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인 투비 대표, 동서비교학회·충남대 연구진과 무독성 봉독 신물질 개발
원외 탕제실 역할 수행···열안전성, 양리적 성분 높아 향후 연구 결과 주목

경기도 남양주시에 소재한 한 학회. 자라, 거북이 등껍질, 자초, 황칠, 해삼 등 한약재들이 가득 쌓여 있고 한 켠에는 이를 추출·농축·발효시키기 위한 각종 설비들이 마련되어 있다. 일명 '원외탕전실'.

분자생물학 단위로 가공된 한약재 농축액과 추출물에 약물전달을 효과적으로 해주는 리포좀(Liposome)을 넣어 세포막을 만들어서 물에 수용화시킨다. 동서비교한의학회(회장 김용수)로 전달된 각종 한약재들은 즉시 활용되거나 더 세밀한 작업을 위해 추가 가공된다. 이 학회 소속 한의사만 500여명. 

한의학의 표준화·과학화를 위해 모인 이들은 약을 공동으로 구매해서 활용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HPLC, 가스크로마토그래피(Gas Chromatography)와 같은 화학장치를 사용한 품질 관리와 공동연구를 통해 과학적인 분석에도 나서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한 기업을 찾았다. 벤처 1세대 출신인 서정인 투비(舊 SBM) 대표는 생화학적 전문지식을 기반으로 한의학 표준화·과학화를 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최근 투비는 동서비교한의학회 연구진과 부작용이 없고 효능이 뛰어난 무독성 봉독 신물질 개발에도 성공했다. 서정인 대표를 만나 한의학의 과학화, 무독성 봉독 신물질 개발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 기존 봉약침 독성·미생물 제어 실패···"신물질 개발로 부작용 완전 해결"

"봉독 치사량이 2.8g입니다. 훨씬 낮은 농도로도 위험해질 수 있죠. 쉽게 말해 그동안 목숨 걸고 주사한 것입니다."

서정인 대표는 기존 봉독 치료에 대해 위와 같이 일침을 가했다. 봉독은 살아 있는 꿀벌의 산란관에서 나오는 독액을 의미한다. 한의약의 전문적 침구 의학 중 하나다. 흔히 인체 내 면역반응을 이용해 항염작용, 진통작용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봉침은 시술 대상이 한정되어 있으며, 각종 부작용이 수반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기존의 봉약침은 실제 봉독(벌의 독)을 잘라서 그대로 주사하는 방법을 택한다. 이 경우, 유해성분에 노출될 수 있어 벌에 쏘였을 때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난다. 심한 경우 혈압이 떨어지고, 피부발진, 안면 창백,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발생하고 실신, 사망까지 이어질 수 있다.

봉독의 주요 성분으로는 펩티드(Peptide), 효소(Enzyme), 탄수화물(Carbohydrate)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펩티드는 항염·항균·해열 작용에 효과가 있는데 이중에서 멜리틴(Melittin)이 가장 중요한 약리적 효능을 갖고 있다.

한약재와 약학적 조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서정인 투비 대표.,<사진=강민구 기자>
한약재와 약학적 조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서정인 투비 대표.,<사진=강민구 기자>
지난 5년여전부터 자생당, 한국약침협회 등을 중심으로 봉독에서 이 성분만 별도로 추출·활용하기 위한 한외여과법이 사용됐다. 정수기와 유사하게 필터를 활용해 분리 정제하는 것이다. 이를 약침 형태로 공급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방법에서도 지속적으로 부작용이 발생했다. 여과법을 통해 독성이 있는 큰 분자를 걸러낸다고 해도 작은 분자까지 모두 거를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또 봉침으로 가공 과정 중에서 살균처리 등의 문제도 존재했다. 실제 시술했을 때 아프고 붓고, 염증이 생기는 것이 그 이유다. 특히 관절통, 류마티스 등의 염증성질환이 있거나 고령은 봉침 대상에서 제한됐다.

서 대표에 따르면 이와 관련된 한 업체는 봉약침 안전성 관련 이슈를 극복하지 해결하지 못하고 최근 생산을 정지했다.

