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KIST 설립부터 연구진 운영 규정까지 한국 벤치마킹
금동화 전 KIST 원장 초대 수장…임기 5년 4월부터 역할 예정

베트남 하노이 호락 하이테크 파크에 들어설 V-KIST 조감도.<사진= KIST 제공>
베트남 하노이 호락 하이테크 파크에 들어설 V-KIST 조감도.<사진= KIST 제공>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북서쪽으로 30km 지점. 자동차가 드나드는 산업단지 초입부터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드넓은 황토빛 대지에 공사가 한창이다. 토지 다지기부터 건물을 세우기 위한 기반작업까지 곳곳에서 장비와 사람이 한덩어리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들어설 기관의 부지 구획을 알리는 표시도 곳곳에 세워져 있다. 쪽 뻗은 도로를 따라 한참을 들어가니 독특한 디자인의 건물도 드문드문 보인다. 베트남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호락 하이테크 파크(Hoa Lac Hi-Tech Park·이하 호락 테크파크)'의 모습이다.

호락 테크파크는 베트남의 미래 과학수도로 건설되고 있다. 991만7355m²(300만평) 규모의 부지에 응용연구를 위한 굴지의 연구소와 대학들이 들어 서게 된다. 베트남 정부는 각국의 유명 대학과 연구소에 러브콜을 보내며 야심차게 추진 중이다.

특히 베트남 정부는 응용연구를 위한 연구소 모델로 한국의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원장 이병권)를 선택했다. 과학기술에 기반한 한국의 산업발전과 경제부흥에 크게 기여한 KIST의 사례를 재현해 베트남의 경제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다.

양국 과학기술 정부부처는 V-KIST 설립 등 협력을 위한 협약도 2012년 10월에 맺었다. 이에 따라 KIST는 V-KIST 설립을 위해 한국과 베트남 전문가 그룹간 현장 방문과 건축조사를 마친 상태다.

◆ 호락 테크파크 중심에 들어서는 V-KIST

앞쪽으로 호수가 있고 V-KIST 본관이 들어설 부지. 호수 건너편에서는 토지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V-KIST는 2018년 4월 착공식을 가질 예정이다.<사진=대덕넷>
앞쪽으로 호수가 있고 V-KIST 본관이 들어설 부지. 호수 건너편에서는 토지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V-KIST는 2018년 4월 착공식을 가질 예정이다.<사진=대덕넷>
베트남 정부는 호락 테크파크 중심에 V-KIST 설립을 위한 부지 23만1404m²(7만평)를 마련했다. V-KIST는 길게 이어지는 호수를 따라 건립될 예정이다. 연구원 뒤쪽으로는 이미 프랑스의 유명 대학이 입주키로 했다. 인근에 독일과 미국의 대학도 들어서게 된다. 완공되면 천혜의 연구환경과 인력확보를 위한 기반까지 갖춰지는 셈이다.

V-KIST 건립 사업은 KIST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KOICA ODA(공적개발원조) 자금 392억원이 투입되며 KIST는 연구장비와 전산시스템, 역량강화와 공동연구, 컨설팅과 행사 개최 등 연구를 위한 인프라와 운영 전반을 지원하게 된다.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많은 자금을 베트남에 투입 중이다. 일본은 한국의 10배가 넘는 예산을 지원하며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항공우주관련 연구소 건설을 위해 4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베트남을 지원하고 있다.

