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US가 만난 사람들] Pöyry 필 헤어·IEAGHG 팀 딕슨 이사
전문가들 "CCS 효과 확실, 멀리보고 투자해야"

# 노르웨이 슬라이프너 지역 북해에는 석유·가스전이 밀집돼 있다. 여기서 포집된 연간 100만톤의 이산화탄소는 북해 800~1100m 깊은 곳 사암(sandstone)층에 저장된다. 이산화탄소는 이렇게 바다 속으로 조용히 자취를 감춘다.
 
유럽의 CCS 전문가들은 20년 동안 안전하게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해온 노르웨이를 이상적인 CCS 도입 국가로 꼽았다. 노르웨이는 1996년부터 슬라이프너(Sleipner) 프로젝트를 통해 이산화탄소 감축에 앞장서왔으며 포집·저장 이후의 단계를 준비중이다.
 
전문가들은 노르웨이의 '조화로운 당근과 채찍' 전략이 CCS 프로젝트가 지금까지 진행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노르웨이는 기업에게 탄소세를 부과하는 한편 기업이 CCS를 도입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영국을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이 노르웨이의 절차를 따를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노르웨이 이외에 미국·캐나다·브라질·중동·호주·한국·일본 등 여러 국가들도 CCS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영국의 경우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를 80% 감축(1990년 대비)하겠다는 야심찬 법을 제정했으며 CCS를 이산화탄소 감축의 핵심 기술로 선정했다. 

지난 8일 열린 CCUS 컨퍼런스 연사로 참석한 영국 CCS 컨설팅 전문가 필 헤어(Phil Hare) Poyry 이사와 저장 분야 전문가 팀 딕슨(Tim Dixon) IEAGHG 이사에게 영국의 CCS 동향에 대해 들어봤다.
 
◆ CCS 도입, 기업의 미래 사업 위험성 줄여줄 것
 

필 헤어(Phil Hare) 이사는 Pöyry Management Consulting의 이사이자 PMG소속의 에너지 시장 분석 글로벌 컨설팅 실행 책임자로 에너지 분야에서 30년 이상 활동해왔다. 기업 전략, 특히 신규 국가와 신규 비즈니스 부문으로 진입하는 에너지 회사를 대상으로 컨설팅한다. <사진=한효정 기자>
필 헤어(Phil Hare) 이사는 Pöyry Management Consulting의 이사이자 PMG소속의 에너지 시장 분석 글로벌 컨설팅 실행 책임자로 에너지 분야에서 30년 이상 활동해왔다. 기업 전략, 특히 신규 국가와 신규 비즈니스 부문으로 진입하는 에너지 회사를 대상으로 컨설팅한다. <사진=한효정 기자>

"현재 영국 기업들은 정부의 확실한 CCS 정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영국의 기업과 산업계는 CCS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필 헤어 이사는 영국 기업은 오히려 정부의 CCS 정책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이 CCS에 긍정적인 이유는 정부가 CCS 도입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 문제로 CCS를 재고하고 있는 듯하지만, CCS의 필요성에 대한 생각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헤어 이사는 실증 프로젝트를 자리 잡게 하는 것이 국가의 가장 큰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파일럿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노르웨이처럼 포집과 저장까지 처리할 수 있는 규모의 프로젝트를 운영해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는 "실증 프로젝트를 운영함으로써 정부와 기업이 자신감을 얻을 수 있고, 프로젝트에 필요한 비용과 지원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기업에게 매력적인 투자 조건을 제시하되 너무 많은 이익을 줘서도 안 된다고 헤어 이사는 조언했다. 그는 "한 개의 CCS 프로젝트에 드는 비용을 국민 전체가 나눠서 부담한다면 1인당 지출하는 비용은 적다"며 작은 프로젝트에서 시작해 키워나갈 것을 제안했다.
 
한편 기업은 국제 CCS 프로젝트를 꿰뚫고 있어야 한다. 헤어 이사는 CCS 지원 정책이 국가별로 다르기 때문에 기업들은 각 국의 상황에 맞게 지원책을 조사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기업이 탄소 배출 비용을 계속 지원받을 보장은 없다"며 "기업에서 CCS를 도입하는 것이 미래 사업 위험성을 줄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헤어 이사는 많은 국가들이 CCS를 도입하는 현재 상황을 보며 미래를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CCS Institute'의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기준에서 운영 및 추진중인 대규모 CCS 프로젝트는 38개이며 그 외 파일럿 또는 실증 규모 프로젝트는 73개에 이른다.
 
헤어 이사는 "정부 입장에서는 CCS에 큰돈을 선뜻 투자하기 쉽지 않겠지만, CCS의 효과는 확실히 있으며 산업계에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 이산화탄소 저장, 자연이 돕는다···효율적 저장법 연구해야
 

팀 딕슨(Tim Dixon)이사는 IEAGHG의 기술 프로그램 총괄자이자 GHGT 컨퍼런스 기술프로그램 위원회 외 다수의 CCS 관련 국제위원회 위원장이다. 그의 전문 분야는 배출권 거래, 청정 석탄기술 분야, CCS-CDM 등이다. <사진=한효정 기자>
팀 딕슨(Tim Dixon)이사는 IEAGHG의 기술 프로그램 총괄자이자 GHGT 컨퍼런스 기술프로그램 위원회 외 다수의 CCS 관련 국제위원회 위원장이다. 그의 전문 분야는 배출권 거래, 청정 석탄기술 분야, CCS-CDM 등이다. <사진=한효정 기자>
팀 딕슨 이사는 "이산화탄소를 땅에 묻기 위해 지질학적인 분석이 매우 중요하다"며 "앞으로 저장 분야를 주목하면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딕슨 이사는 최근 주목할 연구 분야로 이산화탄소 저장 시뮬레이션과 모니터링을 소개했다.

심해에서는 이산화탄소의 이동 경로와 유출 여부 등을 가상으로 실험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 지중·지표·심해 이산화탄소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분야도 발전하고 있다. 

딕슨 이사는 "앞으로는 정해진 양의 암석에 효율적으로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방법이 연구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에 따르면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심해 공간은 CCS를 도입하기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넓다. 특히 인위적인 처리 없이 암석의 구멍에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자연적 방법이 CCS의 큰 장점이다.
 
이산화탄소는 암석의 구멍에 있는 물속에 녹아들어가 시간이 지나면서 아래로 가라앉고 미네랄화되어 암석이 된다. 딕슨 이사는 "자연이 이산화탄소의 저장을 돕는 셈"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재생에너지로 대체할 수 없는 제철·화학·시멘트 분야 등의 산업분야에서 CCS 기술이 두각을 드러낼 수 있으며 CCS로 인해 일자리도 더 생겨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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