. 

먼저 백승욱 박사는 수소에너지 산업 시장성을 강조했다. 백승욱 박사는 국내의 경우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수소에너지 이용을 위한 기반기술의 R&D가 주를 이뤘다면, 2010년대 이후부터는 시장성과 경제성을 갖출 수 있는 선순환 구조의 인프라 구축이 중심이 되고 있다. 세계적 수준의 국내 수소에너지 관련 기술 개발은 인프라 구축과 함께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 내다봤다.

수소에너지 산업이 가져올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됐다. 백승욱 박사는 "신에너지로 꼽히는 수소에너지 산업 발전은 미래기술 관련 스타트업, 가스 산업계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모멘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종원 박사 역시 일자리 창출의 긍정적 효과에 동의했다. 김 박사는 "수소에너지 산업은 국가와 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발전시킬 것이다. 지금까지의 수소에너지 연구가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면, 지금은 기술적·사회적·대중 수용성 등을 들여다보고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에서 어떻게 수소가 기여할 수 있는지 기획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백운봉 센터장은 "노르베르트 뢰트겐 독일 환경부 장관이 2022년까지 독일내 모든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결국은 연료전지로 갈 수밖에 없는데, 수소관련 시장이 더 커지게 된다면 산업계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집집마다 자체적으로 전기를 만들어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끝으로 참석자들은 대덕만이 가진 기술로의 융합연구를 기대했다. 백승욱 박사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을 비롯해 에너지기술연구원 등 수소에너지를 연구하는 출연연과 대학이 밀집되어 있으며 세계적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대전시와 기획하고 있는 수소인프라신뢰성센터 구축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수소인프라 부문의 설비, 부품, 소재 전반의 안전 시험 및 평가 기능을 일선 기업에 지원함으로써 관련 국내 기업의 국내외 시장 진출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대덕이 가진 기술을 결집해 국내 수소산업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출연연뿐 아니라, 지자체, 특구가 힘을 모을 수 있길 기대 한다"며 소망을 전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수소연구동.<영상=윤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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