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스타트업에 대한 논의가 어느 때보다 뜨겁다. 경제·사회적 관점에서부터 정치적 관점까지 다양하게 얽혀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창업하고 이를 이루려고 부대끼며 노력하는 창업자들의 관점에서의 논의는 그리 많지 않다.

이번 글에서는 논의를 더 생산적으로 하기 위해 우선 '스타트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해보고자 한다.

스타트업에 대한 정의는 여럿이다. 개인적으로 'The Lean Startup'에서 기술한 에릭 리스(Eric Ries)의 정의와 가장 비슷하다. Eric Ries는 '스타트업이란 극도로 불확실한 환경에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기관(A startup is a human institution designed to create a new product and service under condition of extreme uncertainty)'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는 스타트업을 정의하는 특징적 요소로 세가지를 든다. 이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다른 하나를 추가해 설명해 보고자 한다. 또 이를 바탕으로 스타트업이 무엇인지 같이 고민해보고자 한다.

첫째, 스타트업은 '사람이 만들고 운영하는 기관(Human institution)'이다. 내용적으로는 우리가 멋진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지고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스타트업의 형식요건은 결국 '사람이 운영하는 기관이고 법인체'라는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제품을 만들어 파는 일과 더불어 우리는 사람도 고용하고 그들과 역할과 책임을 나누고 세금도 내야하고 때로는 법적인 소송도 진행해야 한다.

사람도 정신이 차지하는 역할이 크고 중요하지만 이를 담아내고 수행할 몸이 있어야하고 몸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엄청난 비용을 들여 병원도 가고 운동도 해야한다.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제아무리 훌륭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지녔다 할지라도 우리의 몸에 해당한 기관 또는 법인체의 관리와 운영을 무시해서는 아이디어가 사업적으로 구현되고 확장될 수 없다.

기술기반의 수많은 스타트업에서 이런 부분이 무시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좋은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사업에서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창업자가 개방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이를 현명하게 관리하고 보완해줄 팀원을 수시로 보강하면서 회사를 운영해야한다.

둘째, 스타트업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내야 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중요한 개념이 있다. '새로움'과 '제품이나 서비스'다.

먼저 '새로움'이란 상당히 넓은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껏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과학적 발견도 포함되지만 이미 존재하는 기술을 새로운 응용처로 적용하거나 기존 사업모델의 다른 산업분야 적용하는 것도 포함된다.

심지어는 해외에서 성공한 사업모델을 한국에 적용하는 경우도 새로운 서비스에 해당한다. 이것은 같은 기술 또는 사업모델이라도 새로운 응용처를 발견하는 그 자체로 큰 의미이고 변화여서 사업으로 실행하고 성공하기까지 큰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기술과 제품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제품은 사용자·구매자가 제품의 존재를 인지하고, 구매해서 쓰고, 버리기까지 여러 행위에 걸쳐있는 프로토콜이라는 점이다.

즉 원천기술 개발과 그의 상업화는 전혀 다른 전문성을 요구한다. 때문에 제품과 서비스가 사용되는 산업 전문가가 반드시 함께 기획하고 개발하고 사업화해야 한다.

셋째, 스타트업은 극도로 불확실한 환경에서 경영을 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가장 스타트업의 특징을 가장 잘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예를들어 어느 반도체 회사에서 5년 전부터 판매해오던 제품을 가지고 올해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여기에도 어느정도 불확실성은 있지만 시장의 많은 가정들은 상당부분 예측 가능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결국 사업 성패는 다름아닌 실행력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업화 할 경우는 시장 반응에 대한 데이터나 경험이 없기 때문에 예측을 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결국 스타트업은 과거 시장 데이터에 기반한 예측과 실행이 중요한 게임이 아니다.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시장의 반응을 살피고 배우면서 맞추어가느냐의 게임이 된다.

그래서 기존의 정착된 산업에서 유용했던 사업계획과 실행 방식이 스타트업에서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요즘은 투자 선정기준으로 팀의 역량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기술과 시장의 변화는 점점 빨라지는 가운데 스타트업에서도 초기 투자를 해야하는 입장에서 보면 결국 사업 아이템이나 기술보다는 시장의 변화를 빠르게 따라갈 수 있는 팀의 역량이 중요해지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스타트업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마지막 하나는 바로 '극도로 제한된 자원'으로 시작한다는 점이다. 대기업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경력을 가진 이들이 전문성과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가지고 있음에도 오히려 스타트업에서는 적응을 못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대기업에서는 사업 실행 결정이 되면 인적 자원과 예산에서는 비교적 자유롭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예산은 지금 가능성을 보여주고 그것이 투자자를 설득시키는데 성공하면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는 티켓이 하나 생기는 것이다. 이렇게 매 단계를 치열한 검증을 통해서 자원을 확보하기 때문에 항상 자금과 인재가 부족하다. 팀원 각각의 역량과 관계성이 정말 중요하고 적은 금액도 소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스타트업은 취업이 어려운 이들이 가는 확률 낮은 도피처도 아니다. 대박의 전설이 넘쳐나는 곳도 아니다. 시장에서는 스타트업이라고해서 그리고 초기라고 해서 봐주지 않는다. 아직 써본 적 없는 제품과 서비스를 극도로 불확실한 시장환경에서 미미한 자원으로 시장에서 존재감을 만들어 내는 것은 누가 봐도 확률적으로 미친 짓이다. 하지만 이 미친 짓이 가끔 현실이 되는 것은 바로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과 이를 보완하기 위해 끝없는 욕심으로 인재를 영입하는 창업팀의 개방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언제부터인가 최고의 열정과 전문성을 가졌음에도 끊임없이 부족함을 느끼는 창업팀을 보면 가슴이 설렌다.

◆ 이용관 대표는
 

땅이 좋아야 싹이 납니다. 생태계가 좋아야 스타트업이 탄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실리콘밸리와 대덕밸리의 큰 차이이기도 합니다. 이용관 대표는 성공적인 스타트업 사례를 많이 만들어갈 생태계 조성과 문화의 필요성을 위한 글을 쓰고자 합니다. 창업이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도 명쾌하게 풀어줄 것입니다.

KAIST 물리학 박사 출신인 이 대표는 17년 전 플라즈마트를 설립, 플라즈마 발생·측정 제어장치를 개발해 미국 나스닥 상장기업(MKS)에 2012년 회사를 매각한 벤처기업가이기도 합니다. 매각 회수 자금으로 지난 2014년 7월 대덕특구 액셀러레이터로 변신한 이 대표는 딥 테크 스타트업의 성공 창업을 지원해 새로운 창업 생태계를 만들어가겠다는 지향점을 갖고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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