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과학기술지주-UNIST-지엔오션 합작 성과 '금속체 통신 모듈'
박철균 대표 "대형선박 200km 길이 통신 케이블 없앤다"
"선박·자동차·열차·빌딩 등 금속체 활용 통신·전력 전송 각양각색 활용"

박철균 지엔오션 대표가 '금속체 통신 모듈'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박철균 지엔오션 대표가 '금속체 통신 모듈'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사례1. 컨테이너를 1만개 적재할 수 있는 대형 컨테이너 건조 현장. 지하 4층 밀폐된 엔진실에서 한 작업자가 기계를 설비하고 있다. 산소량 10% 미만 경고음이 울리더니 이윽고 작업자가 쓰러진다. 주변 동료가 구조 요청을 위해 핸드폰을 꺼내 들지만 차폐공간에선 무용지물. 선박 외부로 뛰어나가 구조 요청까지 대략 10분 소요된다. 하지만 동료가 이름모를 수화기를 꺼내 엔진실 벽에 붙이자 곧바로 선장실로 연결된다. 발빠른 상황 보고로 작업자는 골든타임 안에 구조된다.

#사례2. 선박 건조가 어느정도 완성되면 해상에서 시운전을 진행한다. 선박 한 대가 건조될 때 엔진 결함부터 진동·소음 등의 계측을 위한 시운전은 필수다. 400m급 선박 시운전을 위해 하루에만 수십개 기업과 수백명의 측정자가 달라붙어 작업한다. 비용으로 환산하면 하루 1억 수준. 통신 설비가 아직 구축되지 않은 선박에서 원활한 통신으로 인한 시간적 비용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측정자가 수화기를 선박 내 벽에 붙이자 작업자들간의 통신이 자유롭게 수행돼 시운전이 신속히 완료된다. 별다른 유선 케이블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두꺼운 금속으로 이뤄진 선박 내부에서 케이블 없이 벽에 붙이기만 하면 자유롭게 통신할 수 있는 '만능 수화기'가 있다면?

금속으로 차폐된 공간의 유선통신을 무선통신으로 바꿔 원활한 네트워킹을 가능하게 만든 기업이 있다. 스마트선박 산업에 출사표를 던진 스타트업 주인공은 박철균 지엔오션 대표.

그동안 해양 선박은 케이블을 이용한 유선통신이나 전자기파를 이용한 무선통신 방식으로 내부 통신을 해결해 왔다. 하지만 무선통신의 경우 선박 내부 두꺼운 금속이 가로막고 있어 전자기파가 차단되거나 흡수된다는 걸림돌이 있었다.

지엔오션은 금속격벽이 존재하는 선박 내부에서도 선원끼리 근거리 통신이 가능한 기술로 '만능 수화기'를 만들어 냈다. 공간 속으로 전파해 나가는 전자기파 전송 패러다임을 깨고 금속으로 전파해 나가는 통신 기기를 선보인 것이다.

'금속체 통신 모듈'은 기존 전자기파 전송 패러다임을 깨고 금속으로 전파하는 통신 기기다.<사진=지엔오션 제공>
'금속체 통신 모듈'은 기존 전자기파 전송 패러다임을 깨고 금속으로 전파하는 통신 기기다.<사진=지엔오션 제공>
대형선박은 유선통신과 전력공급을 위해 약 200km 길이에 달하는 두꺼운 케이블이 필요하다. 박 대표는 선박에 대량의 케이블을 매립하기 위한 설비와 인력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신념 하나로 대기업 연구직을 내려놓고 스마트선박 산업에 뛰어들었다.

박 대표는 "선박 산업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서 금속체 통신 모듈에 대한 수요를 확인했다"라며 "시장의 니즈가 명확했고 절실함을 느꼈다. 원활한 통신 서비스 제공을 넘어 우리나라 선박해양플랜트 산업 역량 강화에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 스마트선박의 기본은 '통신'···"저비용·고효율 항해 꿈꾼다"

박철균 대표가 '금속체 통신 모듈' 활용 사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박철균 대표가 '금속체 통신 모듈' 활용 사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대형선박 선주들은 선원 3~4명으로 저비용·고효율 항해를 꿈꾸고 있습니다. 그동안 선주들은 유선통신으로 인한 비용절감이 절실하게 필요했죠. 선원들 간 유선 네트워크를 무선으로 해결하며 스마트선박 항해에 한 발 다가갈 수 있게 됐습니다."

