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칭보 UST 박사, 중국과학원 신임 교수로 임용···곽상수 생명연 박사 지도
"한국은 황사 피해 국가···포플러 연구로 동북아 환경 미래 연다"

매년 봄이면 황사가 기승을 부린다. 누런 모래바람과 함께 대기 오염물질이 가득한 미세먼지가 유입되어 각종 호흡기 질환 등 각종 피해를 유발한다. 중국 네이멍구자치구(內蒙古自治區)의 쿠부치 사막은 이러한 황사의 주요 발원지로 꼽힌다. 세계에서 9번째로 큰 규모의 이 사막에서 매년 서울 면적의 5배에 달하는 지역이 사막화되고 있다. 현지 주민들은 검누런 황사비를 맞으며 생활해야 할 정도다.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이 문제를 누구보다 해결하고 싶어하는 이가 대덕연구단지에서 자신의 미래를 준비했다. 커칭보(Ke Qingbo) UST(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박사 얘기다. 커칭보 박사는 중국에서 석사를 마친 후 약 6년에 걸친 한국의 UST 연구생활 끝에 박사학위를 받고 최근 중국 과학원 물토양보존연구소 조교수로 부임했다.

커칭보 박사는 생명연에서 방풍림으로 최적화시킨 포플러 나무 등 사막화 방지 연구를 수행했다. 그는 그동안의 연구를 기반으로 앞으로 고향의 사막화 문제해결 뿐만 아니라 동북아 환경 개선에 기여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갖고 있다.   

중국과학원 교수로 임용된 커칭보 UST 박사(우)와 그의 스승인 곽상수 생명연 박사(좌).<사진=강민구 기자>
중국과학원 교수로 임용된 커칭보 UST 박사(우)와 그의 스승인 곽상수 생명연 박사(좌).<사진=강민구 기자>
◆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여러 번···확고한 꿈으로 이겨내"

커칭보 박사가 한국에 온 것은 지난 2011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막화 방지 연구에 관심을 가졌던 그는 중국에서 학·석사를 마치고 UST 최초의 한국정부 초청 외국인장학생으로 선발돼 한국 땅을 밟게 됐다.

정착한 후 1년간은 단순히 어학연수만 받는 것이 조건이었다. 그는 낮에는 어학원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밤에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연구진과 실험을 수행했다. 밤 12시까지 연구가 지속되는 날이 허다했다. 주말도 반납해야 할 정도로 바쁜 날이 지속됐다. 하루속히 더 많은 것을 배우겠다는 그의 집념과 의지가 맞물린 행보였다.

현재 그는 한국인과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한국어가 유창하다. 박사학위 논문 소감문도 손수 한국어로 작성했다. 어학원에서 2년 넘게 한국어를 배웠지만 여전히 어려움을 겪던 그에게 격주로 진행된 연구팀 미팅은 한국어 능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 20여분의 발표를 준비하며 그는 한국어를 학습하고, 동료들의 자문을 얻었다. 이제 창립된지 1년 넘은 생명연의 중국연구회 도움도 많이 받았다.   

"외국은 한국이 처음이었어요.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두려웠습니다. 계속 긴장감을 갖고 생활해 왔죠. 언어도 안되고 연구량도 상당해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많았습니다."

그의 지도교수는 고구마 연구 전문가로 알려진 곽상수 생명연 박사다. ​지난 2008년 한중정상회담에서 체결된 사막화 방지 과학기술 협력에 따라 개소한 생명연 한중 사막화방지 생명공학공동연구센터를 이끌어 온 주역이다. 

곽 박사는 연구실 내에서는 엄격한 스승으로 통한다. 실제 여러 학생들이 학업을 중도 포기했다.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그에게서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다. 실력과 끈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커칭보 박사는 곽 박사의 지도와 자극, 연구실 문화가 없었다면 현재의 성과는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연구에 한해서는 지도교수가 엄격하지만 추석이나 휴일에 외국인 학생들을 자택에 초대해 식사를 대접할 정도로 이들의 생활에 각별히 신경썼다고 회고했다.

"지도 교수님은 항상 연구 자세와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연구 주제는 자유였지만 인류 기여 등 미래 사회에 도움 될 만한 방향으로 많은 생각을 해야 했습니다.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꼭 필요한 부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지난 5년여간의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배경에 목표와 방향 설정을 꼽았다.

"성공적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꿈 덕분입니다. 기간 내에 기필코 박사학위를 받겠다는 목표를 가졌고, 이를 단계별로 이룰 수 있었습니다."

고향의 황사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하는 커칭보 박사.<사진=강민구 기자>
고향의 황사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하는 커칭보 박사.<사진=강민구 기자>
◆ 포플러 등 사막화 방지 연구 지속할 것···"한-중 협력 교두보 되고파"

"한국은 황사 피해 국가입니다. 중국의 환경이 악화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한국에 갈 수밖에 없습니다. 포플러는 토양개선, 황사예방 등에 효과가 있어 기후문제, 식량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커칭보 박사는 박사학위 과정에서 목본식물인 포플러를 활용한 연구를 통해 주요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등의 성과를 달성했다.

포플러는 환경재해 내성이 강해 폐광지 정화, 사막화 방지, 바이오에너지 생산 식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또 병충해에도 강하며 한 번 식재로 10년 이상 유지가 가능하다. 관리비도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방풍림으로써 사막화 방지와 황사예방에 효과가 있다.

그가 근무하게 될 연구소는 중국 서안 황하(黃河) 중류의 황토고원 초입에 위치해 있어 이와 관련된 실질적 연구가 가능하다. 이곳은 육·해상 신실크로드 경제권을 형성하고자 하는 중국의 국가전략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포플러는 환경재해 내성이 강해 사막화 방지, 바이오에너지 생산 식물로 활용가치가 높다.<사진=강민구 기자>
포플러는 환경재해 내성이 강해 사막화 방지, 바이오에너지 생산 식물로 활용가치가 높다.<사진=강민구 기자>
"포플러와 관련해 이미 연구실에서는 기능을 확인했지만 실제 환경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직접 확인하고 실용화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중국에서 농업 분야 최상위 연구소 중 하나로 꼽히는 연구소에 부임하면 인류를 위한 환경 문제, 에너지 문제,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데 앞장서고 싶습니다."

커칭보 신임 교수의 나이는 30대 초반이다. 그는 향후 생명연과 중국과학원 간 협력 매개체 역할 뿐만 아니라 한-중 황사 방지와 동북아 기후변화 대응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최근 한중 관계가 정치적으로 좋지 않지만 하루 속히 개선됐으면 합니다. 중국 환경문제 개선과 함께 한중 과학기술협력 확대를 위한 중간 매개체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곽상수 박사는 커칭보 박사가 동북아 발전 뿐만 아니라 인류 사회에 기여하는 연구자로 성장하길 기대했다.<사진=강민구 기자>
곽상수 박사는 커칭보 박사가 동북아 발전 뿐만 아니라 인류 사회에 기여하는 연구자로 성장하길 기대했다.<사진=강민구 기자>

생명연 식물계통공학연구센터, 생명연 중국연구회, UST가 공동으로 수여한 박사학위.<자료캡쳐=강민구 기자>
생명연 식물계통공학연구센터, 생명연 중국연구회, UST가 공동으로 수여한 박사학위.<자료캡쳐=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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