호락 하이테크 파크에는 응용연구 분야 연구소와 대학, 기업이 입주하게 된다. 사진은 드문드문 들어선 베트남의 기업 건물들. 디자인이 독특해 멀리서도 한눈에 보인다.<사진=대덕넷>
호락 하이테크 파크에는 응용연구 분야 연구소와 대학, 기업이 입주하게 된다. 사진은 드문드문 들어선 베트남의 기업 건물들. 디자인이 독특해 멀리서도 한눈에 보인다.<사진=대덕넷>
선진국들이 베트남 투자에 뛰어드는데는 이유가 있다. 베트남은 인구 9500여만명, 평균 연령 28세의 젊은 국가로 잘 알려져 있다. 경제활동 인구와 내수 시장 규모에서 차기 중국으로 급부상하며 각국이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경기침체에도 베트남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어 미래 시장으로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은 물론 글로벌 브랜드 기업들이 앞다퉈 베트남에 진출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KIST 관계자는 "일본, 유럽 등 많은 선진국의 ODA 자금이 베트남으로 몰리고 있는데 이는 자금이 투입됐을 때 가장 변화가 크고 1억명 정도의 인구가 있어 자국을 위한 시장 확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일본에 비해 지원 규모가 작지만 베트남 국민들이 우리를 적극 신뢰한다"면서 "KIST를 그대로 벤치마킹해 자국의 경제부흥을 도모하기 위해 베트남 정부는 운영 시스템, 인력까지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 V-KIST 수장부터 규정 등 운영 전반 한국 그대로

V-KIST의 첫 수장도 KIST 출신의 한국인이 임명될 예정이다. 연구소의 빠른 안착과 연구문화, 환경 등 전반에서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베트남 정부에서 자체 논의 후 한국에 요청해 왔다.

베트남 정부는 5일 이사회를 열고 금동화 전 원장을 V-KIST 원장(100% 동의)으로 추천했다. 베트남의 과기부 장관이 금 원장의 임명 결정 과정을 거치면 4월 중순께부터 업무에 들어가게 된다. 신임 V-KIST 원장의 임기는 5년이다.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과기부에 V-KIST 사무실도 이미 마련돼 있다.

하노이에 위치한 베트남 과기부 건물. V-KIST 초대 소장은 오는 4월부터 이 건물 3층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사진=대덕넷>
하노이에 위치한 베트남 과기부 건물. V-KIST 초대 소장은 오는 4월부터 이 건물 3층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사진=대덕넷>
기관의 훈령과 규정도 양국이 공동으로 작성한다. KIST 관계자에 의하면 베트남이 그동안 기초연구는 투자(규모는 작은편)했지만 응용연구는 거의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 베트남 정부는 산업 발전을 위해 응용연구의 필요성을 느끼고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에 적극 지원을 요청하는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V-KIST 건립은 2018년 4월 착공해  2019년 6월께 완공될 예정이다. 베트남 정부는 해외 유능 인력을 V-KIST로 유치하기 위해 기존 자국의 연구원보다 2배 이상 높은 급여를 책정해 놓고 있다. KIST 관계자에 의하면 기존 연구자들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베트남 정부로서는 유례없는 파격 대우다. 베트남 정부가 그만큼 과학기술에 기반한 경제 성장을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는 해석으로도 볼수 있다.

KIST 관계자는 "이전에는 베트남도 하드웨어 중심의 지원을 요청했지만 지금은 한국의 성장 노하우와 소프트웨어 전수를 구체적으로 필요로 한다"면서 "특히 한국인이 다른 나라와 달리 전폭적으로 지원하면서 그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줬다. 일본 등 다른 국가에 비해 한국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V-KIST 초기에는 KIST에서도 인력 지원이 예상된다. 이후 지속적인 네트워크로 한국의 기업에도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진호 KOICA 베트남 소장도 과학기술로 이어지는 양국간의 협력에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KOICA에 따르면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은 6000여개. 한국 교민도 하노이에 5만명, 호치민에 10만명이 거주 중이다.

김 소장은 "기업의 기술개발을 위해 기업 중심의 커리큘럼을 마련해 지원 중"이라면서 "베트남인들이 동남아시아인 중에 가장 부지런하고 성실하다. 인건비도 아직 저렴한 편으로 넥스트 차이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VKSIT 건립으로 한국과의 연계가 더욱 돈독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V-KIST 다른 조감도.<사진=KIST 제공>
V-KIST 다른 조감도.<사진=KIS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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