선주 입장에서 저비용·고효율 항해를 위해 선박의 중량을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선박이 가벼워야 속도가 빠르고 속도가 빨라야 운송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단순원리 때문이다.

박 대표는 "400m급 대형선박에 길이 200km가량의 케이블이 매립된다. 선박에 따라 다르겠지만, 케이블 무게만 수십에서 수백톤 가량"이라며 "선박의 통신 체계를 무선화시킨다면 제작 설비 비용뿐만 아니라 유지보수 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왼쪽은 400m급 대형선박에 200km가량의 케이블이 매립된 모습. 오른쪽은 대형선박 내부에 존재하는 수십개의 밀폐공간의 모습.<사진=지엔오션 제공>
왼쪽은 400m급 대형선박에 200km가량의 케이블이 매립된 모습. 오른쪽은 대형선박 내부에 존재하는 수십개의 밀폐공간의 모습.<사진=지엔오션 제공>
지엔오션 주요 제품이자 기술인 '금속체 통신 모듈'은 선박 안전 시스템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선박 깊숙한 곳인 '무선음영지역'에서도 금속 내벽을 이용해 언제든지 통신할 수 있다. 금속으로 이어진 공간이라면 어디라도 통신할 수 있다. 현재 최대 200m 수준이다.

박 대표는 "대형선박 내부에는 수십개의 금속 밀폐공간이 존재한다. 선박 건조 과정에서 작업자가 인명피해가 발생하면 즉시 구조요청이 가능하다"라며 "금속체 통신 모듈은 휴대가 가능하며 밀폐공간 내벽에 붙이기만 하면 또다른 금속체 통신 모듈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박 시운전 비용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박 대표에 따르면 한 조선소에서 연간 선박 150~450척을 건조한다. 선박 엔진이 건조되면 각종 결함부터 진동·소음 등의 계측을 위한 시운전이 필요하다. 하루에만 수십개 기업이 각종 시운전을 담당한다. 비용으로 환산하면 하루 1억원 수준.

박 대표는 "시운전 선박들은 대체로 통신 체계가 설비되지 않은 상태다. 시운전 계측자 간 커뮤니케이션에 오류가 생겨 1시간이라도 지연되면 막대한 비용이 발생한다"라며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통신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시간적·인력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선박 뿐만 아니라 선박·자동차·열차·빌딩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라며 "특히 경량화가 핵심인 전기차에도 유선 케이블을 없애 센서와 센서가 무선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돈보다 '가치'···산업 안전 해결될 때 뿌듯"

박철균 대표가 "사람에게 가치를 줄 수 있는 원천적·창조적 기술로 승부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박철균 대표가 "사람에게 가치를 줄 수 있는 원천적·창조적 기술로 승부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기술'로 돈을 번다는 것보다 사람에게 가치를 준다는 것이 우선입니다. 특히 금속체 통신 모듈이 경제 논리에 따른 금전적 소득보다는 산업 현장에서 안전 체계로 활용될 때 가장 뿌듯하죠."

박 대표는 금속체 통신 모듈이 산업 현장 안전 체계에 활용될 때 가장 큰 가치를 느낀다고 소회한다.

그는 안전 체계 활용 가능 사례를 설명하며 "광산 현장에서 재난 사고가 발생하면 유선 케이블이 끊기며 통신이 두절된다"라며 "하지만 금속체 통신 모듈을 레일 금속에 올려놓는다면 인명구조 신고도 수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 대표는 "그동안 한국 제조업은 '잘 만든다'는 이유로 발전해 왔지만, 이제는 제조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라며 "잘 만들어 파는 대한민국은 이제 설 자리가 없다. 플러스 알파가 필요한 시기"라고 단언했다.  

박 대표는 "한국 제조업이 지식기반이 돼야 한다. 원천적이고 창조적인 기술로 승부해 가치를 만들어 나갈 때"라며 ""이번 기술은 UNIST와 공동으로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현대중공업·삼성SDS와 산학협동과제를 통해 응용개발 후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삼성SDS·대우조선해양 등과 상품화에 협력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그는 "사람이 인간답게 될 수 있게 하는 기술이 가장 가치 있다"라며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도 인류공영에 이바지 하는 기술·제품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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