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물+이산화탄소=에탄올·메탄올·메탄'···"인공 광합성 기반 다졌다"
오지훈 KAIST 교수 연구팀···이산화탄소 90% 분해 '광전극 구조' 개발
"효율적 이산화탄소 환원 성과···KCRC 안정적·지속적 지원결과"

연구를 주도한 오지훈 KAIST EEWS 대학원 교수(왼)와 연구에 동참한 송준태 박사(오른)의 모습.<사진=박성민 기자>
연구를 주도한 오지훈 KAIST EEWS 대학원 교수(왼)와 연구에 동참한 송준태 박사(오른)의 모습.<사진=박성민 기자>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생존에 필요한 물질을 생산하죠. 이와 같은 원리로 무한한 자원인 태양광을 이산화탄소와 물에 작용시킨다면 다양한 화합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마치 '태양광 화학공장'과 같습니다. 이산화탄소를 90% 이상 분해할 수 있는 '광전극 구조' 개발로 태양광 화학공장 실현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습니다."

식물의 광합성 작용에 착안해 인공 광합성으로 원하는 화합물질을 얻을 수 있을까? 그것도 무한한 자원인 태양광과 이산화탄소·물로만 말이다. 영화 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상상의 장면들이 현실 세계에서 그려지고 있다.

태양광 화학공장 꿈에 한 걸음 다가간 주인공은 오지훈 KAIST EEWS 대학원 교수 연구팀. 연구팀은 태양광을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분해하기 위한 '금 나노 다공성 박막'과 '실리콘 기반 새로운 광전극 구조'를 개발했다.

이산화탄소가 지구 온난화 문제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중이다. 특히 태양광 에너지를 이용해 이산화탄소와 물을 새로운 화합물로 바꿔주는 '광전기화학적 이산화탄소 변환'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태양광 에너지로 이산화탄소를 90% 이상 분해할 수 있는 광전극 구조를 개발하며 광전기화학적 변환의 기본 구조를 제공했다.

오지훈 교수는 "이산화탄소를 재사용이 가능한 화학 연료인 일산화탄소·에탄올·메탄올·메탄 등으로 재생하는 기술에 기본 틀을 제공한 것"이라며 "지구 온난화를 비롯해 환경오염·에너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태양광 100%로 이산화탄소 선택적 변환 목표"

"식물은 햇빛을 받아서 물과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원하는 형태의 에너지원을 선택적으로 얻죠. 이산화탄소를 선택적으로 변환시키는 것과 같은 메커니즘입니다. 태양광 순수 100%로 이산화탄소를 선택적으로 변환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오지훈 교수가 '금 나노 다공성 박막'과 '실리콘 기반 새로운 광전극 구조' 개발 과정과 효율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오지훈 교수가 '금 나노 다공성 박막'과 '실리콘 기반 새로운 광전극 구조' 개발 과정과 효율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안정적인 이산화탄소를 변환시키기 위해 낮은 과전압을 지닌 우수한 촉매가 필요하다. 그중 금(Au)은 이산화탄소를 일산화탄소로 환원시키는 전기 촉매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금은 과전압이 비교적 높고 일산화탄소 생산성이 낮아 수소가 많이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다.

또 금은 고가인 문제점이 있으므로 사용량을 최소화하면서 성능을 최대화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문제 해결을 위해 나노 다공성 구조를 갖는 금 박막을 제작했다. 금을 박막 형태로 기판 재료에 증착해 이를 양극산화 처리한 뒤 연속적인 환원 처리를 통해 제작했다.

제작된 나노 다공성 금 박막은 480밀리볼트(mV)의 과전압에서 90% 이상이 이산화탄소 환원에 사용되는 높은 전류 효율을 보였다.

기존 금 기반 나노구조 촉매는 0.1mm 두꺼운 호일을 이용해 제작됐다면 연구팀 박막은 약 50000배 정도 얇은 200나노미터 수준으로 금 기반 촉매 제작비용을 극소화했다.

나아가 연구팀은 직접 제작한 나노다공성 금 박막을 광전극 표면의 조촉매로 활용하기 위해 새로운 실리콘 광전극 구조도 개발했다.

기존 방법인 나노 입자 형태로 반도체 표면에 촉매를 형성하면 전기화학적 처리 과정에서 기판 자체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금 박막을 표면 전체에 연결될 수 있는 메쉬 패턴 구조로 제작해 광전극에 영향을 주지 않고도 독립적으로 표면 전극 접합을 통해 전기화학처리를 가능하게 했다.

연구팀이 제안한 실리콘 광전극 모식도와 전자현미경 사진.<사진=연구팀 제공>
연구팀이 제안한 실리콘 광전극 모식도와 전자현미경 사진.<사진=연구팀 제공>
제작된 광전극은 실리콘에서 생성된 광전압과 금 박막층의 높은 촉매 특성이 작용돼 기존의 일산화탄소 변환을 위해 필요한 태양광 에너지보다 더 낮은 양으로도 변환이 가능하다.

오 교수는 "다양한 반도체와 촉매 재료도 쉽게 적용 가능한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른 연구자들이 우리 연구팀의 구조를 적용해 이산화탄소 광전환의 광변환 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수천 번 도전 끝에 결과···"단순한 발상 전환 때문"

"연구실 내부에 가스측정 장비가 있습니다. 수백 번의 실험 끝에 가스측정 장비에서 일산화탄소 발생 수치가 수소가스보다 높은 수치를 가리켰습니다. 한마디로 이산화탄소가 선택적으로 일산화탄소로 환원된 것이죠. 기쁜 나머지 연구실에서 소리 질렀습니다."(웃음)

송준태 박사가 실리콘 기반 광전극 실험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송준태 박사가 실리콘 기반 광전극 실험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금을 물속에 넣고 산화전압을 가하면 금 산화막이 생긴다. 다시 환원전압을 가하면 산화막이 환원된다. 금에 전압을 가하며 산화-환원을 초당 수천 번 반복하다 보면 표면에 나노 구조가 생긴다.

하지만 나노 구조를 실리콘 기판 위에 형성하는 과정에서 금 박막이 쉽게 떨어져 나갔다. 수천 번의 산화-환원 과정에서 강한 반응이 일어났기 때문.

연구에 동참한 송준태 박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산화-환원 과정을 한 번으로 줄였다. 강한 반응을 줄이려는 단순한 생각에서였다.

그 결과 나노 구조 금 박막이 실리콘에 완벽히 형성됐고 이산화탄소가 일산화탄소로 최대 전환됐다. 즉 박막 구조의 금에서 효율적 이산화탄소 환원이 가능해졌다.

송준태 박사는 "단순한 발상의 전환을 통해 간단하지만 중요한 새로운 타입의 광전극 구조를 개발했다"라며 "금의 낮은 전압 조건에서 이산화탄소 환원을 하는 결과를 낸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태양광을 이용해 에탄올·메탄올·메탄 등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초 기술이 제공됐다"라며 "다른 고부가가치 특성을 지닌 이산화탄소 환원물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소회했다.

연구를 주도한 오 교수는 "태양광 화학공장을 위한 연구는 기초단계다. 하루아침에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며 마라톤과 같이 긴 호흡이 필요하다"라며 "이산화탄소 환원 기술들이 실제 인류에 상용화되는 그 날까지 지속적인 연구를 이어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KCRC(한국이산화탄소 포집 및 처리 연구개발센터)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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