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리히 IBS 단장 '원자단위' 정보저장 기술 개발
홀뮴 원자 자기변화로 디지털신호 읽기·쓰기 성공

주사터널링현미경 미세탐침과 홀뮴, 철 원자의 구조.<그림=연구팀 제공>
주사터널링현미경 미세탐침과 홀뮴, 철 원자의 구조.<그림=연구팀 제공>
국내 연구팀이 물질 기본단위인 원자 하나에 1비트의 디지털신호를 읽고 쓰는데 성공했다. USB 하나에 영화 50만편을 저장할 수 있는 수준이다.
 
IBS(기초과학연구원·원장 김두철)는 안드레아스 하인리히(Andreas Heinrich) 양자나노과학 연구단 단장 연구팀이 홀뮴(Ho) 원자 하나로 1비트를 안정적으로 읽고 쓰는데 성공했다고 9일 밝혔다.

홀뮴 원자는 원자번호 67번의 희토류 원소로 자기 모멘트가 전체 원소 중 가장 크다. 의료용 레이저나 분광기의 파장 보정용 등으로 쓰인다.

현재 상용화된 메모리는 1비트 구현에 약 10만개 원자가 필요하다. 사실상 이보다 작은 저장단위는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

연구팀은 미국 IBM 알마덴 연구소의 주사터널링현미경(Scanning Tunneling Microscope)으로 진행했다. 주사터널링현미경 조작으로 산화마그네슘(MgO) 기판 표면 위에 놓인 홀뮴 원자는 위(up)와 아래(down) 방향 둘 중 하나의 '스핀'을 갖는다.

두 경우 전류 크기가 서로 달라 주사터널링현미경으로 전류를 측정해 원자의 스핀을 읽을 수 있다. 만약 주사터널링현미경 탐침으로 홀뮴 원자에 전압 펄스를 가하면 홀뮴 원자의 스핀이 반대로 바뀐다.

또 연구팀은 홀뮴 원자 옆에 철 원자를 놓아 홀뮴 스핀을 읽는 일종의 원격 센서로 활용했다. 홀뮴이 만드는 자기장은 철 원자를 반대 방향으로 자화시킨다. 이때 철 원자의 전자스핀공명을 측정하면 홀뮴 원자 스핀을 쉽게 감지할 수 있다.

철 원자 한 개로 측정한 두 개의 홀뮴 원자가 만드는 네 가지 자화 상태 자스핀공명 신호.<사진=연구팀 제공>
철 원자 한 개로 측정한 두 개의 홀뮴 원자가 만드는 네 가지 자화 상태 자스핀공명 신호.<사진=연구팀 제공>
단일 원자의 전자스핀공명 측정은 연구팀 독점 기술이다. 원자가 만드는 자기장을 감지해 디지털신호를 읽는 방법으로 현재 상용화된 하드디스크가 정보를 읽는 원리와 유사하다.
 
연구팀은 홀뮴 원자 두 개로 총 네 가지 전자스핀공명 신호를 구분 지어 읽는데도 성공했다. 홀뮴 원자들은 1nm 정도 간격으로 밀집해도 서로 영향을 주지 않았다. 그만큼 원자를 촘촘히 배열할 수 있어 저장밀도를 혁신적으로 높일 수 있다.

하인리히 단장은 "홀뮴 원자들이 근접해도 스핀에 영향을 거의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 이유를 규명하고 보다 높은 온도에서 재현하는 것이 다음 목표"라며 "두 가지 스핀 상태가 공존하는 양자 제어가 가능하도록 추가적인 연구가 뒷받침되면 양자컴퓨팅을 위한 큐비트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9일자 온라인판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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