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이 간다 ⑥]김형주 화학연 박사, '미활용 탄소원 활용' 전기화학 반응기술 개발
화학연-테크로스 공동연구···"5년 내 싸고 효율 좋은 화학제품 상용화 목표" 

이번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기화학 촉매. 김 박사가 오른 손에 들고 있는 전기화학 반응에 필요한 촉매가 코팅된 촉매 전극을 오른 손에 있는 전기화학 반응장치에 넣고 실험을 한다. <사진=박은희 기자>
이번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기화학 촉매. 김 박사가 오른 손에 들고 있는 전기화학 반응에 필요한 촉매가 코팅된 촉매 전극을 오른 손에 있는 전기화학 반응장치에 넣고 실험을 한다. <사진=박은희 기자>
"마이크만 잡을 수 있다면 장소 가리지 않고 연구기술에 대해 알렸어요. 연구기술을 산업현장에서 쓰려면 기업과 함께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운좋게도 기업이 시장성, 기술력을 알아봐 줬으니 원천기술 개발부터 상용화까지 한걸음에 달려가야죠."

연구개발을 위해 '홍보맨'을 자처했던 김형주 한국화학연구원 탄소자원화연구소 CO₂에너지벡터연구그룹 박사의 포부다. "실패가 두려우면 신기술 개발을 못한다"는 그는 기업과 함께 원천기술 개발부터 상용화까지 5년 내 거침없이 달려갈 계획이다. 

김 박사가 그동안 목청 높인 연구는 바이오디젤 생산과정에서 버려지는 부산물 '탄소'를 재생산해 고부가 가치의 화학제품으로 만드는 기술이다. 골칫거리로 불리는 미활용 탄소원에 새로운 입김을 불어넣어 돈이 되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탄소(C)는 자연에서 4번째로 많이 존재하는 비금속 원소다. 전 세계가 탄소를 활용해 환경문제도 해결하고 수익도 창출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기 위해 다양한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많은 연구자들이 이미 진행하고 있는 연구에서 김 박사의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 연구방법과는 다른 새로운 공정으로 버려지는 탄소를 보다 싼 비용으로 효율 좋은 화학제품을 만들겠다는 도전이기 때문이다. 

연구명은 '미활용 탄소원으로부터 고부가 화학제품 생산을 위한 미니 파일럿(mini-Pilot) 규모의 전기화학 촉매 반응 장치 및 공정 개발'. 보통은 화학적 촉매 반응 혹은 생물학적 촉매 반응을 이용하고 있지만 김 박사는 그동안 시도된 적이 거의 없는 '전기화학' 촉매 반응을 활용할 계획이다. 

김 박사는 "기존 화학적 촉매 반응은 고압, 고온 공정을 필요로 해 시스템이 커지고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든다"며 "하지만 전기화학 촉매 반응은 전극반응을 이용하기 때문에 간단한 시스템으로 가능하다. 작동원리도 간단하고 상업화도 쉽다"고 말했다. 

◆ 전기화학 촉매 반응 활용, "원천기술부터 상용화까지···국내 첫 시도"

김 박사가 전기화학 촉매 반응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전기화학 촉매가 미활용 탄소에 활용하면 저렴한 가격으로 효율이 좋은 화학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사진=박은희 기자>
김 박사가 전기화학 촉매 반응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전기화학 촉매가 미활용 탄소에 활용하면 저렴한 가격으로 효율이 좋은 화학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사진=박은희 기자>
2년 차 연구자인 김 박사는 입사 하면서부터 이번 연구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학술회, 토론회 등을 쫓아다니며 발언 기회가 오면 주저하지 않고 기술의 활용가치를 설명했다. 

그의 노력 덕분인지 최근 기업과 공동연구개발을 위한 협약식을 가졌다. 기술이전 협약식이 일반적으로 첫 단추부터 기업과 함께 하는 공동연구키로 했으니 부담감이 적지 않다. 

