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수 KAIST 교수의 연구마인드 화제···'글로벌 실내 위치인식 시스템' 개발
지난 2010년 G20 코엑스서 사비 2000만원 들여 기술 선봬
"전 세계 실내 공간 2~3m 위치인식···실외처럼 내비게이션"

한동수 KAIST 전산학부 교수가 글로벌 실내 위치인식 시스템 개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한동수 KAIST 전산학부 교수가 글로벌 실내 위치인식 시스템 개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과학자로서 인류를 위해 무엇을 기여했냐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며 반성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인류가 꼭 필요한 연구에 꽂혀 당시 진행해왔던 모든 연구를 접었습니다. 정부로부터 단 100원의 지원 없이 시작했습니다."

최근 개인 자금으로 '글로벌 실내 위치인식 시스템'을 개발해 낸 한동수 KAIST 전산학부 교수의 말이다.

한동수 교수는 지난 2007년 자신의 연구인생에 큰 전환점을 가져온 질문을 받는다. 한 동료의 질문이었다. 당시 동료 교수는 "과학자로서 가장 자랑스러운 연구 딱 한 가지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한 교수는 질문에 답을 잇지 못했다.

이날부터 한 교수는 인류를 위한 연구, 스스로 자랑스러운 연구를 위해 에너지를 쏟기 시작했다. 정부로부터의 연구과제 수주도 이 때부터 전혀 다른 마인드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이로운 연구는 정부 자금을 지원받지 않고 스스로 연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마인드로 변했다. 

지난 2007년 스마트폰이 보급되지 않았을 당시 한 교수는 휴대폰을 인류의 '비서'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뒀다. 연구비가 없어도 인류를 위한 연구는 기필코 도전해야겠다는 일념 하나였다. 정부로부터 100원의 지원도 받지 않았다. 지난 2010년 개최된 G20 코엑스에서 사비 2000만원을 들여가며 위치인식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한 교수는 "인류를 위해 휴대폰을 비서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비서는 대상의 상황·상태·처지 등의 정보를 잘 알아야 한다"라며 "모든 정보는 위치로부터 비롯된다. 실외 뿐만 아니라 실내에서도 위치정보를 파악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폰 상용화 이후 무선랜 사용이 급증하면서 위치인식이 기술개발에 탄력을 받았다"라며 "별도의 위치인식 인프라 설치 비용도 필요하지 않으므로 전 세계 실내 공간에 위치인식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 실내 이동공간·체류공간 구분···"인공지능으로 위치 학습"

"우리나라는 가장 풍부한 무선랜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을 유지하고 있고 모바일 결제도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죠. 실내 위치인식 시스템 구축에 가장 유리한 환경입니다."

한동수 교수 연구팀이 인공지능 기법을 접목한 실내 위치인식 시스템을 개발했다.<사진=박성민 기자>
한동수 교수 연구팀이 인공지능 기법을 접목한 실내 위치인식 시스템을 개발했다.<사진=박성민 기자>
최근 한 교수 연구팀은 와이파이 신호를 이용해 실내 공간에 위치정보를 제공하는 '글로벌 실내 위치인식 시스템' 기술을 개발했다.

건물 실내에서 불특정 다수의 스마트폰을 통해 수집된 위치를 스스로 학습해 정보를 제공하는 인공지능 기법을 접목했다.

실내 위치인식 시스템 구축비용을 절감하면서도 높은 정확도를 달성할 수 있다. 위치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건물이라면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 

정확한 위치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연구팀은 실내 공간을 이동공간과 체류공간으로 구분했다. 각각의 공간에 최적화된 위치정보 수집 기법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지난 2010년 주택, 점포, 사무실 등의 체류공간에서 주소 정보를 사용해 위치정보를 수집하는 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이번 기술에는 복도, 로비, 계단 등의 이동공간에서도 위치정보를 수집하는 자율학습 인공지능 기법을 추가했다.

특히 ▲지자기 신호 ▲3축가속기 ▲자이로스코프 등의 관성 센서에 딥러닝 기법을 덧붙여 새로운 퓨전 센서를 개발했다.

이번 기술은 KAIST N5 건물과 N1 건물 7층에서 검증을 마쳤다. 충분한 양의 위치정보 학습 데이터가 주어진 경우 3~4m에 불과한 정확도를 보였다. 수작업을 통해 수집된 위치정보와 비슷한 정확도를 달성했다.

한 교수는 "전 세계 어느 건물에서든 정확도 높은 실내 위치인식 시스템을 손쉽게 구축할 수 있게 됐다"라며 "가까운 장래에 대부분의 실내 공간에서도 실외처럼 위치인식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동안 스마트폰을 통해서 수집된 위치정보가 활용되지 못하고 모두 버려졌다"며 "이번에 개발된 기술로 중요한 정보로 활용될 수 있게 돼 위치정보 빅데이터 분야가 탄생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 정확해진 실내 위치정보···"응급구조·공사현장 안전관리 활용"

위치정보(핑거프린트)를 수집해 신호지도를 구축한 뒤 구축된 신호지도를 기반으로 위치를 추정하는 과정.<사진=KAIST 제공>
위치정보(핑거프린트)를 수집해 신호지도를 구축한 뒤 구축된 신호지도를 기반으로 위치를 추정하는 과정.<사진=KAIST 제공>

그동안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사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에서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수만건의 실내지도를 수집해 왔다. 실내 GPS를 실현하기 위해 실내지도와 함께 신호지도도 수집돼야 하지만 정확도 높은 신호지도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한 교수는 "실내 위치인식 시스템을 글로벌 기업에 도입한다면 전 세계 실내 공간을 대상으로 위치정보 서비스를 적합하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위치정보 서비스 기업도 전국 범위에서 위치정보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실내 위치인식 시스템 구축 기술은 KAILOS로 명명된 KAIST 실내 위치인식 시스템에 탑재시켜 일반인에게 서비스된다.

KAILOS는 지난 2014년 KAIST에서 출시한 개방형 실내 위치인식 서비스 플랫폼이다. 전 세계 누구든지 자신이 원하는 건물의 실내지도를 KAILOS에 등록하고 해당 건물의 위치정보를 수집해 실내 위치인식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 모바일 월렛인 KT 클립에서 영등포 타임스퀘어와 코엑스, 롯데월드몰 등의 몇몇 랜드마크 건물에 실내지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GPS 신호가 도달하지 않는 실내 환경에서 위치인식 정확도가 높아짐에 따라 다양한 범위에서 활용될 수 있다. 연구팀은 ▲위치기반 SNS ▲위치기반 IoT ▲위치기반 O2O ▲재해재난 응급 구조요청 등의 서비스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한 교수는 "이번 기술은 일종의 소프트웨어이자 IT 플랫폼"이라며 "그동안 우리나라는 해외 안드로이드 등 모바일 플랫폼을 활용했지만 향후 국내 기술을 활용한 플랫폼을 만들어 확산시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석회석 광산 현장에서도 실내 위치정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작업자의 안전관리 측면에서도 활용되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스마트폰을 매개로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연구만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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