"봉독을 아무리 채취를 잘해도 가공중에 오염이 발생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독성 제어와 미생물 제어에 실패했던 것이죠. 봉침은 위생적으로 완벽해야 하며, 안전성이 우선시돼야 합니다."

지난 2013년 동서비교한의학회에 합류한 그는 한의사와 함께 핵산약침 등을 만들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김용수 동서비교한의학회 회장, 전승표 동서비교한의학회 박사, 이찬용 충남대 생화학과 교수와 1년여 개발과정을 거쳐 기존의 문제점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신물질 개발에 성공했다.

개발된 방법은 분자를 절개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가수분해하는 방식을 이용했다. 쉽게 말해 바람이 가득찬 축구공(봉독)을 가위질(가수분해)해서 바람이 빠진 축구공(신물질)을 만들면 아프지 않게 되는 것과 같다.

경구투여보다 약침은 직접적으로 주사한다는 점에서 효과가 훨씬 높다. 기존에는 1~5cc나 봉침을 사용해야 했던 반면, 이제는 0.2cc로도 동일한 효능이 있다. 그만큼 필요한 성분만을 추출했으며 용량을 적게 투입하기 때문에 부작용도 없다.

또 다른 특징은 열안전성이 우수하다. 물로 끓여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끓이기 때문에 약효는 기존대비 약간 적어질 수 있어도 부작용이나 세균이 침투할 가능성도 사라졌다.

한약재를 활용한 각종 치료제 개발이 대세다.<사진=동서비교한의학회 제공>
한약재를 활용한 각종 치료제 개발이 대세다.<사진=동서비교한의학회 제공>
◆과학적 성분 분석 계획···"효능 입증해 세계적 학술지 게재 목표"

최근 한의학계에서는 약침 관련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경구투여 약과 달리 물질을 직접 주사한다면 높은 양이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탕제약 보다 농축액을 만들어서 파우더형태로 공급하거나 약침으로 만드는 시장이 주류로 형성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한의사 일부는 동서비교한의학회를 조직해 한의학을 표준화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한의원 외부 탕제실에서 약을 대량으로 구매하고 작업도 한 공정으로만 진행하고 있다. 이에 한 발 더 나간 것이 봉독 관련 연구인 것.

"한의원이 모아지다 보니 연구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죠. 그 결과 중 하나가 봉약침입니다. 앞으로 각종 한의약 제품이 많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실제로 김, 해삼 등 각종 자생식물을 이용해 주사제로 사용할 수 있는 약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과학적인 연구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무독화 봉독과 관련된 국내 특허 출원 3건, 국제 출원 2건, 특허 등록 2건을 진행했다. 아직까지 서 대표의 목표에 비해 달성 수치는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과학적인 분석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동서비교한의학회 실험실.<사진=동서비교한의학회 제공>
동서비교한의학회 실험실.<사진=동서비교한의학회 제공>

동서비교한의학회가 보유한 정밀 가공 장치.<사진=동서비교한의학회 제공>
동서비교한의학회가 보유한 정밀 가공 장치.<사진=동서비교한의학회 제공>
서 대표는 올해와 내년에 거쳐 충남대 연구진과 항바이러스 효과 등 약리적 효능 연구에 착수할 예정이다. 특히 봉약침의 임상시험 결과 환자들의 감기증상 등이 해결된 사례가 나타나 항바이러스 관련 검증도 진행할 계획이다. 아미노산 구조, 무독화증명실험을 통해 세계적인 학술지에 연구성과를 게재하는 것이 목표다.

그에 따르면 봉독 관련 시장은 현재 300억원이지만 1000억원대 이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국가성장 동력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약효시장, 한약재 시장 등을 적극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봉독 연구는 양봉 농가 입장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봉독 1g에 100만원이 넘을 정도로 부가가치가 높습니다. 사양꿀 등을 재배할 필요없이 봉독만 채취하면 됩니다. 앞으로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한의학의 우수성을 알려나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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