"협약식은 연구가 잘 되게 해달라고 고사(告祀)를 지내는 것 같았어요. 기업의 기대가 커서 부담감도 있지만 열심히 하자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연구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고 재미있을 것 같아요. 연구가 즐거우면 결과도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2년 내 그는 실험실 수준에서 검증된 기술의 성능과 경제성이 시스템을 키웠을 때도 유지되는지 증명할 계획이다. 대형화에서 성능이 확인되면 기업 투자로 상용화 전 단계인 데모-플랜트(Demo plant)를 만들고 2~3년 정도 추가 연구를 진행 해 상용화를 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그는 "기업과의 협업이 중요하다. 목표가 좀 도전적일 수 있겠지만 기업과 함께 열심히 연구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시스템이 생각보다 간단하다. 고온과 고압을 이용한 촉매는 온도 장치 등 부수적 장치가 필요하지만 전기는 전압 컨트롤만 있으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의 한 기업이 글루코스(Glucose)에 질산을 넣어 유기산(Organic acid)을 만든다. 유기산을 세제, 접착제 등의 활용 폭이 크다. 유기산을 만들기 위해 과량의 질산을 사용하는데 이는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그럼에도 이 기업은 관련 기술 개발로 많은 이윤을 내고 있다"며 "전기화학 촉매 반응은 과량의 질산이 필요 없고 소량의 전기에너지만 필요한 만큼 상업화하면 더 큰 이윤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 수소(H)도 동시에 생성할 계획이다. 미활용 탄소원의 전기화학적 반응을 통해 산화전극에서는 선택적으로 고부가화학제품을 생산하고 환원전극에서는 수소를 만들게 된다. 

전기화학반응 부산물로 생성된 수소는 다시 열원이나 연료전지구동을 위한 원료 혹은 다른 촉매 수소화 반응 등에 활용 될 수 있어 기존 공정보다 경제성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그는 "기존의 물을 전기분해 해 수소를 얻는 기술대비 최대 2배 정도 적은 에너지로 수소 및 화학제품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기술로서 향후 상용화 시 기술적 가치와 파급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실패는 성공 위한 수업료···"겸손하고 운도 좋아야 성공"

 그는 기업과 공동연구를 통해 전기화학 촉매 반응 활용을 위한 원천기술부터 상용화까지 펼칠 계획이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은 전기화학 반응에 필요한 촉매가 코팅된 촉매 전극. <사진=박은희 기자>
그는 기업과 공동연구를 통해 전기화학 촉매 반응 활용을 위한 원천기술부터 상용화까지 펼칠 계획이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은 전기화학 반응에 필요한 촉매가 코팅된 촉매 전극. <사진=박은희 기자>
"전기화학 반응을 활용한 화학제품 생산 기술은 연구원에서도 시작단계에 있지만 앞으로 최고 수준의 연구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이 분야를 이끄는 과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야무진 꿈만큼이나 김 박사는 '노력'과 '겸손'을 성공 포인트로 꼽았다. 여기에 '행운'도 중요한 한가지로 더했다. 그는 "젊은 연구자의 강점은 끊임없는 도전과 새로운 시도를 위한 열정이라 생각한다"며 "에너지가 넘치는 만큼 연구도 열정과 패기를 갖고 노력하면 좋은 성과는 뒤따라 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고 상용화되기 위해선 수많은 도전과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며 "열정을 갖고 패기 있게 시도하는 젊은 연구자들과 많은 경험이 있는 중견 연구자들이 함께 협업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젊다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그는 "연구자라면 연구를 하면서 수많은 실패를 경험한다. 하지만 실패에서도 교훈과 지식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실패의 경험이 쌓이면 향후 좋은 연구를 위한 밑바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실패와 시행착오를 단순히 실패로 인정하는 것이 아닌 실패의 원인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분석해 자료로 활용한다는 김 박사. 그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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