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포닥의 아이디어···반도체 시장 들었다 놨다

[2030이 간다]대기업 전폭 지원 받는 우성훈 KIST 박사
반도체 한계 넘는 '초고집적 메모리 아이디어'···"노트북, 휴대폰 등 모든 기기에 도움 되길"
우성훈 박사는 최근 발열이 없는 반도체 소자를 찾는 연구 아이디어로 중견연구자들을 제치고 삼성 미래기술육성사업 지원과제에 선정됐다.<사진=KIST 제공>우성훈 박사는 최근 발열이 없는 반도체 소자를 찾는 연구 아이디어로 중견연구자들을 제치고 삼성 미래기술육성사업 지원과제에 선정됐다.<사진=KIST 제공>

포스닥 신분의 20대 연구자가 제안한 연구과제가 대기업의 전폭 지원을 받는 과제로 선정됐다.

화제의 주인공은 우성훈 KIST 스핀융합연구단 연구원. 우 박사는 발열이 없는 반도체 소자를 찾는 연구 아이디어로 경험있는 중견연구자들을 제치고 20대 연구자 중 유일하게 삼성 미래기술육성사업 지원과제로 선정됐다. 삼성 측에서도 20대 연구원이 책임연구자로 명시된 것을 보고 사실 확인을 위해 몇 번이고 KIST로 전화했다는 후문이다.

중견연구자들에 비해 경험은 많지 않지만 우 박사는 특정조건에서 반도체의 효율적 움직임을 찾고, '無 전력' 메모리 소자 가능성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규명해 업계로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우 박사의 꿈은 적은 전력을 사용하면서도, 크기는 작고, 발열이 없는 차세대 메모리 소자를 개발하는 것이다. 이는 오랫동안 전자기기 중심으로 주목받아온 반도체 기술의 제2의 전성기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우 박사는 "우리가 하는 연구는 노트북, 휴대폰, 그리고 앞으로의 모든 미래 소자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며 연구하고 있다"며 "상용화까지 가능하도록 많은 관계자들과 활발하게 교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병역특례로 인연맺은 KIST, '無 전력 메모리 소자의 미래' 찾다
 
"알파고 하나를 움직이는데 필요한 전력은 이 건물 전체 전력과 맞먹습니다. 하지만 스핀소자를 활용한 무전력 메모리소자 개발이 가능해진다면 알파고에 필요한 전력이 수십 만분의 일로 줄어들 것입니다. 또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과 슈퍼컴퓨터 등의 구동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는 MIT에서 연구활동을 하다 병역특례제도로 KIST와 인연을 맺었다. KIST의 위촉연구원에서 지금은 책임연구원이 됐다.

MIT에서 반도체 개발을 꾸준하게 해오던 그는 "KIST 스핀연구단에서 만난 선배 연구원들과 대화를 통해 '전력소모 없이 구동할 수 있는 반도체를 개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결과 그는 KIST에서 스승인 미국 MIT 재료공학과 제프리 비치(Geoffrey Beach) 교수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소자의 스핀성질을 활용해 전력소모 없이 메모리 소자를 구동할 방법을 세계 최초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결과는 많은 전력소모를 요하는 AI와 빅데이터 기술에 활용함과 동시에 반도체 미세화의 난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가 연구개발하면서 주목한 것은 서로 다른 자성을 띈 자기 구역을 구분하는 '자구벽' 구조다. 자구벽 구조는 높은 이동도와 안정성, 값싼 공정가격 등을 바탕으로 이를 차세대 메모리 소자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가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자구벽 구조를 이동시키기 위해 소모되는 임계 전류 값이 기존 전자소자와 비교해 큰 이점을 가지지 못한다는 전력소모의 한계로 임계 전류를 낮추기 위한 다각도의 연구가 이뤄져왔다. 하지만 여전히 분명한 해결책이 나타나지 않았다.
 
우 박사는 기존에 전기적인 방법을 이용해 자구벽을 이동시켜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2개의 자구벽이 부딪혀서 생기는 스핀의 독특한 파동 형태인 ‘스핀파(혹은 마그논(Magnon))’를 사용해 전력소모가 전혀 없이도 자구벽의 효율적인 이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이는 외부전류의 유입 없이 자구벽의 유무상태를 바꿀 수 있게 됨으로서, 향후 무전력 소자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원리를 세계최초로 규명한 것이다. 또 스핀파(스핀 배열이 흐트러짐에 따라 발생하다고 생각되는 파동)의 효율적인 생성을 위해서 두 개의 자구벽의 충돌을 이용함으로서, 전력 소모 없이도 강한 크기의 스핀파가 생성될 수 있음도 보여줬다.
 
우 박사는 최근 무전력 반도체 소자 가능성도 규명해 주목받았다.<사진=KIST 제공>우 박사는 최근 무전력 반도체 소자 가능성도 규명해 주목받았다.<사진=KIST 제공>
우 박사는 해당 기술이 상용화 될 경우 전력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전력이 발생하면 열이 나고, 이를 식히는 것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무전력(초저전력)이라면 구동전력을 살짝 줄이는 것만으로도 열 발생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이나 슈퍼컴퓨터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 박사는 "특히 스핀파를 발생시키고 검증, 해석하는 관련연구 경험이 많지 않아 KIST의 많은 선배연구자들의 도움을 받았다. 철저히 주변의 많은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연구"라고 말했다.
 
