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서울대병원, 눈에 직접 주입하는 유전자 치료법 개발···안구 내 유전자가위 첫 도입
비유전성 퇴행성 실명 질환 노인성 황반변성 치료에 효과···'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등에 게재

노인성 황반변성의 원인과 증상. <자료=IBS 제공>
노인성 황반변성의 원인과 증상. <자료=IBS 제공>
국내 연구진이 유전자가위로 실명을 유발하는 노인성 황반변성을 치료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유전자가위가 암이나 유전성 희귀질환에 적합한 치료법이라는 기존의 틀을 깬 결과다. 

IBS(기초과학연구원·원장 김두철)는 김진수 유전체 교정 연구단 단장(서울대 화학부 겸임교수)과 서울대 병원 안과 김정훈 교수 연구팀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CRISPR Cas9)'를 눈에 주입해 혈관내피성장인자 유전자 수술에 성공했다고 21일 밝혔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원하는 부위의 DNA를 정교하게 자르고 교정하는 도구로 최근 학계와 산업계에서 크게 주목하고 있는 기술이다. 공동 연구팀은 유전자가위를 적용해 특정 인자를 정확하게 교정해 병변을 제거하는 '유전자 수술' 개념을 제시했다. 

유전자가위를 생체에 적용하는 방법은 두가지다. 생체 세포를 몸 밖으로 꺼내 유전자를 교정하고 다시 몸 안으로 주입하는 방법과 살아있는 생체에 유전자가위를 직접 전달해 몸 안에서 교정하는 방법이 있다. 

체내 유전자 교정은 유전자가위를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전달하는 기술이 중요한데, 연구팀은 퇴행성 실명 질환인 노인성 황반변성에 걸린 실험동물에 유전자가위를 적용해 치료 효과를 증명했다. 

전체 실명의 5%를 차지하는 노인성 황반변성은 안구 내 망막색소상피세포에서 혈관내피성장인자가 병적으로 증가해 발생한다. 혈관이 없어야 할 황반에서 신생혈관이 자라면서 실명을 초래한다. 기존의 노인성 황반변성 치료법은 눈 안으로 혈관내피성장인자를 중화시키는 약제를 주사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안구 내 주사를 주입해도 약효가 짧아 반복적인 투약이 불가피해 경제적인 부담이 컸다. 이에 연구팀은 혈관내피성장인자 유전자 자체를 제거해 눈 전체에서 신생혈관이 만들어지는 양을 반영구적으로 감소시켰다. 

연구팀이 실행한 유전자수술은 유전자가위를 복합체 형태로 도입했다. 유전자가위는 특정 염기서열을 인식하는 RNA와 이를 절단하는 효소로 이뤄져 있다. 연구팀은 실험동물에 레이저를 쏘여 신생혈관을 만든 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망막에 주입했다. 그결과 망막색소상피세포에서 혈관내피성장인자의 과발현을 억제할 수 있었다. 

더욱이 이 유전자가위는 망막 아래 주입되고 3일 내 유전자를 교정하고 사라지며 면역 반응을 일으키지 않았다. 

이어 연구팀은 유전자가위를 발현하는 '아데노 연관 바이러스'를 활용해 실험을 진행했다. 아데노 연관 바이러스는 단일 가닥의 DNA로 임상사용이 안전해 활용성이 크다. 하지만 기존의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에서 쓰는 절단효소 'Cas9'은 크기가 커서 아데노 연관 바이러스 내 삽입이 불가능했다. 

이로 인해 연구팀은 기업 '툴젠'과 공동 연구를 통해 캄필로박터 제주니(Camplyobacter jejuni) 균에서 유래 절단효소 'CjCas9'를 개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CjCas9 기반의 아데노 연관 바이러스는 신생혈관 억제에 탁월한 효과를 보였다. 연구팀은 유리체강 내 치료제를 주입한 뒤, 앞선 실험과 마찬가지로 레이저를 쏘여 신생혈관을 만들었다. 

김진수 단장은 "이번 연구는 비유전성 퇴행성 질환에서 병적으로 발현이 증가하는 유전자를 택해 발현을 억제함으로써 질병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김정훈 교수는 "현재 질환 동물 모델에서 효과를 확인했고, 향후 전 임상시험과 임상시험을 거친 후 신약시판 허가 단계를 밟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지놈 리서치(Genome Research)'에 유전자가위를 단백질과 핵산 복합체 형태로 망막 아래 주사하는 방법이,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크기가 아주 작은 절단효소를 개발해 활용한 내용이 각각 실렸다.  

연구팀이 개발한 CjCas9 기반의 유전자가위 치료(Nature Communications). 연구팀은 생쥐의 유리체강 내 아데노 연관 바이러스를 이용한 CjCas9 기반의 유전자 가위 치료제를 주사하고, 6주 뒤 레이저로 맥락막 신생혈관을 유발하였다. 1주일 뒤 맥락막 신생혈관의 크기를 비교하였다. 그 결과, 치료군의 맥락막 신생혈관(우측 2개)의 크기가 대조군(좌측 2개)에 비해 크기가 감소함을 확인했다. <자료=IBS 제공>
연구팀이 개발한 CjCas9 기반의 유전자가위 치료(Nature Communications). 연구팀은 생쥐의 유리체강 내 아데노 연관 바이러스를 이용한 CjCas9 기반의 유전자 가위 치료제를 주사하고, 6주 뒤 레이저로 맥락막 신생혈관을 유발하였다. 1주일 뒤 맥락막 신생혈관의 크기를 비교하였다. 그 결과, 치료군의 맥락막 신생혈관(우측 2개)의 크기가 대조군(좌측 2개)에 비해 크기가 감소함을 확인했다. <자료=I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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