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21일 원내 통교육장서 '인문학 강좌' 개최
김문준 건양대 교수 초청 'Well Dying' 주제 발표
22일·23일·24일 연이은 강좌 '교육·일본·공간' 키워드

ETRI는 21일 원내 통교육장에서 김문준 건양대학교 교수를 초청, 'Well Dying' 주제로 인문학 강좌를 개최했다.<사진=박성민 기자>
ETRI는 21일 원내 통교육장에서 김문준 건양대학교 교수를 초청, 'Well Dying' 주제로 인문학 강좌를 개최했다.<사진=박성민 기자>
"인간은 '죽음'을 이해할 때 삶의 의미와 가치를 일깨울 수 있습니다. 죽음을 미리 생각하고 준비함으로써 풍요롭고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죠. 건강한 죽음을 인식한다면 좌절과 고통을 넘어 희망과 행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더이상 죽음을 터부시하면 안됩니다."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원장 이상훈) 인력개발실은 연구자들이 인문학적 사고로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발상해 과학에 접목하자는 취지로 21일 원내 통교육장에서 김문준 건양대학교 교수를 초청, 'Well Dying' 주제로 인문학 강좌를 개최했다. 

최근 '잘 살자'는 웰빙(Well Being)처럼 '생을 잘 마감하자'는 웰다잉(Well Dyin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김문준 교수는 '죽음에 대한 이해'를 강조했다.

김문준 교수가 "죽음을 인식하고 준비할 때 자신의 인생관이 바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김문준 교수가 "죽음을 인식하고 준비할 때 자신의 인생관이 바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대부분 사람은 불로장생(不老長生)에 대한 확신이 높아 죽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예로 고대 철학가인 키케로는 "아무리 늙어도 1년은 더 살다가 죽는다"고 이야기했다. 또 인도 고대 서사시 마하바라타에는 "주변에서 사람이 죽는 것을 봐도 나는 안 죽는다"는 기록이 있다.

김 교수는 "누구나 사람의 생명이 유한한 것을 알고 있지만, 자신은 빼놓고 유한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다"라며 "아무런 준비 없이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죽음을 인식하고 준비할 때 자신의 인생관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간으로서 살아가고자 한다면 죽음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라며 "죽음을 이해하게 되면 삶에 대한 허무가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가고자 할 것이다. 잘 죽는다는 것은 잘산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생명연장은 장수의 비극'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발표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한국인 평균 수명은 82세로 집계됐으며 2050년 평균 수명은 100세 이상이다. 오는 2040년에는 한국 인구 절반이 50대 이상이 된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장수에 대한 사회·국가적 대책이 불확실하다. 노인들은 가족·배우자·친구를 잃고 외롭고 쓸쓸하게 살다가 죽게 될 것"이라며 "생명연장은 장수의 축복이 아니라 비극이 된다. 사회와 국가는 죽음에 대해 어떻게 대비하고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송나라 유학자 주신중의 '인생오계'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인생 오계에는 ▲생계(生計): 직업 계획 ▲신계(身計): 건강관리 계획 ▲가계(家計): 의식주 생활 계획 ▲노계(老計): 노후관리 계획 ▲사계(死計): 죽을 계획 등이다.

특히 사계(死計)를 위해 오멸(五滅)을 실현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오멸은 ▲멸재(滅財): 재물 줄이기 ▲멸원(滅怨): 원한 풀기 ▲멸채(滅債): 부채 청산하기 ▲멸정(滅精): 사람·물건 정 떼기 ▲멸망(滅亡): 죽어서도 후세에 남기 등이다.

김 교수는 "주신중의 인생오계론의 영향으로 당시 조선 선비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다"라며 "사람의 죽음에도 분명하고 바른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교수는 존엄사(안락사)에 대한 국가별 현황을 설명했다. 존엄사가 허용되는 국가는 네덜란드·벨기에·룩셈부르크·스위스·콜롬비아 등이다. 특히 벨기에는 지난 2015년 2000건 이상의 존엄사가 이뤄졌다.

반면 한국은 지난해 존엄사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내년부터 개인의 '사전의사 결정제도'로 연명 치료 중단 요청이 가능해진다.

그는 "죽음이라는 것은 개인의 권리이자 행복의 문제다"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존엄사 허용에 대한 준비가 미흡하다. 향후 존엄사 허용 준비에 대한 여러 단계의 사회적 안전장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질문은 '어떻게 살 것인가?'와 같은 의미"라며 "죽음에 대한 이해와 성찰을 통해 새로운 희망과 삶의 가치를 일깨우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ETRI 인문학 강좌는 ▲22일 정찬필 미래교실네트워크 사무총장이 '21세기 교육 패러다임 전환의 배경과 방향' 주제 ▲23일 박용관 오사카산업대 교수가 '일본을 알자' 주제 ▲24일 김억중 한남대 교수가 '인문학적 사유와 건축' 등의 주제로 연달아 개최된다.

인문학 강좌를 찾은 대덕연구단지 내 연구자들의 모습.<사진=박성민 기자>
인문학 강좌를 찾은 대덕연구단지 내 연구자들의 모습.<사진=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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