또 그는 "무전력 메모리소자는 아직 기초적인 연구로 향후 읽고 쓸 수 있는 소자개발을 위해 추가적인 연구가 더 필요하다"면서도 "스핀소자를 활용한 새로운 접근법은 향후 차세대 메모리 관련 산업전반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해당 연구는 물리학 분야 세계 최고권위의 저널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 1월 31일(한국시간)자에 게재되었다.
 
◆ 포스닥의 도전···삼성을 사로잡다
 
우 박사는 무전력뿐 아니라 미래소자의 직접도를 획기적으로 늘이기 위한 초고집적 메모리 연구도 함께 진행 중이다. 그가 주목한 것은 '스커미온 (Skyrmion)'이다.

그에 따르면 반도체 크기는 소위 '무어의 법칙'을 따라 매년 50%씩 줄어 지난 50여 년 동안 약 10000분의 1로 줄어들었다. 소형화된 기기에 많은 정보를 담는 현재의 태블릿 PC, 스마트폰 등 개발이 가능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을 이끌 미래기술로 불리는 인공지능, 로봇기술 등을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반도체 미세화에 따른 엄청난 발열, 새로운 양자현상의 발현 등 많은 난제를 극복해야 한다.

특히 반도체 미세화가 10나노 급까지 줄어들면서, 지난 2016년 반도체 업계는 소자의 미세화가 이끄는 ‘무어의 법칙’이 더 이상 불가능함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우 박사가 주목한 스커미온은 소용돌이 모양으로 배열된 스핀들의 구조체다. 입자형태를 가진 위상학적 자성구조이기에 효율적인 이동이 가능하고, 온도와 자기장, 전기장 등 외부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아 안정적인 메모리 단위로 주목 받고 있다.
 
그러나 스커미온은 저온에서만 관찰할 수 있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기가 어려웠다. 이에 우 박사는 2015년 특정 조건에서는 상온에서도 스커미온이 발현될 수 있으며, 전류에 의해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고권위 저널 중 하나인 '네이처 머티리얼스 (Nature Materials)'에 보고한 바 있다.
 
그는 "스커미온 자체가 최소 1나노이기 때문에 소자를 만들면 물리적으로 효율적인 메모리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또 스커미온 구조가 소자 레벨로 만들어지면 초저전력에서도 구동이 가능해져 차세대 초고집적, 초고효율, 초저전력 메모리소자로 개발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를 하면서 안되는 게 대부분이더라. 100번을 실험하면 한번이 될까말까 하기에, 스스로는 매일매일 실패를 거듭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그럴 때 마다  다른 과학자들이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했는지를 찾아보고 고민한다. 그러면서 좋은 연구 감(感)을 얻는다. 앞으로도 ‘주어진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며 살자’라는 마음으로 연구에 매진하겠다."<사진=김지영 기자>"연구를 하면서 안되는 게 대부분이더라. 100번을 실험하면 한번이 될까말까 하기에, 스스로는 매일매일 실패를 거듭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그럴 때 마다 다른 과학자들이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했는지를 찾아보고 고민한다. 그러면서 좋은 연구 감(感)을 얻는다. 앞으로도 ‘주어진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며 살자’라는 마음으로 연구에 매진하겠다."<사진=김지영 기자>

우박사의 이러한 연구는 지난 9월 삼성 미래기술육성사업 지원과제로 선정되기도 했다. 삼성은 2013년 8월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과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를 설립하고, 국가 과학기술 연구에 2022년까지 10년간 총 1조500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삼성 미래기술육성사업을 운영해 왔다. 해당 사업은 사업 관련성이나 별도의 대가 없이 민간기업이 국가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연구비를 지원하는 연구개발 지원 사업이다.
 
연구과제를 제안했을 당시 우 박사는 KIST 포스닥 신분이었다. 삼성 미래기술육성사업 지원과제의 경우 연구자의 자유도, 펀딩 규모 등이 남다르기 때문에 매우 높은 경쟁률을 보인다. 또 그 선정 과정이 해당분야 해외 전문가 심사를 거쳐야 하는 등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국가과제를 수행한 경험이 있는 중견 연구자급 이상이 선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이례적이다. 지금도 연구책임자 중 20대는 우 박사가 유일하다.
 
그는 "해당 과제의 구체적 실현을 위해 올 하반기부터 국내외 연구소 및 기업과의 활발한 교류를 계획 중"이라며 "연구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협력해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와 같이 연구하는 그룹이 많은데 같이하면서 배우는 게 더 많다. 향후 사람들의 생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 박사는 "연구를 하면서 안되는 게 대부분이더라. 100번을 실험하면 한번이 될까말까 하기에, 스스로는 매일매일 실패를 거듭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며 "다른 과학자들이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했는지를 찾아보고 고민하는 일은 저에게 좋은 연구 감(感)을 주는 것 같다. 앞으로도 '주어진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며 살자'라는 마음으로 연구에 매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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